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5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빨리합시다의 칼럼, FASTory입니다. 이름과는 달리 시간이 흘러도 가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은 코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해요!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뜨는 게 리버풀 레전드 캐러거? 라는 사람이 뽑은 2020 베스트 11이네요.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1년 동안 가장 잘한 센터백 둘 중 하나라는 걸 보면 정말 잘하는 선수인가 봐요! 게다가 승격한 뒤 두 시즌 연속으로 7위에 오르며 선전한 울버햄튼 원더러스라는 팀의 주장인데, 110경기 넘게 90분 풀타임을 뛰었다네요. 부상 빈도도 낮은 철강왕 선수인 듯!
스페셜 영상을 볼까요? 엄청난 롱패스를 쭉쭉 뿌려주네요! 마치 보급형 알론소 같은 패스예요. 그리고 이 선수 주장답게 리더십도 좋다는데, 얼마나 좋은 선수일지 상상도 안되네요~ 카카오톡에서 검색해보면 코디는 어떻게 일반적인 센터백들과는 다른 식으로 패스를 하는가 [디 애슬레틱] (tistory.com)라는 울브스 팬 블로거가 번역한 글이 상단에 뜨던데, 팬들도 좋아하는 선수면 정말 최고죠! 프리미어리그 탑급 센터백 코너 코디 선수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네 앞에 보신 내용들은 싹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코디에 대한 검색어는 싹 다 빨아들여서 어떤 선수인지를 모든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도록 하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코디는 수비를 못합니다. 수비수가 어떻게 수비를 못할 수 있나요? 코디는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 공중볼 처리, 수비 위치 선정, 대인 수비 다 못합니다. 근데 주력은 또 느려서 가장 아래에 있어야 해요. 의외로 보이스 리더로써 전체적인 수비를 조율하는 역할은 하는데 개인의 수비 능력은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살라한테 가슴 트래핑으로 어시스트를 조공한 리버풀 전은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생각되네요. 그 외에도 수많은 핸드볼 위험장면, 굴절골, 뒷공간 허용의 주범이 바로 코디입니다. 가끔 걸레수비나 날아오는 크로스를 막아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거기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크로스 수비도 로망 사이스가 더 잘하더라고요. 그건 그 3백 스위퍼 자리에 서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비입니다.
이런 선수가 있으면 팀 전체가 하나한테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첼시의 ‘더 레지스타’ 조르지뉴와 비슷한 거죠. 누누는 코디한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3백을 썼습니다. 3명의 중앙 수비수를 기용하고 그 사이에 코디를 끼워넣으면서 처참한 수비력은 어느 정도 감춰졌고 울브스는 견고한 수비를 자랑했지만, 공격진과 미드필드 구성에 한계가 생기고 결국 4백 전환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누누는 코디를 버리지 않았고 지금은 10경기 동안 클린시트가 하나도 없는 팀이 돼버렸네요. 다 코디의 잘못인 건 아니고 여러 이유들이 있다지만 코디의 책임이 꽤 큰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4백으로 바뀌고 나서 유의미한 수치 변화도 나타나고 있죠. 지난 시즌에 비해 90분 당 파울 횟수는 0.4회에서 0.8회로 늘었고, 볼 소유권 허용은 0.04에서 0.2로 5배가 늘었습니다. 드리블 허용 역시 0.5회에서 0.75회로 증가했습니다. 수비가 안 좋은 건 전과 비슷한데, 그 안 좋은 수비가 더 티가 나는 환경에 놓여진 셈이죠.
그리고 이 선수가 패스를 잘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그건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까지만요. 올 시즌엔 장기인 롱패스에도 기복이 너무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레스터 전, 웨스트햄전, 리버풀 전 등에는 롱패스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특히 4백으로 나올 때 그게 심했습니다. 여기에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에요.
아까 말했듯이 3백은 코디의 능력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형이었습니다. 코디가 3백을 쓸 때에 비해 4백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죠. 안정적인 위치에서 압박이 별로 없을 때 패스가 제대로 나가는 선수고, 그래서 박스 바로 앞에 머무를 수 있는 3백 스위퍼 자리를 준 거니까요.
그리고 도허티의 이적과 아다마의 부진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디 패스 모음 같은 걸 보시면 대부분이 오른쪽 측면을 향하는데, 확실하게 볼을 받아주던 두 선수가 없으면 코디의 패스 선택지 선정도 좀 어려워지겠죠. 도허티는 윙백임에도 공중볼 수치가 상당히 좋고, 울브스의 3백-윙백 전진 체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미드필더 정도 위치까지 적절히 전진해서 코디의 볼을 잘 받아줬고요. 아다마도 피지컬 보시면 공중볼을 잘 따낼 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었겠죠.
코디의 패스가 간파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울브스가 승격한지 벌써 두 시즌이 지났고, 코디는 그 동안 76경기를 모두 뛰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분석 자료가 많은 선수였겠죠. 또한 코디의 패스 장면을 보면 툭 쳐놓고 하나 둘 셋 하면서 뻥 차는데, 압박을 좀만 받아도 패스를 잘해내지 못합니다. 레스터 전에는 혼자 드리블 조금씩 치다가 바디가 좀 압박하는 척 하니까 바로 깨갱하고 돌아서서 횡패스 날리는 게 압권이었죠. 작은 압박을 통해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선수란 얘깁니다.
그래서 요약해보면, 코디는 수비를 못하는 수비수다. 패스를 잘해서 썼었는데, 이제는 패스도 잘 못한다. 라는 결론이 납니다. 패스는 이제 사이스랑 비슷해졌고(심지어 사이스는 왼발입니다) 수비는 볼리나 킬먼과 비교도 안되는데 이 선수가 PL 베스트 11에 들어가는 건 완벽한 어불성설이죠.
그렇다면 과연 이 선수가 왜 나오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3백에 쓰는 건 거의 코디를 위한 포메이션이니 그렇다고 쳐도, 과연 4백에 쓰는 이유가 뭘지 참 궁금할 따름입니다. 코디 역시 누누가 나가야 할 이유 중 하나일 뿐이죠.
지금까지 코너 코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블로그 1주년이 되면 코디 얼굴이 정중앙에 있는 프사를 내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라울이 있는 프사로 바꿀 겁니다. 또한 블로그 이름도 바꿀 예정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MLB를 넣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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