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본 글은 2020년 9월 22일 치러진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울브스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리뷰 글입니다.
지난 시즌 더블을 생각하며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경기를 봤지만, 역시 패배했습니다. 사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죠. 맨시티 천적 운운하면서 이길 수 있다는 상상도 잠깐 해봤지만, 그건 상상에 그쳤고.
시티가 케빈 데 브라이너의 선제골, 포덴의 추가골, 그리고 제주스의 경기 막판 쐐기골을 뽑아내며 라울이 유일한 골을 득점한 울브스를 3-1로 제압했습니다. 언더스탯 기준 xG도 울브스 0.78, 맨시티 2.08로 질 만했던 경기였다는 걸 보여주네요.
라인업은 이 정도인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네투 미드필더 기용이죠. 원래 같았으면 343으로 표기됐어야 할 포메이션이 네투가 왼쪽 미드필더로 들어간 352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아직 오른쪽 윙백이 영입되지 않으면서 아다마가 셰필드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라이트 윙백으로 출전했어요.
셰필드 전과 달라진 건 덴동커 대신 네베스가 선발로 나왔다는 거죠. 지난 1라운드에서 덴동커는 아다마가 올라간 자리도 메꿔 주고, 공격에서도 높게 올라가 많이 가담해주면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들보다 더 강팀인 시티를 상대로 네베스를 내나? 하는 생각은 들었는데… 뭐 원래 네베스가 주전이니 딱히 크게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어쨌든 셰필드 전에서는 초반에 2골 넣고 ‘후반햄튼 달라졌나?’ 하는 희망을 품으면서 이번에는 어떨지 하면서 봤는데 경기 시작 7분 만에 판이 깨집니다. 마르살이 부상으로 빠진 거죠. 거기엔 비나그리가 들어갔어요. 마르살이 어떤 부상을 입어서 얼마나 안 나올지는 아직 정확히 발표가 안 된 거 같습니다. 누누도 인터뷰에서 “마르살은 뭔가 통증을 느꼈고, 우리는 결과를 기다려야 할 거다” 하는 식으로 말했죠.
이렇게 급작스럽게 나온 비나그리는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마르살 역시 공격에 큰 장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비나그리는 공수 양면에서 평균 이하였어요. 공격에 치중된 윙백인데 드리블로 수비 하나 뚫지도 못하고. 적당한 오퍼 들어오면 파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 윙백에는 아다마 트라오레가 나왔죠. 셰필드 전 경기보고도 말했지만 아다마 윙백은 전술적으로나, 아다마 개인으로나 엄청난 낭비입니다. 아다마는 특유의 빠른 속도로 단순한 드리블 스킬을 상쇄하는 스타일의 선수인데, 측면 박스 근처에서 1v1 상황이 만들어져야 가장 좋은 효율을 만들어내요. 근데 윙백으로 기용하면 볼을 잡는 위치 자체가 낮아지고, 상대 박스 근처까지 가기는 엄청나게 어려워지죠. 우리 진영에서 아다마가 볼을 잡았는데, 덕배나 멘디, 스털링 같은 선수들이 한 번에 달려들면서 볼을 빼앗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전반에는 멘디가 높게 올라오면서 아다마가 박스 근처 1v1을 만들질 못했고, 그래서 후방에서 키핑하려다가 많이 뺏겼어요. 근데 멘디가 내려간 후반에는 1v1 이후 크로스로 위협적인 장면 많이 만들어줬죠. 포덴세랑 라울이 날리지만 않았어도 어시스트 적립 가능했어요.
볼 뺏기는 거 외에도 안 좋은 점은 많아요. 아다마는 기본적으로 1대1 할 때도 기술적으로 빨리 빨리 돌파하는 스타일(오히려 포덴세가 이런 느낌이죠)이 아니라, 볼이랑 수비수 둘 다 멈춰놓고, 타이밍이 예상되도 스피드 갖고서 돌파하는 선수입니다. 근데 후방에서 그런 거 하면서 볼 전진 속도도 늦춰지고 상대 수비 전형은 다 짜여졌죠.
수비적으로도 아다마는 전문 수비수가 아니기에 오른쪽 측면이 불안했습니다. 아다마는 무조건 윙으로 써야 돼요. 어제(9월 23일) 넬송 세메두 영입이 완료됐는데, 이 정도면 도허티에서 업그레이드라고 봅니다. 정말 환영이예요.
수비는 좀 이따가 말할게요. 좀 길어질 거 같아서. 미드필더 먼저 보면, 무티뉴가 평소 네베스가 하던 식으로 내려 앉고, 네베스가 좀 더 올라가는 롤을 맡았죠. 제 사견이긴 한데… 무티뉴는 이제 지난 시즌, 지지난 시즌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거 같아요. 물론 클래스는 여전하고 한 경기 만으로 판단하긴 좀 그렇지만, 기동력 감퇴한 거도 느껴지고, 누누가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해주는 게 보였습니다.
네투도 미드필더로 보고 평가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누누가 352에 가까운 형태에서 덴동커가 아닌 네투를 기용하면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조금 알 거 같긴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침투에도 참여하고, 공격도 가담했는데 이런 건 아무래도 덴동커보다 네투가 더 잘할 테니. 다만 네투는 윙으로 쓰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셰필드 전에 재미 봤다고 다시 한 번 해본 거 같은데, 네투가 여기에 맞는다는 생각은 딱히 안 들어요. 물론 맨시티 전이었어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 한 두 번 정도는 더 해볼 수도 있다는 느낌.
공격에서는 골 결정력이 떨어진 게 너무 뼈아팠습니다. 75분 전에 한 골 넣었으면 승점 1점은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포덴세랑 라울이 놓친 게 한 4-5 개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둘이 또 득점 상황에서 나란히 어시-골 해줬으니 엄청 탓할 수는 없겠죠. ㅋㅋ
이 경기 후 평점이나 평가에서 포덴세를 되게 높게 평가하더라고요? 다만 저는 그 정도였는진 모르겠어요. 물론 골 장면에서는 덕배 가랑이로 드리블하면서 포덴세의 날렵한 장점이 잘 나왔지만, 그 외에 기회를 놓친다거나, 턴오버를 하는 장면이 꽤 있었거든요. 포덴세한테 라울이랑 비슷하게 볼 받아주는 역할을 시키기도 했는데 체구도 작은 선수한테 왜 그러는진 모르겠음. 근데 침투는 확실히 좋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타 대체는 확실히 지금 필수적이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조타가 제일 잘하던 게 오프 더 볼이니까.
라울도 엄청 잘한 거 같진 않은데, 역시 골 장면에서는 진가를 보여줬죠. 확실히 ‘이게 스트라이커다’ 하는 느낌이 있어요. 아다마가 윙에서 크로스 올려주면서 함께 잘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세메두 왔으니 점차 더 좋아질 거라고 봅니다.
자 이제 수비. 1라운드에서 사이스가 맹활약을 펼쳤죠? 이번 경기 초반 덕배에게 내준 페널티킥은 프로라고 보기 힘든 실수였습니다. 뭔 저런 태클을 하지?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사이스는 앞으로 무조건 서서 수비하게 해야 될 거 같아요. 무조건. 그 태클은 감히 여태까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통틀어 최악의 태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볼리가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생기는 문제도 좀 있었습니다. 아다마가 수비에 엄청 적극적으로 가담하질 않았는데, 그 때문에 우측면이 털려버렸죠. 2번째 실점에서도 애매한 위치 선정으로 덕배에 스루패스 허용하고 스털링한테 뒷공간 내주는 장면, 아주 잘 봤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우리 주장님. 코너 코디입니다. 클리어링 미스, 몸싸움도 딸리고, 제공권도 부족하고. 수비 못하는 수비수가 맞습니다. 셰필드 전 때는 제가 롱패스는 별로였는데 수비가 괜찮았다고 했죠? 오늘은 둘 다 별로였어요. 롱패스 잘하라고 백3 스위퍼에 쓰는 건데 그거도 못하면 어떡합니까. 도대체.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는 수비였습니다.
수문장 파트리시우는 정말 잘해줬어요. 3골 먹은 키퍼가 뭘 잘했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마지막 골은 후반 추가 시간에 수비 집중력 다 떨어져서 허무하게 내준 골이고, 첫 실점은 덕배의 PK였죠. 그 외에는 2번째 실점 제외하면 정말 잘했습니다. 6세이브예요. 발밑 안 좋아도 포르투갈 주전 키퍼인 이유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교체는 갑자기 들어간 비나그리 제외 파비우 실바와 덴동커를 넣었는데, 둘 다 뭐라고 코멘트하긴 좀 그렇습니다. 75분 이후에 들어갔는데 그 때에는 시티가 시간 끌면서 이렇다 할 장면이 나오지 못했어요.
시티를 보면서 부러웠던 건 볼 잘 차는 선수가 너무 많아요. 후방에서 압박 받아도 곧바로 풀어나오면서 바로 공격 전개되는 모습. 이런 걸 울브스에서도 보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코디랑 볼리가 우왕좌왕하다가 아다마한테 주면 아다마가 볼 끌다 뺏겨서 하프라인도 못 넘어가는 거였지만.
이번 경기로 누누를 까긴 좀 그런 거 같습니다. 맨시티 전에서 진 거니까. 뭐 어쩔 수 없는 거죠. 그 대신 수비진을 까야 합니다. 다음 여름 이적시장에는 꼭 센터백 데려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