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의 50골: 환상적인 골들과 그의 이야기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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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의 50골: 환상적인 골들과 그의 이야기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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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브스에는 스티브 불의 왕좌를 이어받을 후계자 후보들이 여럿 있었다.

 

사실 불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 불은 울브스에서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업적들을 이뤄냈고, 그와 같은 퍼포먼스는 다시 재현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울버햄튼이라는 도시와 팬들에게 불이 갖는 의미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월요일 밤 에버튼 경기가 있었던 몰리뉴에서 팬들은 관중석에 앉아 있는 불을 보고 언제나처럼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가 은퇴한지도 22년이 지났지만, 팬들은 여전히 거의 매 경기마다 그의 모습을 보면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팬들은 그들의 새로운 영웅을 위한 가장 큰 함성을 남겨 두었다.

 

라울 히메네스는 울브스의 리드를 2점차로 늘리는 칩샷을 집어넣으면서 울브스 소속으로 50번째 골을 득점했다. 그의 골은 제시 린가드의 세레머니마냥 힙했다 (역주-원래 표현은 하인즈 케찹을 한 통 쏟아부은 것처럼 saucy했다는 건데 한국어 표현이 마땅치가 않아서 의역했습니다). 이 골을 통해 라울은 그 이전의 21세기 울브스에서 가장 유명한 9번이었던 실뱅 이뱅스-블레이크(2008-2013) 이후 처음으로 50골 고지를 밟게 되었다.

 

라울과 이뱅스-블레이크의 차이는 후자가 대부분의 골을 2부리그에서 넣었다는 것이다. 라울의 리그 득점은 모두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상대로 나왔다. 이는 그가 1970년대 울브스의 존 리차즈, 케니 히빗, 데릭 두건 이후 처음으로 최상위 리그에서 50득점을 기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난 4,50년 동안 50골이라는 성과를 낸 선수가 얼마나 드물었는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이는 지난 39년 중 1부리그에 있었던 시즌이 단 8시즌 뿐이었던 울브스에게 지금이 얼마나 대단한 전성기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상술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1970년대 이후 울브스의 유니폼을 입고 5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멜 이브스, 앤디 머치, 케니 밀러 뿐이다. 머치의 모든 골, 밀러의 거의 모든 골, 그리고 이브스의 골 반 이상이 2부 이하 리그에서 나왔기에, 울브스 소속으로 1부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를 찾으려면 울브스의 진짜 전성기였던 1950년대까지 돌아봐야 한다. 따라서 라울은 전설적인 스탠 컬리스가 감독이었던 때의 리차즈, 히빗, 두건과 함께 그 범주에 해당되는 네 명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울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그가 그 골 수 이상의 것을 가진 선수라는 점이다. 그는 득점을 만들고, 공격을 시작하고, 전방에서 수비에 가담하고, 압박을 하고, 열심히 뛰고, 공중볼을 따내고, 헌신적으로 팀 플레이를 하고, 연계 플레이를 하고, 빠르고,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사실 최근 울브스의 역사에서, 최소한 디 애슬레틱이 경기를 보기 시작한 이래로는 (30년 정도 됐다/ 역주-팀 스피어스가 울브스 경기를 본 기간을 말하는 것 같네요) 그 누구도 라울에 비견될 수 없다. 케빈 도일은 공격진을 잘 이끌어주는 스트라이커였지만 골 기록 (179경기 33골)은 훌륭하지 못했다.

 

라울의 50골은 겨우 120경기 만에 터졌고, 그 중 선발은 110경기였다. 또한 그는 20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즉 그는 울브스에서 9,704분 동안 7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138분마다 하나의 골을 만들어낸 셈이다. 라울은 한 경기 반마다 득점에 관여했다. 2018-19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 이후 다득점에는 전혀 가까워지지 못한 팀(울브스는 124경기에서 145득점을 올리면서 1경기 당 겨우 1득점을 넘는 팀이다)의 공격수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기록이다.

 

아래의 표를 보면, 여태까지 라울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시즌은 2019-20 시즌이었다. 그는 유로파리그에서 기록한 6골까지 더해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6분마다 한 골씩을 넣었다.

 

또한 이는 거의 1년 전쯤 라울이 두개골 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하고 잔여 시즌 동안 팀에서 이탈했을 때, 울브스가 얼마나 대단한 스트라이커를 잃었던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울브스의 시즌에서 유럽 축구 최고의 완성형 포워드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재활 기간이 길었던 부상에서 돌아와 경기장으로 복귀할 때 느꼈을 정신적 트라우마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시즌 초반 라울은 폼을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은 그가 다시 최고였던 때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

 

지난 달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가는 황희찬에게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찔러주면서 데칼코마니처럼 기록한 두 개의 어시스트는 대단히 파괴적이었다. 월요일에 상대의 치명적이지만 울브스에게는 선물과도 같았던 백패스에서 비롯된 그의 골 역시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과 기술, 그리고 결정력을 요했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라울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볼이 굴러가는 걸 봤고, 키퍼가 밖으로 나올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봤어요. 수비수 역시 그러고 있는 걸 발견했죠. 라울은 말했다. 그래서 난 볼이 애매한 지점으로 가는 걸 확인했고, 마음 속으로 이건 내 거다. 가서 따내고 골 넣는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엔 키퍼가 나오는 걸 봤고 톡 차서 그를 넘겼죠.

 

라울이 이 찬스를 매우 잘 처리했고 자연스럽게 골로 연결시켰지만, 그가 11 찬스 마무리를 통해 득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의 50골 중 6골만이 11 찬스에서 나왔다. 울브스에서 그의 골은 대부분 크로스, 페널티, 혹은 박스 안에서의 슈팅에서 나왔다.

 

 

박스 밖 득점이 세 개 뿐이라는 것은 라울의 기술과 슈팅의 파워를 생각해보면 꽤나 적은 수치이다. 사실 그가 47골을 넣기 전까지, 울브스 소속으로 넣은 중거리 골은 단 하나 뿐이었다. 심지어 큰 경기도 아니고 20198월 북아일랜드의 크루세이더스 전 유로파 예선에서 나온 골이었다.

 

47번째 골은 지난 10월 리즈 유나이티드 전 20야드 거리에서 들어간 굴절 골이었고, 48번째가 그 다음주에 나온 뉴캐슬 전 프리킥 이후 세컨볼에서 나온 멋진 하프 발리 슛이었다. 라울은 뉴캐슬 선수들이 울브스의 세트 피스를 헤더로 걷어낼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일부러 박스 바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의 페널티킥 기록은 거의 완벽하다 (라울은 울브스에서 찬 페널티킥 9개 중 8개를 성공시켰는데, 그 실패 한 번이 2019-20 시즌 유로파리그 8강 세비야 전에 나왔다. 울브스는 결국 득점 없이 1-0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필이면 그때 말이다!).

 

몇몇 순간을 꼽아보자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울브스의 팬들은 모두 자신만의 라울의 순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 나올 다섯 장면을 제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이들은 아마도 울브스에서 그가 기록한 최고의 골 5개일 것이다.

 

1. 울브스를 유로파리그 조별 리그로 이끄는 토리노 전 멋진 솔로 골이다. 토리노에 있었던 팬이라면 누구든 이 날이 울브스의 최고의 원정 경기 중 하나였고 이 골이 그 대미를 장식했다고 말할 것이다.

라울 골장면은 4분부터.

 

2. 이 골은 그냥 말도 안 되는 골이었다. 드리블, 움직임, 스킬, 완벽한 패스, 박스 안 침투, 그리고 도약과 헤더, 골 결정력까지. 완벽했다.

라울 골 장면은 35초부터.

 

3. 또다른 역습 골이다. 토트넘 핫스퍼 전 3-2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깔끔하고 멋진 득점이었다.

이 득점을 모든 각도에서 보여주는 영상이다.

 

4. 번리 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발리 골이다.

마찬가지로 에브리 앵글.

 

5. 이번에도 박스 안에서 만들어진 발리 골이다. 다니엘 포덴세의 크로스를 인사이드 슈팅으로 마무리지었다.

영상 시작 부분부터 나온다.

 

그의 골을 어시스트 해준 선수들 역시 흥미롭다.

 

디오고 조타 (그가 리버풀로 떠날 때에도 라울은 44골로 50골까지 그리 머지 않은 득점을 기록 중이었다)10개로 라울에게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해줬고, 아다마 트라오레 (9), 주앙 무티뉴 (4), 맷 도허티 (3), 포덴세 (2)와 다섯 명의 선수(후벵 네베스, 이방 카발레이루, 조니 카스트로 오토, 윌리 볼리, 주제 사)1회로 그 뒤를 이었다.

 

팬들은 2018-19 시즌 라울과 조타가 구성했던 텔레파시가 통하는 공격 듀오를 기억할 것이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는 시즌 중반에 3-5-2로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두 선수를 중용했다. 2019-20 시즌은 라울과 아다마의 쇼였다. 아다마의 어시스트 9개는 모두 이 시즌에 나왔다 (둘은 2018년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됐다).

 

올 시즌 라울의 골을 어시스트해준 선수가 키퍼 사 뿐이라는 사실은 울브스가 또 다른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는 사우스햄튼 전 한번에 롱볼을 보내면서 라울의 골을 도왔다.

 

그와 황희찬의 연계는 라울이 찬스 메이커로 활약하면서 생산력을 내고 있다. 뉴캐슬 전 두 골처럼, 라울은 에버튼 전에도 황희찬의 골을 도울 뻔했다. 아쉽게도 황희찬의 골은 타이트한 오프사이드 콜에 걸리고 말았다.

 

울브스가 이제야 공격 시에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황희찬이라는 선수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에 (조타가 리버풀로 떠난 이후로 라울만이 이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공격을 시작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고, 박스 안에는 선수가 없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패스를 찔러주는 라울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에버튼의 백4 앞쪽의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발에 공이 붙은 것 같은 정확한 패스를 여러 번 찔러줬다.

 

정말 잘 되고 있어요. 라울은 이번 시즌에 관해 말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난 세 시즌 동안에도 울브스에 있었던 선수들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알고,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알아요. 우리에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습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가 최선의 플레이를 할 것이고, 벤치에 있는 선수도 그와 똑같이 하거나 그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믿는 거죠.

 

그는 50득점에 관해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팀에 있어서, 내 스스로, 그리고 클럽의 역사에 남는다는 점에 있어서 아주 영광스럽습니다. 계속해서 팀의 승리를 돕고 있어야 할 자리까지 올라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라울이 상대 진영 어느 곳에 있어도 빛이 나는 영리한 선수라는 걸 생각하면, 브루노 라즈는 그가 정확히 어느 곳에 있어야 최고의 활약을 하는지 알아내야 할 것이다.

 

그가 4, 5, 6명이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라울 히메네스는 오직 하나 뿐이다.

 

울브스의 라울이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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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Tim Spiers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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