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토트넘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퇴장할 때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가족들이 앉아있는 관중석을 바라보는 것이다. 선수들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주로 앉는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의 서측 관중석 1등급 자리인 103블록이나 104블록은 터널을 지나면 바로 위치해 있다.
다이어의 가족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에릭의 경기에는 빠지지 않고 경기장을 방문해 그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그들은 에릭과 함께 리스본의 스포르팅으로 갔었다. 런던으로 올 때도 그와 함께였다. 맞다, 대부분의 선수들 역시 가족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다이어에게 가족은 더 특별한 존재이다.
노리치와의 경기는 토트넘에게 좋지 못한 경기였으나, 다이어는 나쁘지 않았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인 센터백으로 다시 선발 출장했다. 이번 경기는 토트넘의 최근 6경기에서 그가 4번째로 선발 출전하는 경기였다. 이는 크리스마스 이후 그가 제일 규칙적으로 경기에 나오는 것이다. 20개월 전 모스크바에서 데이비드 오스피나를 뚫고 영국을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시켰던 그날 밤을 돌이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다이어가 터널을 통과해 경기장을 퇴장하려던 수요일 밤 10시 30분, 그는 그의 왼쪽 위를 바라보며 드레싱룸에 들어가기 전에 남동생 패트릭이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때 다른 팬이 다이어와 눈을 마주쳤고, 그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다이어의 형은 잠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다이어의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다이어의 가족은 그 관중석 바로 뒤, 그러니까 접대용 룸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도 다이어는 패트릭이 상당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형제 본능은 튀어나왔고, 그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갔다. 다이어는 광고판을 뛰어넘고 안전 요원들의 사이를 통과해 빈 관중석을 올라갔다. 이는 전례 없는 일 -최소한 수십년 동안 잉글랜드의 주요 스포츠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 적이 없었다- 이었고, 팬들은 다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다만 꼭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은 그를 뛰어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더 좋은 각도에서 찍기 위함이었다.
다이어는 12줄 이상의 관중석을 뛰어올라가 그의 동생을 향해 갔다. 욕설을 했던 팬은 그가 관중석을 올라가는 중에도 계속해서 다이어를 자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 팬은 일행이 없는 혼자였고, 중앙 출구를 통해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다이어가 그의 동생에게까지 갔을 때, 형광 조끼를 입은 안전 요원들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 그를 막아섰다. 이것이 다이어가 -이미 모두가 영상을 통해 봤겠지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내 동생이야! (that’s my brother)”이라고 소리친 이유이다. 상황이 좀 진정된 후, 다이어와 그의 형제는 드레싱룸으로 갔다.
“엽기적이었다” 주변에 있던 한 팬은 말했다. “사실 우리는 처음에 그가 누군가 특정한 사람에게 그의 유니폼을 주려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원래 대부분의 선수들은 유니폼을 줄 때 팬에게 던져준다. 다른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후, 당신은 그가 굳은 표정을 하고 관중석을 오르는 것과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위쪽의 어떤 사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팬으로써, 당신은 이 때 두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하나는 팬이 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기에 다이어를 보호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대체 다이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아마 10개에서 15개의 의자를 올라갔을 것이다.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어떤 소리를 하는지 잘 알아듣기 힘든데, 어떻게 그가 특정한 말을 들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 후 그는 사람들과 마주했는데, 아무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를 막아섰을 뿐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드레싱룸에서는 토트넘이 FA컵에서 탈락했다는 것과 사실상 또 한번의 무관 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감돌았다. 다이어는 그의 동생이 괜찮은지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 계속해서 그와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의 팀 동료들이 그를 그냥 뒀지만, 조세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 전에 다이어와 대화를 나눴다. 무리뉴에게 선수들이 힘들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무리뉴는 경기 후에, 그는 다이어가 욕설에 반응했다고 말하면서 그 상황에 팀 동료인 제드송 페르난데스를 향한 인종차별적 욕설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추측을 종식시켰다. 그리고 무리뉴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가 인터뷰에서 항상 맞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옳은 말을 했다.
“나는 에릭 다이어가 한 행동이 프로답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는 모두가 그처럼 행동할 것이다.” 무리뉴는 말했다. “누군가가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있는 곳에서 당신의 가족 -이 경우에는 그의 남동생- 에 대해 모욕했을 때, 진정한 프로라면 하지 않을 짓을 에릭이 했다. 그러나 아마 우리 모두가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나는 다이어와 함께하고, 그를 이해한다.”
다이어는 사건 이후 진정을 되찾았다고 말했지만, 경기 후 인터뷰는 거부했다.
경기가 끝난 이후, 토트넘은 욕설을 한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려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CCTV 장면들을 찾아보는 중이고, 만약 필요하다면 증인들도 동원할 예정이다. 그들은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무리뉴는 그의 기자회견 막바지에 만약 다이어에 대한 징계가 내려진다면 그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FA 역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을 본 누구에게나 이 사건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선수들과 서포터들 사이의 분열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왜곡되어 전파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뭔가 일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다이어와 토트넘 뿐만 아니라 축구계에 몇 가지 문제를 남긴다.
첫 번째 문제는 선수들에 대한 욕설이다. 요즘 많은 팬들이 선수들을 모욕하고, 그들에게 욕설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특히 표 값이 비싼 경기들에서는 몇몇 팬들이 선수들에게 모욕을 해도 되는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 팬들은 경기장에서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선수들을 모욕하거나 반인륜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졌을 때 기분 나빠한다. 그러나 몇몇 팬들은 적대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상대의 팬들과 싸움을 벌이고, 안전 요원을 힘든 상황에 빠뜨린다. 새로운 감독, 새로운 전술, 새로운 경기장에서의 분위기는 아직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다.
또다른 문제는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터널과 그들의 가족 주변에 앉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이다. 이 자리는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구역 중 하나이지만,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클럽을 지지하지 않을 예정인 사람들이 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리뉴는 이에 대해 자신이 ‘권위적인 사람’이라고 말한 그 볼록에 있던 사람들이 진정한 팬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물론 그곳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진짜 토트넘 팬이었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곳은 내가 가끔씩 ‘저기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팬인가’하는 의문을 들게 만들었던 곳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팬들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제는 다이어에 관한 것이다. 토트넘 관계자나 다이어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성숙함이나 프로페셔널함, 책임감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가 가족에 대한 모욕을 듣고 본능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또한 당신에게 모든 것이 공개되고 사생활을 보장 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진 그를 포함한 많은 프로 축구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스트레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원문 링크: Jack Pitt-Brooke and Charlie Eccleshare 2020.03.05
(사진: 디 애슬레틱, FIFA 공식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