2020년 8월 5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아스날은 완전한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은 한 명의 공격수를 보유했기에 지난 주말의 FA 컵 결승전에서 승리했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은 그가 맨체스터 시티와의 4강전에서 했던 것처럼 멀티골을 집어넣어 아스날에 14번째 FA 컵을 안겨줬고, 미켈 아르테타는 부임 반 시즌 만에 첫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오바메양이 경기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은 아르테타의 전술적 접근법의 영향을 아주 크게 받았다. 경기 시작 전에 두 팀이 모두 지난 3년 전의 FA 컵 결승처럼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 3년 전에도 컵은 2-1 승리를 거둔 아스날의 몫이었다.
그러나 양팀의 실질적인 전형은 상당히 달랐다. 프랭크 램파드는 메이슨 마운트와 크리스찬 풀리식이 올리비에 지루 아래의 중앙 지역에서 떠돌도록 하는 3-4-2-1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이는 풀리식의 선제골이라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르테타의 공격수들은 보다 더 자유로운 시스템에서 공격의 폭을 제공했다. 아스날은 수비 상황에서 백3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이용했고, 볼을 따낸 뒤에는 키어런 티어니가 레프트백 자리에 위치하면서 에인슬리 매이틀랜드-나일스가 다양한 포지션을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전략은 아르테타가 FA 컵 4강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도 사용했기에, 램파드에게 큰 놀라움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술의 파훼법을 찾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경기에서 아스날의 메인 전술은 레프트백의 위치에서 나일스나 오바메양이 돌진할 수 있는 라인 근처로 롱볼을 때리는 것이었다. 아스날의 첫 파이널 써드 침투가 좋은 예시가 된다. 티어니가 터치라인 근처에서 볼을 잡았고, 나일스는 상대 윙백 리스 제임스의 뒷공간으로 쇄도한다. 그러자 티어니가 볼을 띄워 스루 패스를 보내준다.
그 후 나일스가 오바메양을 향해 크로스를 날린다.
복잡할 건 없다.
하지만 오바메양과 나일스의 움직임이 첼시의 전형을 무너트리는데 도움을 주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득이 간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상황은 좀 더 흥미로워졌다. 이번에는 다비드 루이스의 패스로 만들어진 비슷한 장면을 살펴보자.
브라질의 수비수가 터치라인 근처로 볼을 보내줄 때 카메라도 동시에 이동하면서 첼시의 수비진이 아스날의 움직임으로 인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 비춰진다. 우측 센터백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오바메양을 가까이서 수비하기 위해 중앙선 위까지 올라가 있고, 윙백 리스 제임스가 첼시의 최후방 수비수가 되어 나일스와 속도 경쟁을 벌인다.
제임스의 스피드와 피지컬은 그가 효과적으로 나일스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장면에서 그는 나일스가 골대까지 달려가도록 놔두지 않고 막아 세웠다.
그러나 나일스는 꾸준히 문제를 야기했다. 아래 그림에서 나일스는 다시 한 번 뒷공간으로 쇄도한다. 이 장면에서 제임스는 오바메양을 마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일스는 탄코의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그는 확실히 탄코는 앞지를 수 있는 주력의 소유자였으나, 그 아스필리쿠에타에 막혀 뭔가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침착하게 접근했다면 충분히 위험한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전반전에는 비슷한 장면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번에는 티어니가 제임스의 뒷공간을 바라본다…
…이는 나일스가 아스날에서 가장 적극적인 선수가 되도록 했으며 좋은 크로스 상황도 많이 만들어졌다.
아스필리쿠에타가 오바메양에 밀착해서 수비하길 원했다는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그러나 탄코가 제 자리를 벗어나면 제임스가 그 뒤의 넓은 공간을 모두 책임져야 했다.
흥미로운 점은 나일스의 역할이 단순히 티어니가 볼을 잡았을 때 적극적인 왼쪽 윙으로 공격을 전담하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그의 움직임은 제임스를 흔들어 놓았다. 아래에서 나일스는 좀 더 중앙 미드필더에 가까운 위치에서 출발해 갑작스럽게 제임스의 뒷공간으로 향한다. 이 방향 전환은 제임스의 시선을 끌었고 그를 넘어지게 만들었다.
나일스가 종종 방향 전환을 함에 기인한 제임스의 혼란은 중앙 미드필더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루이스가 전방으로 볼을 띄워주는 이 장면에서는 나일스가 제임스를 중앙으로 끌고 간다.
다비드 루이스의 패스는 아스필리쿠에타에게 잘렸지만, 패스가 좀만 더 정확했다면 첼시의 주장 뒤의 오바메양까지 전달됐을 것이다.
2분 뒤에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첼시의 우측 윙백 제임스가 아스날의 왼쪽 윙백 나일스를 중앙 지역까지 따라간다.
10분 정도 뒤에 또다른 예시가 나온다. 이번에는 제임스가 나일스에게 태클을 가한다.
제임스를 제 포지션에서 벗어나도록 유인해 오바메양이 좀 더 높은 곳까지 전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아스날의 확실한 전술적 책략이었다. 경기 시작 후 20분경에 흥미로운 예시가 나왔는데, 다비드 루이스가 전방으로 볼을 띄워주고, 나일스는 중앙 쪽에 위치한 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임스가 나일스를 따라가지 않았고, 그의 주력은 탄코가 안쪽을 커버하는 동안 그가 오바메양보다 먼저 달려가 루이스의 패스를 받아낼 수 있도록 했다.
전반전의 중반을 향해 달려갈 때, 아스날은 지고 있었지만 점차 하나가 되고 있었다.
아래에는 페페의 취소된 골을 만든 움직임과 아스날이 왼쪽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상대를 힘들게 한다는 게 나타난다. 이번에는 티어니가 (평소와는 달리) 제임스가 차지하고 있는 왼쪽 터치라인 근처에서 전방까지 오버래핑 한다. 나일스는 아스필리쿠에타를 상대 중이고, 이는 오바메양이 좀 더 중앙에 가까운 지역에서 수비 없이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나일스를 향한 다니 세바요스의 패스는 오바메양에 이어 페페까지 물 흐르듯이 전달되었고, 볼은 골대의 우측 상단 구석을 찔렀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상황이 좌측에서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 그리고 골이 취소되게 만든 오프사이드에 걸린 선수가 자유로운 롤을 부여받은 공격수들 중 하나가 아닌 왼쪽 윙백 나일스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아스날이 계속해서 시도하는 움직임이 무엇인지는 확실해졌고, 동점골 역시 비슷한 패턴에서 나왔다. 티어니가 터치라인 근처에서 볼을 보내줄 때, 제임스는 이번에는 낮은 위치에 머물렀던 나일스를 쫓아 중앙선을 훨씬 넘어온 상태였다.
그리고 이는 아스필리쿠에타가 매우 넓은 공간을 커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바메양이 티어니의 패스를 받기 위해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아스필리쿠에타는 골을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봉의 공격수를 저지하며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필리쿠에타는 아스날의 또다른 롱패스를 추격하다가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램파드는 그를 빼고 안드레아 크리스텐센을 첼시의 백3의 가운데를 맡도록 했고, 커트 주마를 원래 아스필리쿠에타가 있던 오른쪽으로 옮겼다. 어쩌면 이는 첼시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래의 예시에서, 제임스가 나일스를 높은 지역에서 막고 있을 때 티어니가 다시 한 번 롱볼을 시도한다…
…그러나 첼시는 이제 좀 더 빠른 주마를 오른쪽에 배치해 오바메양을 수비했다. 이 패스는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에 의해 처리되었지만, 아마 오바메양을 쫓는 선수로는 아스필리쿠에타보다 주마가 좀 더 적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도 아스날은 꾸준히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고, 오바메양은 주마의 옆이자 제임스의 뒤의 공간을 공략했다.
이번에는 아스날의 오른쪽 측면에서 페페가 시작하는 훌륭한 역습의 케이스다. 그림 상으로 볼 때 제임스의 위치 선정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전반전 내내 첼시가 직면했던 문제들을 생각하면, 램파드는 아마도 제임스에게 나일스가 아닌 오바메양을 집중적으로 수비하면서 10야드 정도 더 밑에서 뛰도록 지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는 주마가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에게 잘 따라붙어 패스 길목을 이상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결국 볼은 오바메양에게 향했지만 슈팅은 수비 블록에 막혔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도 첼시를 향한 위험 신호가 있었다.
10분 뒤, 아스날은 비슷한 상황에서 결승골을 득점한다. 제임스가 높게 전진해 압박을 가하며 아스날의 레프트백 자리에 있는 티어니를 막는다. 티어니는 제임스의 머리 위로 패스를 뿌린다.
아스날의 공격 작업은 상술한 것과 비슷했다. 주마는 오바메양을 향하는 패스 길목을 차단해야 했고, 제임스는 없었다. 주마는 골을 노리는 오바메양 쪽으로 움직여 그를 조금이라도 수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바메양은 그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아스날에게 결승골을 안겨줬다.
램파드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안일함과 온더볼에서 뭔가를 만드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경기를 다시 살펴보면, 램파드는 비슷한 위치에서 너무나 자주 비슷한 문제를 만드는 아스날을 막기 위해 전술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 4일 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스날 전에서 램파드가 3-4-3에서 백4로 시스템을 전환한 것은 첼시가 1-0으로 뒤지다가 2-1로 승리할 수 있도록 했고, 아스필리쿠에타의 이른 부상은 전형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오바메양을 막기 위해 제임스가 좀 더 후방에서 움직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첼시는 아스날 최고의 선수에게 너무나도 넓은 공간을 허용했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오바메양이 왼쪽에 나와야 효율이 좋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습니다. 스탯도 왼쪽 윙어로 나와야 더 좋다는 말이 있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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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Michael Cox 2020.08.02
(사진: 디 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