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8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축구에서 '결정적 순간'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경기 도중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곤 한다.
존 맥긴레이가 데이비드 켈리의 얼굴에 펀치를 날린 뒤 바로 퇴장됐다면? 트로이 디니가 박스로 돌진할 때 레안데르 덴동커가 발을 성급히 뻤지 않았다면?
울브스는 1990년대에 프리미어리그 팀이 될 수 있었고, 2019년에는 FA컵 우승을 할 수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뀌는 것은 없지만, 사람들은 자기 전에 이런 일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그러나 최근 울브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경기장 내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 일은 몰리뉴나 콤튼 파크에서 벌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잉글랜드 내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정확히 3시 정각이었다. 이 날이 뭔가 좀 익숙하다면, 이 때가 바로 푸싱 인터내셔널이 울버햄튼 원더러스라는 챔피언십 중위권 클럽을 30m 파운드에 샀던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울브스는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클럽으로 자리잡았고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따기까지도 3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말하는 ‘나비 효과’ 같은 사건이 아니다. 그보다 단 3시간 후에, 푸싱과 제프 샤이는 푸싱 시대 몰리뉴의 첫 감독으로 선임할 예정이었던 훌렌 로페테기가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스페인 유스 국가대표팀(로페테기는 U-19 대표팀과 U-23 대표팀에서 유로를 우승했다)에서 이뤄낸 성과에 큰 찬사를 받았던 로페테기는 이후 몰리뉴에서의 감독 부임에 얼마나 근접했었는지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 일화가 덜 알려진 이유는 푸싱이 전 구단주 스티브 모건으로부터 울브스 인수를 완료한 드라마가 같은 날에 쓰여졌고, 그 전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더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인수가 마무리된 뒤에도, 로페테기가 울브스에 부임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몰리뉴의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로페테기의 선임 예정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로페테기는 가장 좋은 후보로 평가받았고 그의 선임은 목전에 있었지만, 케니 자켓 감독이 계속해서 팀을 이끌고 있었기에 (혼돈의 날 당시, 울브스는 프리시즌 훈련을 위해 아일랜드의 코크로 떠나 있었다) 로페테기는 몰리뉴나 콤튼 파크에 들리지도 못했다.
푸싱의 인수가 마무리되고, 로페테기가 제프 샤이 회장이나 영입 팀장 케빈 텔웰, 구단 인수를 용이하게 해주고 이후 푸싱과 연계해 선수들을 이적, 임대시키면서 팀의 전력 발전을 도운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인수 이후 6주 간 12명의 선수가 새로 합류했다)와 연락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7월 21일 저녁까지 넘어가 보자 – 푸싱의 인수는 끝났고 준비된대로 공식 발표까지 마쳤다. 로페테기는 감독 선임에 구두로 합의했고 (아직 계약서에 서명하진 않았다) 세 명의 포르투갈 선수들 역시 이적에 합의했다; 윙어 엘데르 코스타, 수비수 실비오, 미드필더 펠레가 완전 이적 또는 임대로 팀 합류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펠레는 며칠 뒤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이후 타격이 가해졌다. 몇몇 직원들이 텔웰과 인수 계약서의 세부 사항과 보도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던 샤이의 새 사무실에 들이닥쳐 소식을 전했다 – ‘로페테기가 스페인 감독에 취임했답니다.’ 뭐라고?!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그보다 3주 앞서 사임했고 로페테기의 이름 역시 대체자 리스트에 올랐지만, 울브스의 새 구단주 측은 그가 스페인 감독직 제의를 받았거나,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사실을 로페테기에게 듣지 못했다. 사실, 그는 실제로 울브스의 제안을 거절한 적이 없다… 대신 다른 팀을 맡았을 뿐이다. 멘데스는 이 일이 벌어졌을 때 푸싱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스카이스포츠에는 ‘BREAKING’ 문구의 노란 사진이 띄워졌고, 푸싱은 새 시즌이 시작되기 2주 전에 몰리뉴 인수 후 조정 사항을 다 처리하지도 못한 채로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했다.
로페테기의 이름이 3시에 이뤄진 인수 발표에 포함될 계획은 없었지만, 빠르면 주말 내에 그가 선임되었다는 발표를 할 예정이었을 정도로 계약은 합의에 가까웠다.
그 사이 자켓 감독은 감독 교체가 허사로 돌아간 푸싱이 그에게 기회를 조금이라도 줄 것이라고 생각해 2일 뒤 포트 베일과 친선 경기를 치르고, 4일 뒤에는 노스햄프턴과 맞붙을 준비를 했으나 금요일에 경질되었다.
이 소식은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발표되었다 - 11시간 뒤에, 월터 젠가가 울브스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됐다.
“나는 자켓과 그의 스태프들에게 아주 큰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시간이 꽤 지난 뒤, 로페테기는 말했다.
“내가 울브스를 맡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어요. 자켓 감독은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훌륭하고 모범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죠.”
“울브스와 내가 잠시 동안 거의 함께 일할 뻔했던 것은 사실이에요.합의에 정말 근접했지만 결국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클럽으로 가게 됐죠. 그들과 보낸 시간은 정말 즐거웠어요.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프로젝트가 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만약 스페인 대표팀 자리가 나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울버햄튼의 새 감독이 돼 있었을 거예요.”
“울브스는 훌륭한 클럽입니다.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성장하려는 열망도 아주 강한 팀이에요.그들은 다시 부흥기를 맞을 겁니다.”
우리 모두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 젠가는 3달간 감독을 맡다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이후 폴 램버트가 와서 6개월 간 팀을 지휘했다. 한 시즌 만에 3명의 감독을 자르고 15명의 선수를 영입(하고 챔피언십 15위를 차지)한 푸싱은 많은 교훈을 얻은 시즌을 보낸 뒤 누누라는 사람을 감독에 앉혔다.
로페테기는 이후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지휘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와 물밑 협상을 통해 감독 부임에 합의하자 개막전 하루 전에 대표팀에서는 경질됐다. 레알에서는 14경기를 치르고 쫓겨났다.
오는 화요일, – 1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통해 세비야를 챔피언스리그로 이끌며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 로페테기는 그가 울브스에서 스페인으로 선회하던 2016년 포르투에 그의 후임으로 들어간 남자와 맞붙는다.
그와 누누는 지난 4년 간 매우 다른 여정을 걸어왔지만, 결국 뒤스부르크에서 만나게 되었다. 유로파리그 8강이라는 정말 많은 게 걸린 경기에서 말이다. 4년 전 로페테기의 선택은 어떻게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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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Tim Spiers 2020.08.09
(사진: 디 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