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테기와 울브스의 속사정: 파워게임과 관계 악화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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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테기와 울브스의 속사정: 파워게임과 관계 악화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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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훌렌 로페테기는 수년 동안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모기업 푸싱 인터내셔널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들은 당시 챔피언십 소속이었던 울브스를 인수한 20167월에도 그를 감독 후보 1순위로 보았다.

 

그래서, 20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기 고작 5일 전에, 울브스가 오랫동안 원해왔던 탑급 감독 로페테기를 잃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리고 로페테기는 왜 울버햄튼을 떠나면서 그가 원해왔던 프리미어리그를 떠나는 것인가?

 

외견 상으로는 협력 관계로 작용해야 했을 로페테기와 푸싱의 관계는 그가 선임된 작년 11월 이후로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그 이유에 관해 디 애슬레틱이 밝힐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 로페테기는 구단의 이적 자금에 관련해서 제프 쉬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 그는 4명의 영입을 원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 로페테기는 올 여름 초 다른 구단의 일자리를 알아봤다.
  • 그의 구단 허락 없이 진행된 인터뷰는 내부에서 문제가 되었다.
  • 로페테기는 종종 ‘예민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여겨졌다

처음부터 로페테기는 우리의 No.1 감독 후보였습니다.” 울브스의 회장 제프 쉬는 9달 전 로페테기를 선임하면서 말했다.

 

로페테기는 분명 울브스의 첫 번째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에게 울브스는 가장 좋은 옵션이 아니었다. 로페테기는 2016년 푸싱이 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가졌었지만, 그의 모국 스페인 대표팀이 부르자 울브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참고 기사: https://fastory.tistory.com/208) 로페테기는 푸싱 울브스의 첫 감독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그의 급작스러운 변덕이 (이는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고, 16명의 선수가 영입되고, 3부리그 근처까지 갔던 푸싱 인수 이후 첫 시즌의 부진에 기여했지만) 그 관계에 악영향을 주진 않았다.

 

울브스는 1년 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를 선임하고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7위에 오르면서 유로파리그 8강까지 진출하는 여정을 걸었다. 한편 로페테기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이후 세비야를 지휘하면서 3년 전 누누의 울브스를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Photo: Jack Thomas – WWFC/Wolves via Getty Images)

울브스가 누누의 후임 브루노 라즈를 경질한 지난해 10월 초 그들이 다시 한번 연결되자, 이젠 로페테기의 시간이 왔다고 느껴졌다 인과는 돌고 도는 법이다.

 

로페테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일하기를 격하게 원했지만, 당시 울브스는 강등권에 위치해 있었고, 그들의 감독직을 맡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 제안을 거절했다.

 

로페테기에겐 부친의 건강이라는 문제가 있었고, 그는 아버지의 곁에 머물기를 택했다. 잉글랜드로 근거지를 옮기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몇 주 뒤 (그 사이 구단은 당시 챔피언십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를 이끌던 마이클 빌을 선임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로페테기는 마침내 울브스의 오퍼를 승낙했다. 제안은 처음 울브스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클럽은 인상된 급여뿐만 아니라 1월 이적시장에서의 지원을 약속했고, 특히 감독에게 강력한 결정권을 부여했다.

 

영입 결정권은 로페테기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구단과 그의 작별에 있어서도 매우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시즌 결과나 전술, 선수 관리 같은 게 아니었다심지어 축구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이별은 돈과 파워게임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침몰하는 배 속에서, 그들은 각자의 체면을 살리고 명망을 지켰다.

 

로페테기가 개인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클럽의 얼룩진 내부 사정을 말하면서 울브스의 어두운 여름이 시작됐다.

 

“(제프 쉬 회장과) 미팅을 가졌는데, 내가 몰랐던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 (FFP) 문제가 있었더군요.” 로페테기는 말했다. “지난 시즌은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우리는 팀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 시즌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만한 발전이 있길 바라요.”

 

지난 시즌 예기치 않았던 175백만 파운드 정도의 지출이 있었기 때문에, 구단이 재정적 건전성에 관한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큰 수입을 거둬야 했다. 작년 지출의 초기 목표는 팀을 유럽대항전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는 순위 근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지만, 라즈 휘하에서 팀이 망가지자 우선 강등권을 벗어나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로페테기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스쿼드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했고, 그가 가장 원하는 선수로 마테우스 쿠냐를 점찍었다. 울브스는 이적시장이 열리기도 전부터 쿠냐를 영입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고위 보드진에서는 너무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로페테기와 팬들에게 구단이 감독을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쿠냐 영입을 성공시켰다. 훨씬 저렴한 딜이긴 했지만, 로페테기는 파블로 사라비아까지 원했고, 클럽은 그를 데려왔다.

Matheus Cunha (Photo: Tony Marshall/Getty Images)

오래 전부터 재정적으로 자생 가능한 구단을 원한다고 천명하고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e스포츠와 음악 분야까지 뛰어든 푸싱은 2020-21 시즌에 12650만 파운드의 은행 대출금을 탕감하기도 했다.

 

선수단을 꾸리는 것은 클럽의 인프라를 리모델링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있다. 그럼에도, 구단의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그와 동시에 처진 선수단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로페테기가 원하는 선수들의 영입이 이뤄졌다. 이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면제대로 본 것이다.

 

울버햄튼의 영웅 후벵 네베스가 (4700만 파운드) 떠났고, 영입된 지 한 시즌밖에 안 된 유망한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도 스포츠 디렉터 맷 홉스에게 향후 탑6 클럽에서 뛸 재목이라는 칭찬을 받았지만 팀을 나갔다 (2300만 파운드). 주장 코너 코디와 (750만 파운드) 스트라이커 라울 히메네스도 (550만 파운드), 지난 시즌 미들즈브러에 임대되어 11도움을 올리며 챔피언십 어시스트왕에 오른 라이언 자일스도 승격팀 루턴 타운으로 500만 파운드에 팔렸다.

 

고주급자 주앙 무티뉴와 아다마 트라오레는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난다.

 

영입은… FA로 울브스의 레전드 라이트백이었던 맷 도허티를 다시 데려왔고마테우스 쿠냐와 부바카르 트라오레의 임대 계약이 과거에 삽입된 조항에 의해 완전 영입으로 전환된 것뿐이다.

 

울브스의 상황에 의구심을 키워가던 로페테기에게 믿기 힘들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가 처음에 매우 의도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구단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때부터,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팀을 떠나려는 듯한 낌새가 보였다. 로페테기는 지난 시즌 말부터 다른 일자리를 모색했다고 알려져 있고, 이는 선수들이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팬들이 의구심을 제기한 시기와 충돌한다. 울브스 구단 내에서도 그가 더 나은 행선지를 찾지 못한 6월쯤부터 울브스와 확실하게 함께 간다는 스탠스를 취했다는 인식이 있다.

 

그즈음 로페테기는 제프 쉬 회장이 클럽의 다소 절박한 재정적 상황을 팬들에게 분명하게 알리기를 바랐다고 여겨진다.

 

로페테기는 월요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 이전에 행해지는 그의 올 시즌 첫 기자회견까지 기다렸다가 그의 입장을 밝히는 것도 고려했다. 그러나 그 대신 그는 성급하게 구단의 허가를 받지 않고 스페인의 축구 기자 기옘 발라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는 구단 고위층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그 인터뷰에서 로페테기는 지난 시즌 말미부터의 입장을 되풀이했고, 여름 이적시장의 플랜 A는 파기되었고 플랜 B는 시작하지도 못했다는 등의 소셜 미디어를 불태우는 몇몇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동의 없이 라울 히메네스 이적이 진행됐다고도 말했다.

(Photo: Shaun Botterill via Getty Images)

그의 인터뷰는 무너져 가던 제프 쉬와의 관계를 더욱 경직되게 만들 뿐이었다. 그들의 관계는 올여름 로페테기의 최우선 타깃이었던 브리스톨 시티의 미드필더 알렉스 스콧 영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완전히 끝났다고 알려졌다(역주-스콧은 본머스 이적이 확정됐다).

 

로페테기는 처음 스콧을 봤을 때부터 그를 마음에 들어 했고, 네베스가 빠진 울브스 중원 개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울브스가 그를 사 올 정도의 예산은 (2500만 파운드 정도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역주-본머스 이적 시 금액은 20+5m 파운드).

 

원하는 레벨의 선수단을 구축하기 위해선 센터백, 레프트백, 미드필더, 스트라이커를 한 명씩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한 로페테기에게 스콧을 놓친 것은 그리고 구단이 비슷한 금액대의 선수를 영입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마지막 인내심까지 바닥나게 하는 사건이었다.


로페테기의 입장이 이렇다면, 제프 쉬와 푸싱은 어땠을까?

 

크리스마스까지 잔류권에서 4점이나 모자랐던 울브스를 5월에는 9번의 홈경기 중 7승과 클린시트를 챙기면서 강등권에서 7점 앞서 있도록 해준 감독을 달래고 눌러 앉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울브스가 그토록 원했던 탑 레벨의 경험과 위닝 멘탈리티가 풍부한 사람을? 부임 후 다섯 달간 성적은 프리미어리그 10위 내에 드는 팀으로 변모시킨 로페테기인데?

 

로페테기는 인터뷰 및 기자회견에서만 울브스 관계자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 게 아니었다.

 

한 스태프 멤버는 카메라 뒤의 그를 다가가기 어렵고 예민한 사람이라 말했다. 로페테기 사단이 아니었던 관계자들은 그룹이 완전히 분열되었다고 느꼈다. 로페테기와 그의 코치들은 종종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아예 차단하곤 했고, 경기에서 패한 직후에는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해졌다. 로페테기는 경기를 지고 나면 한 주일 내내 사무실 내에만 머물렀다고 한다.

 

그가 경기 중 터치라인에서 보여주는 심판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실수가 나오면 선수들을 불러 지적하는 등 강렬함은 그가 훈련장에서 때때로 하는 행동들의 투영이기도 했다.

 

로페테기는 경기 전이면 매우 예민해져서 한 관계자는 신경쇠약 환자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몇몇 관계자들이 그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그는 매우 긴장되고 격앙된 상태로 경기를 준비했다. 로페테기와 측근 그룹은 너무나도 견고했고 클럽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다른 스태프들에겐 지나치게 의심이 심해서 훈련을 지켜보는 것조차 이메일로 허락을 구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로페테기는 직전에 감독을 맡았던 라즈보다는 누누와 공통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로페테기는 누누처럼 선수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를 좋아했고, 많은 선수들이 그가 떠나는 데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남자였고, 퉁명스럽고 직설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특히 선수들은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제프 쉬의 관계는 점차적으로 악화되고 있었고,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가버렸다. 쉬는 그 자신이 축구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라는 걸 솔직하게 인정할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현장에서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고, 선수들에 대한 시각은 구단의 코칭스태프들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신뢰로 관계가 유지되는 측면도 있었다. 로페테기는 재정 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이적료로 지출 가능한 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그들의 관계를 완전히 깨뜨려 놓았다.

 

만약 로페테기가 이번 여름에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면, 만약 울브스가 알렉스 스콧과 다득점이 가능한 스트라이커, 경험 많은 수비수를 데려왔다면, 그는 마음을 풀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페테기와 울브스 구단 내 다른 인물들 사이에는 선수단의 퀄리티에 대한 인식에 판이한 격차가 있었다. 고위 관계자들은 감독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의 선수단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가 공공연하게 스쿼드의 수준을 격하하는 것이 팀 스피릿과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보았다.

 

전반적으로, 로페테기에겐 올해 초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와 비슷한 결점이 있어서, 울브스에게 자신이 과분하다는 생각으로 구단에 계속 징징댄다는 느낌이 있었다. 포르투, 스페인 대표팀,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를 거친 그에게 울버햄튼은 한 단계 아래의 팀이라는 것이다.

(Photo: Freiedmann Vogel/Pool/AFP via Getty Images)

그와 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양측은 이제 갈라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로페테기는 홉스에게 729일 셀틱과의 친선 경기 즈음부터는 이별에 대한 공식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고, 스포츠 디렉터 홉스는 그때부터 그의 후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로페테기의 후임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본머스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지켜낸 개리 오닐로 확정되었다. 그는 본머스의 새로운 구단주에 의해 시즌이 마무리된 후 6월에 경질됐다.

 

로페테기는 후임자가 구해지기 전까지 선수단을 관리하기 위해 남아 있는 데에 합의했고, 그 동안 그들은 상호 해지를 통해 계약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는 상호 해지를 발표하는 구단과의 공동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울브스에게 행운을 빌며 이 환상적인 구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로페테기는 홉스와 다른 스태프 및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쉬나 푸싱 그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뒷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성명이었다.

 

새 시즌이 금요일에 시작되는 상황에서, 타이밍이 이보다 나쁠 수는 없었다. 상황은 완전히 엉망진창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울브스는 그들과 비슷하게 2022년 여름을 거의 무영입으로 보낸 뒤 감독과의 이별을 4월까지 미뤘다가 강등당한 레스터 시티처럼 되진 않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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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photo: Jack Thomas – WWFC/Wolves via Getty Images)

원문 링크: Tim Spiers and Steve Madeley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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