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브스 23-24 시즌 초반 평가 [FASTory]
Wolves

울브스 23-24 시즌 초반 평가 [FASTory]

728x90

울브스의 2023-24 시즌 시작은 역대 최악 수준이었습니다. (참고: 로페테기와 울브스의 속사정: 파워게임과 관계 악화 [디 애슬레틱] - https://fastory.tistory.com/m/441) 내부에서 썩어 들어가던 훌렌 로페테기 감독과 울브스 구단의 관계는 지지부진한 이적시장과 로페테기의 허가 받지 않은 인터뷰를 계기로 완전히 끝나버렸고, 개막 6일 전 감독 사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로페테기 감독은 특유의 너무나도 수동적인 운영과 그다지 상식적이지 않은 이적시장 등으로 꽤나 호불호가 갈렸습니다만, 개막전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고 감독을 교체하는 일은 그 누구도 원치 않았을 겁니다.
 
울브스는 지난 시즌 소방수로 본머스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수뇌부로부터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고 야인으로 있던 게리 오닐 감독을 빠르게 선임했습니다. 비인기구단에서 잘리고 비인기구단에 취임한 감독답게 국내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푸싱과 누누 체제로 승격한 이래로 아마 가장 예상 성적이 암울한 시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역대 최악의 시즌 시작에 비해서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시즌 초를 보내고 있는 울브스입니다.

이게 뭐가 나쁘지 않냐고 하실 듯하지만, 당연히 강등권에 처박혀 있을 줄 알았던 것에 비하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과 경기 분석을 중심으로 울브스의 올 시즌 초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네투와 황희찬의 활약

올 시즌 울브스의 최대 히트 상품은 이견 없이 페드로 네투와 황희찬입니다. 네투는 라울의 머리 부상 이후 혼자서 팀을 캐리했던 2020-21 시즌을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고, 황희찬은 자신을 옭아매던 근육 부상을 (아직까진) 당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득점을 챙기고 있습니다.
 
먼저 네투부터 살펴봅시다. 지난 2년 간의 네투는 꽤 아쉬운 활약을 펼쳤습니다. 2021년 국가대표에서 무릎이 안 좋은 상태로 복귀했음에도 휴식을 주지 않은 누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슬개골 부상을 당하고 복귀한 뒤 22년 10월에 다시 발목 부상을 당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했는데, 지난 시즌에는 복귀한 이후 바로 이전의 플레이를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물론 몸 관리를 위해 짧은 시간만을 부여 받은 영향도 있었지만, 빠른 발은 여전하면서도 가장 큰 장점이었던 드리블과 왼발 킥은 죽어버린 모습이었죠. 속도로는 상대를 압도하고도 남는데 드리블 돌파가 안 되니 뭔가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완전히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맨유 전 후반부터 돌파가 되기 시작하더니 좌우 어디에 두든 화려한 테크닉과 빠른 주력으로 측면을 부수는 플레이가 가능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탠딩 상태에서도 빠르게 가속하여 위협적인 상황을 만드는 데에는 정발을 사용하는 왼쪽이 더 용이하기에 좌측에 배치하는 게 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역습 상황에서는 우측에 둬도 오른발을 못 쓰는 선수가 아니기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킥 능력도 더욱 발전하여 오른쪽 윙백 수준의 낮은 위치에 뛰면서 (네투 개인으로나, 팀 전체로나)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크리스탈 팰리스 전에 오히려 왼발 크로스로 2 어시스트를 챙기는 활약을 했습니다. 돌파 후 컷백의 퀄리티도 황희찬과 호흡을 맞추면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 팀에서 돌파 후 찬스 메이킹을 매크로처럼 사용했던 선수라면 역시나 아다마 트라오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네투는 당시의 아다마보다 영리하고, 양발 모두 사용 가능하며, 돌파 없이도 찬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팀적으로 더 나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때 아다마만큼의 활약을 하려면 지금 정도의 폼을 시즌 막바지까지 끌고 가줘야겠지만요.
 
역습 시의 드리블은 부상 복귀 직후에도 나쁘지 않았지만, 스탠딩 상태에서 빠르게 가속하면서 드리블 치는 플레이가 확실히 되면서 폼이 완전히 올라온 듯합니다. 리버풀 전에 발이 느리지 않은 마팁이나 조 고메즈 등을 여러번 제치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네요.
 
황희찬도 부족한 경기 관여도와 잦은 부상으로 인해 부진했던 지난 시즌을 딛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큰 신장이 아님에도 좋은 위치 선정과 테크닉으로 세트피스 공중볼 상황에서 두 골이나 (vs 브라이튼, 팰리스) 뽑아냈고 네투가 컷백이나 크로스를 올리면 항상 있어야 할 곳에 위치하면서 좋은 결정력으로 벌써 리그에서 5골이나 득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올 시즌의 황희찬은 결정력 면에 있어서 확실히 스텝업이 된 듯합니다. 이적 후 첫 시즌에도 초반에 다득점을 하긴 했지만, 왓포드 전이나 리즈 전처럼 플루크로 여겨질 만한 골들이 꽤나 섞여 있었다면 올 시즌에는 전부 본인의 결정력과 위치 선정으로 골을 만들어냈죠.
 
아스톤 빌라 전 득점에서 이런 부분이 특히 돋보입니다. 네투가 우측면에서 돌파해 넣어준 컷백이 수비의 발을 맞고 살짝 굴절되었는데, 황희찬은 디딤발로 빠른 타이밍에 마무리하면서 득점에 성공했죠.
 
이렇게 자신감이 올라오면서 득점 외 다른 경기 관여도도 물이 올랐습니다. 대표팀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국가를 상대로 잘 통하던 온더볼 돌파 능력이 리그에서는 잘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올 시즌에는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 및 전진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다만 한창 턴오버하던 시절도 있었기에 아직까진 낮은 지역에서 돌파 시도하는 게 불안불안하긴 하네요.. 최소한 하프라인 아래에서는 무리한 돌파 시도를 줄였으면 합니다. 황희찬은 네투에 비해 드리블 테크닉이 좋다기보다는 특유의 피지컬과 주력으로 수비를 뚫어내는 유형이니까요.
 
이 두 선수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부상입니다. 물론 두 선수의 부상 유형이 살짝 다르긴 합니다. 네투는 상술한 큰 부상 두 번 이외에는 다쳐서 경기를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고질적인 부상과는 거리가 멀긴 합니다. 처음의 슬개골 부상도 당연히 관리해줘야 했던 상황에서 누누가 혹사시켰던 것의 영향이 크기도 했고요. 황희찬은 리그에서 경기를 연속으로 좀 뛰면 근육이 올라오는 부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으니 정말 세심하게 관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 건강하게 풀시즌 치르고 전성기 라울-아다마급의 듀오가 다시 한번 탄생했으면 할 뿐이네요.
 
네투와 황희찬의 좌우 배치에 있어서도 약간의 갑론을박이 있는데요. 저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네투의 좌측 배치를 훨씬 선호합니다. 아무리 황희찬의 경기 관여가 늘었다고 해도 결국 울브스의 공격 전개를 책임지는 것은 네투이고, 중원의 창의성이 박살난 울브스의 상황에서는 네투 볼을 잡는 위치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희찬도 우측보다 좌측에 배치했을 때 효율이 좀 더 잘 나오긴 하지만, 피니쉬에 집중하는 현재의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서는 그 차이가 전만큼 크지 않고, 결국은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네투를 중심으로 위치를 조정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네투도 우측에서 뛰면 뛸수록 더 잘 적응하고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이젠 네투의 우측 배치도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 선수가 나란히 활약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사라비아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겠죠. 폼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했음에도 모종의 이유로 기용받지 못하고 올림피아코스로 임대 간 다니엘 포덴세(그 어떤 기자도 이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써주지 않아 팬들은 사정을 알 수가 없네요)가 빠지면서 윙 백업이라 할 만한 선수는 사라비아 밖에 남지 않았는데, 트린캉에 준하는 최악의 플레이만 보여주고 있네요. 선발로는 볼 일 없었으면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쿠냐의 좌측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드리블이 좋은데 톱 대신 측면에 써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세메두와 누리, 양 윙백의 스텝업

올 시즌의 세메두는 리그에서 실제 활약에 비해 가장 저평가된 선수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도 훌륭했던 주력을 바탕으로 오버래핑 이후 공격 참여도 좋고, 수비 면에서 일취월장했습니다. 시티 전에 도쿠를 막아내거나 맨유 전에 가르나초를 막는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고, 시티 전 황희찬의 골에 크게 기여하는 오버래핑 후 크로스도 좋았습니다. 전과 달리 축구 지능도 굉장히 좋아져 적절한 타이밍에 뒷공간으로 침투해 측면에서 찬스를 만든다든지, 의외의 패스길을 포착하고 찔러주는 플레이도 가능해졌고요. 미토마만 안 만난다면 최고의 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시즌 초 네투와 황희찬을 제외한 선수들 중 베스트를 꼽는다면 세메두는 유력한 후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누리 역시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올라온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데뷔 시즌 신선한 활약을 했던 누리는 약간의 수비 문제와 돌파가 통하지 않는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올 시즌에는 특히 수비 면에서 크게 발전했습니다. 공격에서도 부에노에 비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보니 네투 같은 축구 잘하는 선수와의 궁합이 좋은 편이죠. 다만 가장 최근의 본머스 전에는 그리 활약이 좋지 못했습니다.

중원 구성: 때론 국밥같이, 때론 고구마같이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그 시절 울브스’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선수들이 모두 나갔습니다. 라울 히메네스와 아다마 트라오레가 나란히 풀럼으로 이적했고(아다마는 자유계약), 코너 코디도 레스터 시티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파트는 역시 중원입니다. 계속해서 닥주전으로 활약하던 주장 후벵 네베스가 사우디로 떠났고, 폼이 떨어져 교체로 나오긴 했지만 백룸 분위기에 크게 기여하던 주앙 무티뉴도 자유계약으로 풀렸습니다. 개막 후 맨체스터 시티의 제의를 받은 미친 태업충 마테우스 누네스도 떠나면서 중원 구성을 아예 새롭게 짜는 국면에 이르렀죠.
 
지난 시즌 겨울에 영입한 주앙 고메스, 마리오 르미나, 부바카르 트라오레에 더해 누네스의 대체자로 영입한 장-리셰 벨가르드, 누네스 딜에 껴서 영입된 유망주 토미 도일로 미드필더진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벨가르드는 리그 개막 후 영입되기도 했고, 두번째 경기였던 루턴 타운 전에 퇴장 당하면서 대부분의 경기에서 주앙 고메스와 르미나가 주전으로 뛰고 있는 상황인데요. 두 선수는 비슷한 유형의 선수여서 좋은 점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꽤나 커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맨유 전이나 맨시티 전 같은 경기에서는 한두명의 수비를 탈압박한 뒤 중원에서 전진한다든가, 상대 공격 전개를 잘 막아내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맨시티 전의 경우 변형된 백3의 운용과 시너지를 내면서 시티 공격진의 포든, 알바레스 등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죠.

[디 애슬레틱] 울브스는 어떻게 역대 최고의 팀 맨체스터 시티를 이겼나? 에서.

반면 다른 경기에서는 이 듀오의 창의성 부족이 부각됩니다. 전 시즌의 네베스와 비교하면 패스를 통한 전진성이나 좌우 전환이 거세된 수준이고, 이로 인해 네투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집니다.
 
르미나는 중원에서 패스를 끊거나 드리블을 막는 데 있어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패스를 잘 찔러주는 유형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패스 돌리기 정도는 충실하게 하고요. 그러나 주앙 고메스는 위험지역에서 수비에 있어서 아직은 부족한 면모가 보입니다. 전진성 역시 어느 경기에서는 나쁘지 않다가도 무리하게 시도하다 끊기는 모습을 보이는 등, 어린 나이에 맞게 많은 발전이 필요합니다. 빌라 전처럼 다수의 턴오버를 범하는 경기도 있었고, 충분히 전진패스가 나갈 만한 상황에도 측면으로 빼거나 뒤로 볼을 돌리는 등 시야가 부족해보이는 상황도 꽤나 있었습니다.
 
이럴 때 벨가르드가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활약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울브스에서 한 경기 반 밖에 뛰지 않은 벨가르드이지만, 누네스의 대체자로 영입된 이유는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중원 지역에서 상대 수비가 붙어 있어도 드리블 능력으로 벗겨낸 뒤 동료에게 적극적인 전진 패스를 찔러주는 모습을 다수 보여줬고, 이제 퇴장 징계에서 복귀하니 울브스 중원에 새로운 유형으로 활약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부바카르 트라오레 역시 이전보다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후반 수비가 필요한 상황에 주앙 고메스와 교체되어 들어가는 것인데요. 패스 정확도에 문제가 있어 주전으로 기용하기는 아직 무리지만, 탄력과 긴 다리를 활용한 패스 커팅이나 드리블 저지는 큰 장점이기에 리드를 지킬 때 유용한 자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좋았던 때의 오웬 오타소위가 생각 나는 선수네요.
 
토미 도일이나 조 호지도 경험치 먹일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들이라 생각되기에 컵대회나 교체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기용되었으면 합니다. 도일은 어제 본머스 전 교체로 들어오면서 뛰는 걸 거의 처음 봤는데, 주앙 고메스와 부바카르의 중원을 보다가 도일이 들어오니 그나마 볼이 좀 도는 듯한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아직 주전으로 쓰기엔 꽤나 무리가 있는 수준이긴 해도, 동점골에 기점이 되는 좋은 전진패스를 찔러주기도 했고, 앞으로 기대해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투미들로 간다면 벨가르드와 르미나, 3미들로 가면 주앙 고메스나 부바카르 트라오레 중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일 듯합니다. 벨가르드와 르미나는 가장 기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유형이 정반대여서 시너지가 좋을 듯하네요.

백3로 회귀

결국 돌고 돌아 백3로 돌아왔습니다. 시즌 초 백4를 쓰면서 재앙적인 수비력을 계속해서 보여줬기에, 어느 정도 필연적인 선택이었죠. 도슨은 말할 것도 없이 민첩성이 떨어지고, 킬먼도 주력은 빠르지만 뒷공간으로 상대가 침투할 때 돌아서는 움직임이 굼뜨기에 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백3로 전환하면서 토티 고메스가 왼쪽 센터백 주전으로 나서고, 도슨이 중앙, 왼발을 쓰는 킬먼이 우측에 배치되었습니다. 역발 센터백으로 배치되면 익숙치 않아 원래의 활약을 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누누 시절부터 사이스가 왼쪽을 고정으로 가져가 오른쪽에 자주 배치되었던 킬먼은 오히려 오른쪽에서 더 나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메두 등에게 찔러주는 롱볼도 오히려 우측에서 더 낫지 않나 싶네요.
 
다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먼저 도슨입니다. 도슨은 올 시즌부터는 백업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지난 시즌 겨울에 영입되어 불안했던 콜린스를 대신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이 많은 잉글랜드 센터백답게 불안한 숏패스 빌드업과 민첩성 부족이라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백3로 전환하면서 그런 단점이 상당 부분 가려진 것은 사실이나, 도슨 개인으로 봤을 때는 불안한 요소가 있습니다.
 
토티는 측면 센터백에 서기 가장 좋은 피지컬을 지니고 있으나, 경험 혹은 수비 지능의 부족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잘 드러나는 경기로 리그컵 입스위치 타운 전이나 본머스 전을 꼽을 수가 있는데요. 특히 본머스 전에는 3백 측면에 위치할 시 당연히 조심해야 하는 측면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상대를 전혀 신경 쓰지 못한 채 패스를 그대로 내줘서 선제골 실점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볼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그리 능숙하지 못합니다. 드리블이나 대인 수비에 있어서는 빠른 발과 피지컬을 활용해 니은 모습을 보입니다.
 
킬먼은 이 중 유일하게 백4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고, 대인수비도 가장 뛰어납니다. 다만 상술한 바와 같이 뒷공간에 대한 리스크나 (얼리 크로스나 컷백 등으로) 볼이 빠르게 전환될 때 들어오는 상대 공격에 대한 마크 부족은 여전히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백3가 좀 더 안정적이었다면 발재간이 매우 좋은 축에 속하기에 또 하나의 공격적 옵션으로 쓰일 수도 있었는데 현재 팀의 상황으로는 어려울 듯하네요.
 
이렇게 도슨과 토티에게 약점이 있고, 킬먼도 수비적으로 완전한 선수까지는 아니기에 수비진 구성으로는 백3를 짜는 게 나아 보이지만, 팀 전체의 구성으로는 백4를 짜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네투와 황희찬이 양 윙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9번 자리입니다. 쿠냐가 주전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굉장히 맞지 않는 롤을 소화하고 있죠. 쿠냐는 버텨주는 톱이 앞에 있고 자신은 한 칸 아래서 뛸 때 훨씬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백4 전환이 필요하고, 만약 울브스가 백4로 되돌아간다면 그 핵심에는 산티아고 부에노가 있어야 합니다. 이적시장에서 최우선 보강 포인트로 지적되었던 센터백 자리에는 여름 내내 링크가 나던 묀헨글라드바흐의 니코 엘베디가 아닌 누네스 딜과 연결된 지로나의 산티 부에노가 영입되었는데요. 부에노는 아직까지 리그컵 입스위치 전을 제외하고는 1군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약한 부상도 있었고 이후 약간의 근육통도 있었으니 몸 관리의 차원도 있겠지만, 좀 더 빨리 부에노의 수준을 보고 백4로 전환이 가능할지 가늠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9번 찾기

울브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라울의 머리 부상 이후 아직도 적당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마테우스 쿠냐가 이 자리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데, 쿠냐는 앞에서 센터백을 상대로 버티면서 볼을 지키거나 박스 안으로 들어가 싸워주기보다는 좀 더 아래에서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이후 전진 패스를 넣어주거나 슈팅을 시도하는 역할이 어울립니다. 본머스 전에 멋진 골을 넣긴 했지만 이 경기에서도 그 외에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고요. 골 결정력도 원톱 자리를 맡기기엔 부족한 편입니다. 한 칸 내려서 쓰면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선수이고 팀적으로 봐도 그런 배려를 해줄 만하다고 생각하네요.
 
그렇다면 좀 더 스트라이커에 어울리는 선수로는 사샤 칼라이지치와 파비우 실바가 남습니다.
 
칼라이지치는 올 시즌 부상에서 복귀한 뒤 풀타임은 소화하지 않았으나 교체 자원으로 나와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에버튼 전과 본머스 전 모두 교체로 나와 결승골을 득점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빌라 전에도 교체로 나와 꽤나 괜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컵대회에서도 득점을 올렸고요. 골 결정력은 황희찬과 비슷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좋아 보입니다. 또한 2미터가 넘는 큰 키를 활용한 공중볼 경합이 가능하고 라울스러운 앞에서 버티고 옆에서 침투하는 동료에게 건네주는 패스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향후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쿠냐에 비해 활동량이 떨어지고 주력도 느리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현재의 베스트11에서 쿠냐만 칼라이지치로 바뀐다면 안 그래도 부족한 중원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 커지겠죠.
 
파비우 실바는 이전에 비해 퇴보한 듯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리그에서는 교체로 어느 정도 기회를 받았는데, 수비에 활발하게 가담하긴 하지만 요령이 떨어지기에 위험 지역에서 무리하게 달려들다가 반칙을 내주거나 카드를 받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공격 시에는 터치가 튄다거나 하는 실수가 좀 있고, 센스는 여전히 넘치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테크닉은 비교적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어려운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했고 아인트호번이나 안더레흐트 임대 시절 영상을 보면 골 결정력은 괜찮아 보였는데 왜 울브스에서는 그런 활약이 잘 나오지 않는지…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9번도 줬고 장기적으로 클럽의 스트라이커로 키울 만한 잠재력은 여전히 충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올 시즌은 기회가 좀 나면 확실하게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듯합니다.

주제 사

올 시즌의 주제 사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버튼 전에는 수차례 중요한 선방을 해내면서 혼자 승점을 따왔다고 해도 무방한 활약을 했지만, 한 경기에 한두번씩 킥 미스를 범하면서 흐름을 끊거나 실점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영입 첫 시즌에는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으나 이후에는 불안한 요소를 계속해서 노출하고 있습니다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고 선방 능력은 여전히 좋은 편이기에 사를 기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사가 호러쇼를 선보이면 서브 키퍼 다니엘 벤틀리를 쓰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벤틀리 역시 코너킥 수비에서 무리하게 나오다 실점하는 등 불안점이 있고 선방 능력은 사가 확실히 앞서기에 저는 반대합니다.

게리 오닐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만의 특별한 전술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시즌 초에는 활약상에 따라서 선발 명단 조정을 잘 했는데, 최근에 올수록 아주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칼라이지치와 부바카르 트라오레의 교체 기용은 좋았지만 그 외 교체 타이밍이나 사라비아 교체 기용 등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쿠냐의 9번 기용 고집 역시 좋지 않습니다.
 
다만 전례가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조건에 부임한 감독이기도 하니 징계나 잔부상 등 문제가 다 해결된 뒤의 몇 경기를 좀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 나온 선수들

맷 도허티, 조니 카스트로 오토: 1부리그 수준이 아닙니다. 둘 다 울브스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줬지만 이전 경기처럼 세메두가 빠져 있다거나 컵 경기가 아닌 이상 기용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될 겁니다. 도허티는 장점이었던 박스 타격도 기동력이 더 떨어져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수비는 원래부터 계속 약점이었습니다. 조니는 그런 도허티보다도 못합니다.
 
우고 부에노: 뻔한 공격 패턴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호지: 백업급 미드필더가 많아 경기를 많이 뛰진 못할 듯한데, 지난 시즌 스티브 데이비스 대행 체제에서 기회를 꽤나 받았습니다. 피지컬은 좀 딸리지만 볼을 받은 뒤 내주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에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블로 사라비아: 공격수로서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적료가 싼 데엔 이유가 있고, 커리어는 좋기 때문에 사우디 어디론가 이적했으면 좋겠습니다.
 
엔소 곤잘레스: 여름에 영입된 유망주 윙어입니다. 1군 경기는 아직 뛰지 않았고, 유스 경기에 나와 경기력은 별로였는데 코너킥으로 어시스트를 하나 올렸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볼러라고 소개하던데 드리블을 늘려서 점차 올라왔으면 합니다.
 
네이선 프레이저: 이 팀에 몇 없는 아카데미 출신입니다. 컵대회에서 데뷔골도 넣었던데 스트라이커이니 돌림판을 하다 보면 적은 기회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외의 문제점

선수들이 카드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황희찬, 주앙 고메스, 르미나 정도가 대표적이고, 아직 9경기 밖에 안 했는데 퇴장이 3장이나 나왔습니다. 불필요하거나 무리한 반칙을 통한 카드 수집은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꾸준히 판정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개막 맨유 전부터 오나나가 칼라이지치에게 펀치를 날렸음에도 페널티킥을 받지 못했고, 루턴 타운 전에는 ‘수비의 몸에 맞고 크게 튄 볼은 팔의 위치에 상관 없이 핸드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킬먼의 핸드볼로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습니다(개리 리네커가 이에 대해 탄식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루턴 타운 전과 아스톤 빌라 전은 상대의 여러 거친 반칙이 있었음에도 카드가 단 한 장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갈지 궁금하긴 합니다. 추가적으로 세메두는 풋볼레퍼런스나 스카이스포츠 등에서 옐로카드가 4장으로 집계되었는데 리그에서만 5장으로 기록되어 지난 본머스 전을 빠졌습니다. 이건 리그쪽이 맞기야 하겠다만 어디서 누락된 건지 모르겠네요.
 
킬먼은 백3 전환 이후 수비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주장에 적합한 인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임 네베스가 분위기 만들고 심판한테 얘기하고 대신 싸워주고 이런 걸 되게 잘했고, 전전임 코디는 주장으로서는 완벽한 선수였다 보니 비교되는 면도 있겠지만, 팀 분위기가 좀 처졌을 때 킬먼도 같이 조용해지면서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 보이네요. 특히 같은 센터백 주장이었던 코디가 방송 뚫고 나올 정도의 볼륨으로 수비라인 조정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요.

랭크

할 생각 없었는데 그냥 여태까지 느낌대로 해보겠습니다.
S는 리그 베스트 급, A는 팀에서 잘하는 선수, B는 좀 잘하거나 그냥 그런 선수, C는 그냥 그러거나 좀 못하는 선수, D는 개못하는 선수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S++++ 페드로 네투
A++ 황희찬
A 넬송 세메두, 마리오 르미나
B 맥스 킬먼, 라얀 아이트-누리, 사샤 칼라이지치, 주제 사
B- 부바카르 트라오레, 마테우스 쿠냐
C+ 크레이그 도슨, 주앙 고메스
C 토티 고메스, 우고 부에노
D+ 파비우 실바
D 맷 도허티
D- 파블로 사라비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