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브스 vs 크리스탈 팰리스 울브스 중심 리뷰
Wolves

울브스 vs 크리스탈 팰리스 울브스 중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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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3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겨온 것입니다.

깔끔한 승리

 

간만에 좀 볼 만한 경기였습니다.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못 미치는 정도의 재미였지만, 울브스치고 이 정도면 극한의 재미에 가깝다고 해도 될 거 같네요.

 

누리가 데뷔전 데뷔골을 넣은 경기. 최근 폼 좋았던 포덴세와 네투의 합작골이 나온 경기. 꽤나 오랜만에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좀 더 많았던 경기. 어땠는지 알아보시죠.

 

라인업

 

라인업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덴동커가 다시 한 번 선발로 나왔고, 네베스와 짝을 이뤘죠. 원래는 마르살의 선발이 예상됐던 왼쪽 윙백 자리에 마르살의 부상으로 누리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풀럼 전 이후 선발로 뛰고 있는 킬먼은 사이스가 윙백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3백의 한 자리를 차지했어요. 이건 유망주 기용에 엄청나게 보수적인 누누 치고는 상당히 특이한 선택입니다. 누리 외에는 예상대로 나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아다마 때문에 울브스라는 팀을 알게 되고 좀 관심 있게 보셨던 분들도 계실 텐데, 아다마가 요즘 선발로 안 나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난 시즌 라울과 파괴적인 공격 듀오를 형성해 좋은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올 시즌 폼은 그리 좋지 않거든요. 게다가 포덴세와 네투가 너무 잘해줘서 굳이 바꿀 이유도 없습니다. 교체로 뛰게 하면 슈퍼 서브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선수기도 하고요.

 

선수들

선제골을 득점한 라얀 아이트-누리는 팰리스 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요. 솔직히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오자마자 팀에 뭔가 해주는 선수가 이런 거구나 싶네요. 자신감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슈팅도 각 보이면 바로 시도하고 자하가 좀 비매너 플레이하니까 들이대면서 공 내놓으라고 하는 깡이 있더라고요. 기량도 윙백을 높게 전진시키는 울브스의 시스템에 잘 맞는 공격적인 능력이 출중한 선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그앙 시절 평가에 비해 크로스는 아쉬웠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적응해가면서 괜찮아질 거라고 봐요. 그리고 윙백 치고 공중볼 수치도 좋은 선수라, 도허티가 하던 코디의 롱패스를 받아주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네요. (관련기사 – 라얀 아이트-누리가 울브스에 가져다줄 것들)

 

오른쪽 윙백에 섰던 넬송 세메두는 정말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수비, 공격, 온 더 볼, 오프 더 볼, 패스 등 뭐 하나 못하는 게 없었어요. 우측면에서 자하가 드리블하는 거 거의 다 막고, 공격에서는 크로스도 좋고, 드리블도 잘하고, 네투나 포덴세한테 패스도 잘 주고. 얼마 전까지는 ‘도허티보다 축구는 확실히 잘하는데 울브스에는 안 맞는다’ 였는데 이젠 잘 적응한 거 같아요.

 

3백도 좋았습니다. 볼리는 뭐 평소처럼 나가면서 수비했는데, 세메두랑 같이 자하를 막다 보니 이 특성이 효과적으로 작용했어요. 1대1 싸움에서 볼리가 뚫리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코디는 클리어링 불안한 장면이 한 번 정도 나오긴 했다만, 패스 잘 넣어주고 심각한 실수 안 한 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코디가 패스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팰리스의 압박이 그리 강하지도 않았고, 내려 앉았을 때 측면을 많이 견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코디는 압박 안 받으면서 편하게 세메두와 누리에게 롱볼을 넣어줄 수 있었죠. 코디는 롱패스 19개 시도해서 18개 성공했고, 그 앞에 네베스도 18개 시도해서 16개 성공했습니다. 그만큼 후방에서 편하게 빌드업했다는 얘기죠.

 

킬먼은 좋은 폼을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사이스를 굳이 왼쪽 윙백에 쓰면서 어쩔 수 없이 기용한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해줄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킬먼이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후, 울브스는 4경기에서 3클린시트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뉴캐슬 전 실점도 프리킥이었으니 필드골 허용은 없는 셈이죠. 제공권, 대인 수비도 좋고, 풋살 국가대표 출신이라 발밑도 꽤 괜찮은 선수입니다. 앞으로 오래 봤으면 하네요.

 

미드필더에 있는 덴동커는 센터백 덴동커와 다른 사람입니다. 디니한테 드리블 뚫려서 왓포드한테 승리 내주는 게 센터백 덴동커라면, 아주 믿음직한 박투박 역할을 해주는 건 미드필더 덴동커죠. 올라가서 공격 가담도 해주고 수비 커버도 해주고. 가진 게 활동량 밖에 없고 주력, 패스 같은 건 기대도 못하지만 그 활동량이 울브스에 찰떡같이 맞습니다. 덴동커의 활용법에 대해서는 전술 얘기에서 좀 더 풀게요.

 

네베스는 네베스입니다. 코디 다음으로 롱패스를 많이 해줬고, 좌우 전환도 많이 해주면서 전진 패스도 잘 넣어줬죠. 팰리스 전에서 SCA(Shot Creating Action-드리블, 패스, 파울 획득, 혹은 직접 슈팅을 통해 슈팅을 만들어내는 플레이의 개수)를 무려 8개나 기록했습니다. 수비진 근처에서 빌드업하고 경기 조율을 주로 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거죠.

 

네투와 포덴세도 여전히 좋은 퍼포먼스 보여줬어요. 드리블, 크로스, 슈팅 등 공격에 관여하는 비율이 많이 올라간 두 선수입니다.

 

라울은 좀 아쉬웠어요. 지난 시즌 팀 득점의 거의 50%를 책임졌던 선수가 90분 간 슈팅도 하나밖에 못 때린 건 좀 그렇죠. 근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긴 합니다.

 

전술

라울은 최근 덴동커가 나오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내려와서 볼 풀어주고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맡습니다. 라울이 측면으로 빠지거나 내려올 때, 크로스를 올릴 타이밍이 돼도 라울이 박스 내에 없으면 제공권에 이득을 보기가 상당히 힘들죠. 네투와 포덴세는 피지컬에 장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라 오히려 키가 작은 편에 속하니까. 그럴 때 전진한 덴동커가 헤더를 딸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라울이 최근 적극적으로 내려오면서 골 결정력이 아쉬워진 느낌은 있어요. 리즈 전, 시티 전에 골은 넣었지만 찬스를 놓치는 장면이 꽤 나왔죠. 이번 경기에서는 슈팅 자체를 거의 못 때린 게 문제였고요.

 

그러나 이 부분도 보완책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다른 선수들이 슈팅을 많이 때려줬다는 겁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그냥 각 나오면 때리라는 지시를 받은 거 같아요. 덴동커, 세메두, 포덴세, 누리, 네베스가 두 개 이상의 슛을 기록했습니다. 라울에게 더 많은 롤을 맡기지만, 직접적인 공격에서는 오히려 짐을 덜어주는 운영일지도.

 

그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울브스의 첫 골입니다. 이 골은 ‘가장 울브스다운’ 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려와서 전개 돕는 네베스, 코디의 롱패스, 높게 전진해서 그 패스를 받는 윙백 세메두, 요즘 폼 좋은 포덴세의 크로스, 라울의 박스 내 움직임으로 공간이 생기고 튀어나온 볼을 마무리하는 반대쪽 윙백 누리의 마무리.

 

누누가 울브스에 요구하는 공격적인 움직임의 정점에 가깝죠. 이런 골이 나와줘야 공격이 잘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비는 울브스 수비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줬어요. 전반 15분에 바추아이가 득점을 올리지만 곧바로 취소되는데, 이 장면에서 우측면이 바로 뚫리고 빠르게 중앙으로 볼이 오자 수비진은 손도 못 쓴 채 바추아이에게 공간을 내줍니다.

 

이게 울브스 수비의 핵심이에요. 측면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는가? 아니, 막지 못하더라도 중앙까지 볼이 이어지는 시간을 얼마나 지연시킬 수 있는가?

 

세메두가 자하를 잘 막아서 파생되는 효과는 자하가 드리블을 못 친다 뿐이 아닙니다. 상대가 박스 중앙으로 볼을 투입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면, 울브스는 중앙에 견고한 수비진을 형성할 수 있어요. 3백이라 수비는 많습니다. 다만 그 3명의 수비 중 한 둘이 가줘야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정말 크죠. 측면에서 좀만 잘 막으면, 아무리 좋은 크로스가 들어오고 해도 대부분 막을 수 있어요. 이건 개막전 셰필드 경기에서도 나왔던 겁니다.

 

바추아이의 취소 골 허용도 비슷한 맥락이죠. 측면에서 상대 공격을 늦추지 못했고, 중앙에 수비들이 들어올 시간이 없었다면, 그냥 고속도로 확정입니다. 4-0으로 털린 웨스트햄 전에서 보웬의 골도 이렇게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대 방향전환이 빠르면 대응을 못해요.

 

때문에 윙백들도 수비 시에 요구받는 게 있을 겁니다. 최소한 1대1 시간을 늘리는 정도만이라도 상대 공격을 지연시켜야 해요. 앙제 시절 누리 보면 측면으로 넘어오는 롱패스를 헤더로 걷어내는 게 많이 있던데, 이런 부분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MOM은 세메두를 주겠습니다. 이 경기 같은 활약만 보여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전까지 수비에서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자하를 이렇게 막아주네요. 정말 잘 사왔습니다.

 


마치며

다음 경기는 레스터 시티 원정입니다. 한국시간 11 8일 일요일 오후 11시라 보기도 좋네요. 임형철 위원이 해설한다는데 저를 울브스 팬으로 이끌었던 조타의 그 해트트릭 경기가 생각납니다.

 

이 경기에서 과연 클린시트를 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요. 레스터가 빠르게 역습으로 올라올 때, 중앙으로의 투입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 레스터도 요즘 3백 쓰는 걸로 아는데 3백 간의 대결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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