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포덴세와 아다마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 [FASTory] 울브스 vs 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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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덴세와 아다마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 [FASTory] 울브스 vs 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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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봐주기 힘든 경기였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팰리스 전의 악몽이 그대로 떠오르는 경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수들도 킬먼, 누리, 무티뉴, 네베스 말고는 모두 평균 이하. 너무나도 좋지 않은 경기였고 전술, 교체, 선발 라인업 등 대체로 거의 다 별로였습니다.

 

라울이 잡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경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

울브스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라울입니다. 저는 라울이 이적한 이후 울브스에서 라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조타가 골을 넣을 때 어시스트를 한 선수가 누구인지, 아다마가 측면을 털어먹고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올릴 때 득점한 선수가 누구인지, 네베스가 좋은 패스를 뿌려주면 버티고 마무리를 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황희찬이 득점할 때 공격을 시작하고 패스를 찔러주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도 라울을 그리워하지 않는 팬이 없었습니다.

 

팰리스는 지극히 정상적인 접근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울브스 공격의 핵심은 누가 봐도 라울이고, 일단 라울을 틀어막아야 울브스가 편하게 공격을 시작하고 박스 안으로 들어가거나 기회를 만드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팰리스는 라울이 내려와서 볼을 받으려 해도 게히를 붙여놓고 롱볼을 보내려 하면 거기에 한 두 명의 선수를 더 붙이면서 라울의 볼 소유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라울은 15개의 패스를 시도해 9개의 패스만을 성공시키면서 풀타임을 뛴 선수들 중 가장 적은 패스 횟수를 기록했고, 슈팅 역시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만들어낸 헤더 슈팅 하나 밖에 때리지 못했습니다.

 

울브스는 앞으로 모든 팀이 라울을 견제하는 팰리스의 방식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 계획을 짜야 할 겁니다. 브루스의 뉴캐슬이나 베니테즈의 에버튼이 아닌 이상 라울한테 볼이 쉽게 가도록 놔두거나 가더라도 마크를 한 명만 붙이는 이상한 선택을 할 리가 없습니다. 뭐 다음 경기 웨스트햄 전에는 어차피 상대에 주마가 있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예상되긴 하지만요 (2년 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라울이 주마에게 완전히 묶이면서 첼시에 2-0 패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라울이 집중 견제를 당하면 울브스의 공격에는 큰 문제가 생깁니다. 굉장히 여러 가지로 세분할 수도 있지만, 크게 나누면 공격을 쉽게 시작할 수 없고, 전방에서 볼을 순환하거나 박스 안으로 투입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득점으로 마무리를 지어주는 게 힘들어집니다.

 

BTP의 패스맵입니다. 라울의 활동폭은 넓게 표시되어 있지만 연결된 패스 줄기는 없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코디도 평소에 비해 롱패스를 뿌려주거나 많은 볼 터치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다마&포덴세가 답이었다

이 경기에서 워스트를 두 명 꼽자면 트린캉과 황희찬이 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경기 양상이었습니다. 무조건 공격의 중추가 되어야 했던 라울은 묶여 있으니 볼을 안정적으로 전방에서 소유해줄 선수도 없고, 두 윙에게 좋은 패스를 뿌려줄 선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황희찬과 트린캉이 볼을 소유하고 전진하거나 슈팅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둘의 장점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입니다. 트린캉은 볼을 소유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지만, 템포에 맞게 전진을 하거나 시야를 넓게 보면서 볼을 앞으로 보내주는 선수는 아닙니다. 슈팅은 더더욱 아니고요. 황희찬은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패스나 볼 터치의 정확도 역시 떨어졌고요.

 

더군다나 팰리스 전에는 상대가 거의 계속 볼을 점유하고 울브스의 공격 시간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상대 진영에 공간이 있으면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황희찬과 트린캉 두 선수 모두 빠르게 볼을 몰고 템포를 살리면서 공격을 하진 못했죠. 또한 라즈가 원하는 듯 했던 패스 플레이도 원활하게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머지 않은 곳에 그 해답이 있었습니다. 이 경기 뿐만 아니라 최근 지속적으로 기회를 받지 못한 아다마와 포덴세였습니다.

 

포덴세가 선발로 나왔다면 트린캉처럼 좌측면에 공간이 망망대해처럼 열려 있는 상황에서 볼을 끌고 턴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진 않았을 겁니다. 포덴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넓은 시야와 좋은 오른발 킥을 바탕으로 볼을 달고 뛰는 상황에서도 좋은 패스를 내주는 거니까요.

 

아다마가 선발로 나왔다면 황희찬처럼 상대에게 둘러싸여 전진하지 못하다 볼을 뺏기거나 백패스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터치라인 근처만 아니라면 아다마는 대체로 볼을 몰고 전진이 가능한 선수니까요.

 

황희찬과 트린캉이 나쁜 선수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트린캉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에버튼 전만 봐도 황희찬은 특유의 많이 뛰면서 열심히 압박하는 활동량과 괜찮은 오프더볼, 위치 선정 능력을 보유한 선수이고 트린캉도 어느 정도 의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그게 팰리스 전에는 발휘되기 힘들었습니다.

 

울브스는 거의 모든 공격을 빠르게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고, 그렇다면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에게 뺏기지 않고 드리블을 치면서 전방의 동료에게 패스를 잘 넣어줘야 했습니다. 볼을 소유한다? 네 선수 중 아다마와 포덴세가 잘하는 겁니다(트린캉도 이건 괜찮지만 포덴세가 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도 마찬가지고, 세번째는 포덴세가 잘하는 겁니다. 벤치에 있는 두 선수가 잘하는 걸 선발로 뛰는 두 선수에게 시켜버리니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건 당연했습니다.

 

황희찬과 트린캉이 툴이 없는 선수라는 게 아니라, 이 경기에선 빠르게 둘을 포덴세와 아다마로 교체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볼 필요가 있었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고 싶네요.

 

그리고 아쉬운 점을 하나 더하자면, 아다마가 우측 윙백으로 투입된 이후 오른쪽으로 볼을 많이 보내주질 않았습니다. 전반에는 열려 있는 공간에 세메두한테 볼을 주기도 했는데 세메두는 그런 상황에서 굳이 자신을 수비수들이 몰리는 어려운 상황에 밀어넣는 플레이를 보여줬죠. 어차피 패스 플레이를 통한 전진이 안 되고 모두가 볼을 끈다면 아다마가 볼을 끄는 게 가장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드리블 치다 볼을 내주는 타이밍도 괜찮았고요.

 

수비는 언젠가 터질 폭탄이다

 

갤러거에게 내준 실점 장면입니다. 사이스의 이상한 헤더 클리어링이 눈에 띕니다.

 

사실 상대 공격수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클리어링이 엄청나게 잘못됐다고 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사이스는 이미 몇 시즌 동안 이상한 헤더 클리어링을 굉장히 많이 보여줬습니다. 사실 옛날부터 불만이었던 건데 리뷰에서 짚기엔 너무 한 순간의 것들이라 말을 못했던 점이 바로 사이스의 클리어링입니다. 사이스는 특히 공중볼을 클리어링할 때 팀 동료 쪽으로 볼을 보내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울브스 경기를 볼 기회가 생기면 사이스가 헤더로 볼을 걷어내는 순간에 주목해보세요.

 

자하에게 내준 실점 장면입니다.

 

사는 엄청나게 좋은 키퍼이고 이런 실점을 내준다고 해서 제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경기마다 위험한 장면이 나오는 건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성향은 좋지만 확실하게 처리를 못하면 곧바로 실점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세메두는 저 장면에서의 클리어링과 위치 선정도 그렇지만, 공격 시에 볼을 잡아도 뭔가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아쉽습니다. 후반전에 자하의 드리블을 막아낸 건 좋았지만 그 뿐.

 

누리가 경기 초반 자하를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여주긴 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팰리스의 공격진을 막지 못했고 더 좋은 찬스들을 내줬습니다. 킬먼을 제하면 본질적으로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사실상 없는 정도이니 겨울에 센터백을 영입하는 건 필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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