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 포인트: 포덴세, 윙백, 4백, 빌드업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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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 포인트: 포덴세, 윙백, 4백, 빌드업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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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좀 있어서 한 주 정도 글을 못 썼습니다. 앞으로 한 달 쯤 더 그럴 수도.

지난 빌라 전은 봤는데, 라인업 가지고 비관하는 글은 뉴캐슬 전 말고 이 경기 전에 썼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들었습니다(당연히 앞으로 경기 결과나 경기력 확언하는 글은 안 쓸 겁니다). 정말 너무 못해서 보기 괴로울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줬죠. 물론 이긴 건 정말 잘한 일이긴 합니다.

제가 뉴캐슬 전 라인업 글에서 잘못 생각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포덴세가 없으면 볼 전진이 안 된다'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라울과 포덴세가 둘 다 없으면 전방에서 볼을 앞으로 보내기가 매우 힘들어진다'로 가야 해요. 뉴캐슬 전에는 라울이 나왔고, 뉴캐슬은 라울이 라인 사이로 내려와서 공격 전개 해주는 걸 전혀 견제하지 못했고, 황희찬의 침투가 아주 적재적소에 나왔고, 황희찬의 골 결정력이 매우 좋았으며 뉴캐슬이 전방 압박도 그리 잘 걸질 못했기 때문에 두 골을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근데 빌라는 다르죠. 사이스가 전방에 땅볼로 깔아주는 패스, 킬먼이 볼 몰고 전진해서 내주는 패스 이런 거 잘 안 통했습니다. 뭐 울브스 선수들이 볼을 엄청나게 못 찬 것도 있긴 합니다만, 볼이 좀 편하게 전개돼서 쉽게 공격을 나가고 이런 양상이 거의 보이질 않았습니다. 황희찬은 전방에서 오프 더 볼로 볼을 받는 움직임을 많이 보여주지도, 볼을 받고 지켜주지도 못했고 아다마는 드리블은 괜찮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덴동커는 왜 거기다 썼는지 정말 의문. 오른쪽 윙처럼 올려서 쓰는데 어떤 그림을 그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많이 뛴다는 건 이 선수의 확실한 장점인데, 그거 외에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았고 도움이 되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빌라 전 이야기를 길지 않게 풀고 가볼까 합니다.

포덴세를 쓰자

빌라 전 정말 진정한 게임 체인저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전방에서 볼을 앞으로 보낼 수 있는 선수는 자신과 라울 뿐이라는 것을 보여줬고 ('전방에서'라고 하는 이유는 네베스도 가능하긴 한데 공격 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이 두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플레이와 공격 전개를 통해 분위기를 180도 바꿔놨습니다.

제가 포덴세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다 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물론 제공권 빼고요). 측면이든 중앙이든, 패스든 드리블이든, 전환이든 전진이든 다 됩니다. 정말. 공격진 중에서 패스로 뭔가를 바꿔 줄 수 있는 선수를 꼽자면 라울과 포덴세가 생각이 나고, 드리블로 뭔가를 바꿔 줄 수 있는 선수를 꼽자면 아다마와 포덴세가 생각이 납니다. 트린캉은 그냥 다 애매해서 포덴세, 아다마, 황희찬에 이은 4옵션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맹활약 할까봐 무섭긴 한데... 사실 리즈 전에 트린캉이 선발로 나온다 해도 수비에서 정말 취약한 자원이 마크맨을 붙지 않는 이상 잘할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고 봅니다. 주력도 애매하고 드리블도, 패스도 애매하고 슛은 못하는..). 황희찬의 경우는 약간 다르게 움직임으로 균열을 내는 유형이라 봐야겠죠. 파비우 실바도 그런 유형으로 가는 거 같았는데 최근에는 U23팀에서도 잘 못하는 거 보면 영... 포덴세는 득점도 확실한 찬스에서는 가능한 자원이라는 가치가 있죠. 최소한 트린캉 아다마가 놓쳤던 그런 찬스를 얼척 없이 날리진 않습니다.

어쨌든, 포덴세가 지난 시즌 중앙에서 보여줬던 플레이, 측면에서도 잘 될 때 보여줬던 플레이를 보면 작고 날쌘 라울과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패스와 드리블이 좀 더 상향되고 피지컬이 대폭 하향된 라울. 좌측에 섰을 때에도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슈팅을 날리기보다는 반대쪽으로 바로 전환을 띄워주는 플레이를 많이 했죠. 중앙에 서면 달리면서 앞쪽으로 패스 넣어주는 걸 많이 했고.

또한 포덴세는 상대를 제칠 수도, 제치지 않고 패스를 통해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왓포드 전 황희찬의 데뷔골이 나온 장면에서 그런 포덴세의 장점이 잘 드러나죠. 공격에 질과 다양성을 모두 더해줄 수 있는 선수를 선발로, 주전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어차피 라즈는 중앙으로 볼을 전진시키는 루트를 제대로 팔 생각도 없고 아마 파지도 않을 겁니다. 측면으로 볼을 빠르게 전환시켜주면서 그 측면에서 전진하고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해서 공격을 마무리하거나 박스 좀 앞쪽 측면에서 하프스페이스 or 중앙으로 볼 넣어주면서 들어가는 걸 하려 할 텐데, 포덴세는 빠르게 전환/ 빠르게 전진/ 중앙으로 볼 투입/ 중앙에서 볼 키핑이 모두 가능한 선수죠. 포덴세를 무조건 선발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윙백, 어떻게 좀 해야

현재 울브스의 주전 윙백은 좌측에 마르살, 우측에 세메두입니다. 솔직히 마르살은 이제 더 까기도 지칩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누리가 훨씬 더 낫다고 보이는데도 마르살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지난 시즌에 레프트백 자리에서 증명한 선수가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팬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빌라 전에도 전방으로 패스 두 개 정도를 평범하게 넣어주긴 했는데 그거 말곤 대체로 마이너스였습니다. 이전 글들에서 하도 많이 깠으니 마르살은 이 정도로 할게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마르살이 나오면 그 경기 왼쪽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442로 전환할 때 마르살을 가장 먼저 빼줬으니 이걸로라도 행복회로를 돌려볼 뿐.

세메두도 요즘 문제입니다. 벌써 1대1 찬스를 5번 정도 놓친 건 그렇다 치고, 수비나 드리블에서 기복이 너무 심합니다. 수비야 뭐 위치 못 잡고 대인 수비 뚫리고 하는 건 바르사에서 올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으니 그렇다 치지만, 빌라 전에는 이상한 드리블 시도하다가 흐름 끊어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세메두 기용에 대해서는 라즈를 완전히 탓할 수가 없습니다. 왼쪽이야 지난 시즌부터 (누리와 마르살이 둘 다 지난 시즌부터 울브스에서 뛰었으니까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리가 마르살보다 보여준 게 많으니까 누리를 기용하라고 하지만, 오른쪽의 경우는 세메두가 아니면 풀백 또는 윙백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가 키-야나 후버 뿐이죠. 근데 후버는 세메두를 완전히 제칠 만한 뭔가를 보여줬다기엔 좀 그렇습니다. 프리시즌 셀타 비고 전에 굉장히 뛰어난 활약을 펼치긴 했는데 (이때 글 있습니다) 그걸 갖고 바로 주전을 먹긴 좀 그렇죠. 리그컵 토트넘 전이나 세메두가 결장하면서 나왔던 리그 개막전 레스터 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요.

 

그와중에 무슨 브라질 레프트백 기예르미 아라나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태면 그냥 왼쪽에는 누리 쓰고 오른쪽을 영입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3백이면 오른쪽 윙백에 아다마를 쓰면 안 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 솔직히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하는 수라고 봐요. 왜냐? 사실 아다마 윙백 기용의 결과는 오래된 미래와도 같습니다. 아다마가 떠올랐던 2019-20 시즌 중후반, 우측 윙백이 제때 영입되지 않았던 2020-21 시즌 초반에 아다마는 우측 윙백을 봤습니다. 결과는? 수비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고, 각각 우측 윙어로 포지션 변경/ 조커로 기용 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랐죠. 라즈가 요즘 많이 보여주는 '지고 있는 상황에 일단 공격 숫자 늘리는 교체' 같은 걸 할 때 잠깐 쓰는 거면 몰라도, 이걸 믿고 뭔가 플랜을 잡고 그러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백, 써볼 생각 있어?

올 시즌 들어서 300번은 얘기하는 것 같은데 지금 울브스의 선수 구성으로는 무조건 4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을 바라봐야 합니다. 센터백만 제외하고요. 포덴세, 아다마, 라울, 황희찬이 모두 기용 가능한 상태이고 12월쯤 되면 네투도 부상에서 복귀하기 때문에 이런 공격진을 3백 포메이션에 썩히긴 너무 아까워요.

 

라즈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포메이션을 파괴하고 공격에 중점을 두는 교체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4백을 반대한 이유는 수비 밸런스 때문인데, 라즈는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것을 깨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어요. 그래서 혹시 겨울 이적시장에서 센터백을 영입하기 전부터 (물론 이 팀은 지난 3년 간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센터백을 안 사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현실이 다가오기 전부터 벽에 부딪히고 싶진 않네요) 4백을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가능성은 아주 낮아요. 그냥 해보고 싶었던 얘기.

 

라즈가 지금 사이스-코디-킬먼 라인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해서 바뀔 공산은 사실 꽤나 낮아보입니다. 볼리는 기다려야 한다는 식의 인터뷰도 했더라고요. 사이스를 뭔가 좀 바꿔줬으면 하는데... 볼리가 어떤질 잘 모르겠어서 (누리와 달리 볼리는 지난 시즌에도 내려오는 게 보였으니까요) 확언하진 못하겠습니다.

 

빌드업 이게 맞나?

빌라 전에 미스가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사실 원래 축구를 못하는 선수들이 미스를 내는 건 별 감흥이 없습니다. 일례로 오른쪽 윙 자리에 덴동커를 세운 건 놀라웠지만 덴동커가 그 자리에서 못하는 건 별로 놀랍지 않았어요. 왜냐면 그 자리가 잘하는 자리도 아니고, 중미로 나왔다고 해도 볼을 잘 차는 유형도 아니니까요.

 

무티뉴는 또다시 지난 시즌 초에 보여줬던 그 폼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빌라 전 스탯을 보면 무티뉴의 패스 성공률이 76%이고 네베스가 75%입니다. 근데 네베스가 패스 숫자 자체가 많고, 롱패스 비율도 높아요. 파이널 써드로 향하는 패스도 그렇고요. 중앙에서 중추 역할을 해줘야 할 무티뉴의 폼이 안 좋으니 중원에서 뭔가 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빌라 전에 상대가 측면으로 빌드업을 유도하면 그대로 끌려가면서 공간에 그대로 갇혀버리는 장면도 꽤 많이 나왔는데 이런 건 최대한 피했으면 합니다.

 

차라리 아다마를 투톱처럼 올리지 말고 볼 받는 동선 자체를 내려서 많은 수를 뚫고 파이널 써드에 있는 동료에게 전달해주는 롤을 주면 어떨까 싶어요.

 

리즈 전에 맨마킹에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진: 울브스 공식 홈페이지, 공식 트위터, Talking Wolves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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