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동안 라힘 스털링이 세계 최고의 선수 권좌에 도전할 차례였던 때가 있었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는 잉글랜드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스털링이 지구상 최고의 선수로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체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코소보 전 5-3 승리 이후 그런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털링은 한 골을 넣었고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그가 발롱도르를 차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당시 코소보는 FIFA 랭킹 117위로 페로 제도, 아제르바이잔, 짐바브웨보다 수준이 낮은 팀이었다.
좀 더 최근으로 와보면, 이 축구라는 스포츠의 최고가 될 수 있는 또다른 선수들과 – 이른바 세대 교체 말이다 –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킬리앙 음바페와 엘링 홀란드가 맨 꼭대기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자리를 가져갈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사시다. 음바페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무너트리는 걸 보여줬고, 거의 사반세기만에 캄프 누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첫 선수가 되었다. 마치 큰 경기 때마다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공작과도 같은 엘리트 선수와도 같은 플레이였다.
홀란드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함께 세비야를 상대로 완벽한 멀티골을 뽑아내곤 TV 카메라 앞에서 그의 이상한 어색함과 비상한 자신감이 뒤섞인 웃음을 보이면서 어마어마한 수비 파괴자라는 자신의 명성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응수했다. 음바페는 22살이고, 홀란드는 20살이다. 두 원더키드가 축구계의 새로운 문을 열 키를 쥐고 있다. 당신이 그들의 경기를 볼 때마다, 그들의 발 밑에 볼이 가길 기대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그들의 관계는 라이벌리가 될 것이다. 메시와 호날두처럼 누가 더 나은지 말싸움을 하기 위한 인터넷 키보드 워리어들의 전쟁판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메날두 논쟁은 그 주제만을 위한 사이트도 있다). 만약 당신이 호날두의 영화를 기억한다면, 그들 중 적어도 하나는 상대를 뛰어넘기 위해 24시간 365일 동안 강박 관념을 가질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전형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레알 마드리드 임원진의 관찰을 받는 호날두의 동료 중 한 명이 슬며시 “다른 남자가 모든 걸 부숴버릴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속삭인다. 당신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그 ‘다른 남자’는 바로 메시였다. 그 영화에서는 메시가 그와 잘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이반 드라고 (역주-영화 <록키>에서 록키 발보아의 숙적) 스타일의 악역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20년 간 한 종목의 최정상에 있었던 두 선수를 어린 유망주들이 대체할 거라는 이야기를 언제든지 하는 데에는 여러 문제들이 존재한다. 음바페, 홀란드, 스털링, 혹은 이런 논쟁에 참여했던 그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일단 가장 먼저 짚어볼 부분은 훌륭한 축구선수와 축구사에 남을 훌륭한 선수가 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메시는 이미 오래 전에 그 경계를 넘어섰다. 호날두 역시 마찬가지다.
음바페는 그가 펠레 이후 월드컵 결승에서 득점한 가장 어린 선수라는 걸 생각하면 아마 그 역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현실적으로 호날두나 메시만큼 대단한 선수가 되길 바랐던 선수들은 차라리 어떻게 하면 자기 손목에서 거미줄을 뽑아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게 나았던 기기가 분명히 있었다. 음바페와 홀란드, 그리고 다른 많은 선수들이 의심의 여지없이 뛰어난 만큼, 그들은 이런 플레이를 매 해마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급으로 꾸준하게, 그리고 가차 없이 해왔던 두 선수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근사하게 표현하자면, 호날두와 메시는 축구계의 특이 케이스들이다. 우리가 이런 선수들을 근래에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쉽게 단정 지으면 안된다.
약간의 예시들이 이를 잘 보여줄 것이다. 일단 메시는 발롱도르 6회 수상자이다. 호날두는 5개를 받았다. 도합하면 11번의 2위와 한 번의 3위 기록(아주 창피한 일이다)이 있다. 그들은 합계 1,488골을 기록했고, 9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수 조 개의 스텝오버 (물론 호날두 혼자의 기록이다) 그리고 대개 컴퓨터 게임에서나 할 수 있었을 화려한 플레이들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수많은 성취들로 가득찬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단지 골, 명예, 엄청난 기록들만이 아닌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메시와 호날두가 보여주는 모든 것들이 바로 포트폴리오다. 화려한 발놀림과 즉흥적인 천재성이 있다. 그 둘 중 하나가 드리블의 미학을 창시한 건 아니지만, 둘 다 자신들의 스킬을 최고점까지 끌어올렸다. 그들은 프리킥의 명수다. 메시와 호날두가 쇼맨이라는 그들의 역할을 받아들였기에, 캄프 누와 베르나베우, 그리고 이젠 유벤투스 스타디움의 달콤한 밤들이 있을 수 있었다(역주-상암은 달콤하지 못했나 보다).
아마 당신은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펩 과르디올라가 제임스 밀너를 넛멕으로 제쳐버리는 메시를 보고 웃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혹은 호날두가 볼튼 원더러스와 풀백 헨릭 페데르센을 28분 동안 계속해서 뚫어내면서 현기증을 일으켰던 때를 기억할 수도 있다.
당시 볼튼의 감독이었던 샘 앨러다이스는 (2007년 맨유의 볼튼 전 4-1 승리 이후) 그의 수비수들을 끊임없이 제쳤던 호날두의 퍼포먼스가 마음의 상처를 남기진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상처라고요?” 빅샘은 말했다. “우린 그 상처 때문에 X나 성형수술을 받아야 했어요.”
당신에게는 그런 기억들이 있다. 잊었을까 봐 상기시켜 주자면, 메시는 클럽에서 10년 연속으로 40개 이상의 골을 기록한 사상 첫 선수이다. 두 시즌 연속으로 60골 이상을 넣기도 했고, 달력 상의 1년 동안에는 91골을 득점했다. 비록 그의 라이벌이 ‘섹시 풋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건 아니지만, 호날두라는 행성에는 새와 벌들이 떼 지어 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역주-birds and bees는 성을 좀 순화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호날두의 축구가 섹시하다는 듯).
클럽과 대표팀 골 수를 합산하면 호날두가 763 대 725로 앞선다. 혹은 호날두의 포르투갈 소속 골과 메시의 아르헨티나 소속 골만 세어도 102 대 72로 호날두가 우위에 있다. 그리고 호날두가 이런 사실을 좋아하지 않을까? 내가 아주 오래전 어린 호날두에 관해 썼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섹스 도중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선 바뀐 게 하나도 없다.
한편 메시는 계속해서 엄청난 천재가 당연시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이는 중이다. 그의 예년에 비해 최근 몇 년 간 좋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건 아마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시는 지난 시즌 라리가 득점왕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4시즌 연속으로 피치치를 들었다. 유럽 5대리그 –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 에서 지난 2년 간 메시보다 더 많은 골에 관여한 선수는 없었다. 올 시즌에도 그는 라리가 득점 순위에서 선두 루이스 수아레즈보다 단 한 골 뒤쳐졌다. 이는 메시가 안 좋을 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천재적이지 못한 레벨의 선수들보다는 훨씬 더 특별한 선수라는 걸 보여준다.
가장 슬픈 것은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저널리스트 윌프리드 다이아몬드가 말했듯이, 나이는 최고의 챔피언들마저도 거스를 수 없는 상대다. 호날두는 얼마 전 36살이 됐고, 메시는 올 여름에 34살이 된다. 그들은 너무나도 오랜 기간 동안 축구라는 스포츠의 정중앙에 서있었기에, 그들이 없는 축구계가 어떤 모습을 할지 상상해보는 건 이상하게도 불안하다. 누가 더 잘했는지에 대한 분노의 논쟁은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즐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기는 건 어떨까? 만약 여러분이 직접 그들을 본 적이 없다면, 너무 늦기 전에 메시와 호날두의 경기를 직관하는 걸 위시 리스트에 올리는 게 최고의 조언이 될 것이다(역주: 그 6만 5천명은 나중에도 호날두를 볼 수 있나 보다…).
새내기들의 관해서라면, 아마 당신은 지난 시즌 개막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 호날두와 메시가 15골을 넣는 사이 음바페와 홀란드는 28골을 득점했다는 기록을 봤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대교체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거라는 증거다.
하지만 통계의 문제는 너무 거시적인 이야기만 들려준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골 수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음바페는 향후 15년 간 평균적으로 40골을 넣어야 현재 호날두의 총득점보다 6골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다. 홀란드는 같은 기간 동안 – 무려 2036년까지 모든 시즌을 말이다 – 평균 42골을 넣어야 현재 메시의 골과 동률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 타깃은 항상 더 먼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호날두는 언젠가 40살까지 뛰겠다고 말해왔다. 그와 메시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어쨌든, 아직은 아니다.
요점은,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다신 이런 축구선수들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음바페와 홀란드는 그들이 받는 모든 극찬들을 충분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특히 음바페는 관중들이 그를 보러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게 할 수 있는 엄청난 마법과도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냥 음바페 vs 홀란드의 대결이 메시 vs 호날두의 대결만큼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자는 것이다.
그건 음바페에게도, 홀란드에게도 적절하지 못한 처사다 – 그리고, 매 년마다 위대함의 진정한 한계를 높여 온 두 선수에게도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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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Daniel Taylor 2021.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