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2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번역자: 프리미어리그가 빅6와 에버튼, 웨스트햄, 사우스햄튼을 중심으로 리그 시스템을 개편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옆 추천 기사로 3월에 거의 다 해놨던 이 기사가 뜨더라고요. 그래서 마무리하고 올려봅니다. 분명 이번 PL 이슈와 겹쳐 보이는 뭔가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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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에게
나는 언젠가 당신의 오래된 인터뷰를 우연히 본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당신이 평생 동안 유벤투스를 사랑해왔다는 내용이 들어있더군요. 인터뷰 중간에 당신은 토리노에 있는 당신의 사무실로 가 선반에서 한 아이가 그린 선수가 골을 넣는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해당 그림의 선수는 그 당시 당신의 영웅이었을 미셸 플라티니였습니다. 그리고 그 골은 1985년 유러피안컵 결승전에서 터졌던 플라티니의 페널티킥 결승골이었어요. 그 밤은 폭동으로 인해 39명의 관중이 사망하면서 유럽 축구 역사상 가장 어두운 과거라고 불리는 헤이젤 참사가 발생했던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9살이 경기 중에 일어났던 끔찍한 일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죠. 아마 당신은 그 때 그 비극보다는 좋아하는 팀이 트로피를 따냈다는 것을 가슴에 새겼을 겁니다.
당신이 그림을 움켜쥐면서 말했던 당신의 추억은 나에게도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켰습니다. 나는 그 때 10살이었고, - 똑같이 순진할 때죠 – 나는 내가 그날 밤 브뤼셀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고도 충격을 받는 대신 당혹해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게 부끄럽습니다. 나는 내가 1시간이 좀 넘게 경기 시작이 지연되자 짜증을 냈다는 걸 기억해요. 관중석에서 일어났던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내가 좋아하는 축구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죠.
유벤투스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말하는 방식에 순수한 무언가가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당신의 가문이 클럽을 소유하기 시작한 이후 몇 년 동안 힘든 순간(칼치오폴리)이 있었습니다. 내가 유럽(특히 잉글랜드)을 돌아보면서 많은 유명 구단들이 축구를 본 적도 없는 부호들에게 인수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굉장한 놀라움을 느낍니다. 그런 측면에서, 유벤투스에게 당신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죠.
근데 그 후에 당신은 뭔가 좀 어리석은 언사를 하면서 이러한 느낌을 지워버리더군요. 예를 들면 … 글쎄요,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축구가 유럽 대륙의 246개 클럽을 대표하는 유럽 축구 클럽 협회(European Club Association, ECA)의 회장인 당신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되지만, 이슬람 왕자들과 석유 부자들, 자신들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할 사업가들이 축구계에 유입되면서 팬들이 아닌 부자들이 원하는대로 이끌려가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안드레아 당신은 나를 걱정시킵니다. 당신이 입을 열 때면 나는 걱정이 됩니다. 당신의 가족이 유벤투스를 소유해온 시간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쌓여 온 이 스포츠의 가치와 역사가 당신의 무모한 제안으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당신은 계속해서 그 변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각 나라 리그의 축구는 몰락하고 있고, 시청자들의 성향은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 큰 클럽들 간의 경기를 점점 더 늘리면서 범 유럽의 확장된 경쟁을 실시해야 한다는 그 변화 말입니다. 당신은 유벤투스가 브레시아, 사수올로, 아탈란타와 경기를 치르며 세리에 A의 부활을 이끄는 것 대신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리버풀과 규칙적으로 경기를 치르길 원합니다.
잠깐, 아탈란타? 베르가모(아탈란타 연고지)의 선수들은 여기 왜 나오나요? 그들은 지난 시즌 세리에 A 3위였고, 득점은 유벤투스, 나폴리보다도 많았습니다. 장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 하에서 다시 한 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그들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1차전에서 발렌시아를 상대로 4-1 완승을 거뒀어요. 뭐 아마도, ‘슈퍼 클럽’에 포함되지 않는 팀도 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근데, 당신은 아탈란타를 원하지 않았죠, 그렇지 않습니까? 지난주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 타임즈 풋볼 서밋에서 당신은 ‘아탈란타와 같은 클럽이 유럽 대항전 조별리그에 직행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질문하기도 했죠. 또한 당신은 AS 로마가 지난 5시즌 간의 그들의 활약을 보아 더 가치 있는 경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맞습니까, 틀립니까?” 당신은 물었죠. 음, 안드레아, 내 생각에는 당신이 어떤 리그 소속이던 – 그런데, 세리에 A는 유벤투스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인테르나치오날레 이후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적이 없네요, - 무조건 상위 4팀이 조별리그에 직행하는 것이 맞느냐를 묻는 것 같네요. 많은 사람들이 챔피언들만 참여하는 리그를 좋아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리그가 훨씬 더 강력하고, ‘챔피언스’리그에 더 걸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세리에의 4위 팀들이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세르비아나 어떤 다른 리그의 우승팀들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는 챔피언스리그는 큰 리그의 큰 클럽들을 위해 조직된 것이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가정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탈리아의 4번째 팀에 대한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물은 것이 아니죠. 당신은 그저 아탈란타의 자격을 물은 것입니다. 당신은 구체적으로 “국제적인 검증 없이 단지 한 번의 좋은 시즌 덕분에” 클럽이 조별리그로 곧바로 진출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어요. 그 말을 듣고, ECA의 회장으로써 246개의 클럽 중 당신이 정말로 대표하는 클럽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안드레아 당신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번 시즌 16강에 참가하는 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리그는 겨우 5개 밖에 안됩니다.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말이예요. 이런 현상이 방송사, 스폰서,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마 낙수효과를 통해 모든 팀들에게 이득이 가는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선 분명히 합시다. 이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예요. 그리고 당신과 다른 부자 클럽들은 이런 현상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당신은 아약스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당신의 유벤투스를 이기고 4강에 진출한 것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 5대리그 이외의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간 것이라는 걸 아시나요? 그게 당신을 성가시게 합니까? 저는 축구팬으로써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괴롭게 받아들입니다. – 아약스의 돌풍의 결과가 예상대로 그들의 훌륭한 선수들의 유출로 끝나서만은 아닙니다(프랭키 데용은 바르셀로나로, 마테이스 데 리흐트는 유벤투스로 지난 여름에 이적했고, 하킴 지예흐는 이번 여름에 첼시로 가게 됐죠.). 훌륭한 유망주 육성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 아약스가 빅클럽들이 그들의 선수를 노리기 전 한 세대에 한 번 밖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유럽 축구의 재정적 불균형으로 인해 큰 이득을 받지 못하는 중소 클럽들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는 겁니까?
나는 당신이 지난 10월 런던에서 열렸던 리더스 인 스포츠에서 말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구 산업은 몇몇 나라에서 계속해서 커가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말했죠. “우리가 발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지 그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즉 우리의 아이들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을 국내리그 경기로만 구성된 시스템을 보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도 특정 국가들에서는 자국리그의 축구가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건 바로 ECA의 보드진 아키 리힐라티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산업이 5대 리그에 맞춰서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나도 이러한 – 축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거대한 리그나 브랜드에게 맞춰서 돌아가는 – 현상에 대해 어떤 필연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신과 ECA 최상위권에 있는 비슷한 사람들이 챔피언스리그가 새로 시작될 때마다 계속해서 중계권료 지분을 늘리려 하면서, 전에도 공평하지 못했던 수익 분배는 양극화가 더욱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예시로 들어보죠. 유벤투스는 지난해 494m 유로(한화 약 6700억)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세리에 A에서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팀은 인테르(377m 유로, 한화 약 5113억), 로마(236m 유로, 한화 약 3201억) 순이었고, 그 다음은 최근 몰락하고 있는 AC 밀란(228m 유로, 한화 약 3092억)이었습니다. 아직 지난 시즌의 수익을 공개하지 않은 나폴리는 그 다음이 될 것이고, 라치오가 뒤를 이을 것입니다. 이제야 98m 유로(한화 약 1329억)의 아탈란타가 나오네요. 그들은 인테르의 3분의 1을 간신히 넘는 정도의 수익을 기록했네요. 그러나 당신은 그들의 좋은 성적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익원을 통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안드레아, 당신이 유벤투스 회장 자리에 앉은 2010년 이후 이듬해부터 유벤투스는 8시즌을 연속으로 리그를 우승 했습니다. 이러한 대업은 – 칼치오폴리 이후 클럽의 명성을 다시 쌓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운영을 했다는 것에서 –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비슷한 행보에 비해서는 다소 불안한 감이 있습니다. 지난 몇 시즌 간 여러 팀들이 차례로 유벤투스와 바이언에게 도전하는 모습은 신선했지만, 최근 두 팀의 너무나도 지속적인 성공은 경기장 밖이나 안 모두에서 안주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국내 리그가 지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코멘트들 중 몇 개는 – 국내 리그를 축소하고 유럽 대항전을 확장하자는 이번 발언과 마찬가지로 - 그러한 느낌을 확실히 시사하죠.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당신의 구단이 2012년부터 계속 세리에 A의 독보적인 왕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유럽 축구 리그들의 우승팀은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성공이 한 팀에게만 계속 돌아가는 챔피언스리그 시대의 산물이예요. 그러나 당신과 ECA는 절대로 모든 리그의 지배적인 클럽들이 매년 계속해서 부를 쌓는 현재 시스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겠죠.
지난 일요일에 당신의 팀이 인테르를 2-0으로 이기는 걸 보는 것은 꽤 좋았습니다 – 당신의 유벤투스를 향한 열정이 입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벤투스가 9시즌을 연속으로 우승할 때 조차도 리그 내의 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맨체스터, 마드리드, 뮌헨이라도 유럽 대항전 타이틀은 특별합니다. 그러나, 과연 당신이 키운 클럽이 자신의 리그에서 패권을 위해 싸우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스릴 있는 것이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내가 이런 긴 시스템 조정 이야기를 한 이유입니다. 나는 많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회장들이 지난 10년 동안 – 항상 사적으로 – 유럽 축구계의 빅클럽들에게 더 많은 경기를 줘야 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 중 누구도 챔피언스리그의 호소가 신기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지금도 계속되는 요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지만, 만약 내가 8팀과만 계속해서 경기를 치른다면, ‘빅클럽 사이의 경기’라는 참신함은 결국 사라지고 말겁니다. 다른 방식으로 비유하자면, 나는 필릿 스테이크를 좋아합니다. 근데 매일 밤 그걸 먹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계획은 우리가 요즘 많이 듣는 소식과 비슷해요, 안드레아: 확장된 월드컵, 확장된 유로, 확장된 클럽 월드컵, 확장된 챔피언스리그… 피파와 유에파는 스폰서와 중계권 딜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죠. NFL 마이애미 돌핀스의 구단주 스티븐 로스도 프리 시즌에 확장된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 가입하길 바라죠 – 아마 NFL을 유럽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퍼 리그’로 만들기 위함일 거예요. 모든 게 다 부풀기만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제가 이러한 계획이 경기에 얼마나 큰 이득이 될지 알아보기 위해 지아니 인판티노, 알렉산데르 체페린이나 당신 같은 클럽의 회장, 간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네요. 더 큰 중계권 계약과 더 많은 돈이 들어와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축구는 이미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당신네들은 이미 FIFPro(국제 축구 선수 협회)와 엄청나게 좋은 선수들을 갖고도 까다로운 시선으로 맹렬히 따지는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감독들을 데리고 있잖아요 – 그리고 당신이 더 많고 더 큰 대회라고 했죠? 감독들 생각을 들어보는 건 어때요? 그리고 축구계 전체를 지배하는 12개 남짓 되는 클럽들이 아닌 모든 클럽들의 발전을 위한 해결책을 꾸준히 강구하면서 이 스포츠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하는 HJK 헬싱키의 최고 경영자 리힐라티의 말에나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솔직히 말할게요. 당신의 승강제를 포함한 범유럽적인 ‘리그’ 시스템은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꿈을 잃지 않는” 대회에 대해 당신이 한 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공평한 비전이 당신과 ECA가 최근 몇 년 간 말하고 실행해 온 것과는 별로 일치하지 않는 것 같네요. UEFA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32개 팀 중 16팀을 골라 가장 성공적인 클럽들의 조별리그를 만들라고 요구했을 때에도 당신은 ECA 보드진에 있었어요. 지난주만 해도 아탈란타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네 팀 중 하나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품으셨죠. 이거 지난해 6월 당신이 몰타 ECA 총회에서 연설할 때 말한 엘리트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거 아닌가요?
6월에 당신이 했던 몇몇 말들은 진정한 가슴에서 우러나온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굉장히 강력한 어투로 “모든 대화가 ‘5대 리그’의 대표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죠. 근데, 항상 그렇지 않나요? 축구는 탐욕과 사리사욕에 가득 차 있어요. 항상 그랬습니다 – 순진했던 당신과 내가 축구를 보던 1980년대에는 그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스포츠의 어두운 면은 언제나 존재했어요 –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훨씬 더합니다.
정말 우스운 건, 그 시절 여름 제가 Subbuteo(역주-단순한 피규어 여러 피스로 스포츠 종목들의 경기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보드게임)를 갖고 상상 속의 리그와 대회들을 생각해보면서 내 소중한 휴일 몇 날을 날려버렸단 걸 지금도 기억한다는 겁니다. (그때 내 버전에는 프랑스 팀보다 스코틀랜드 팀이 훨씬 더 많았어요 - 80년대 이후 상황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죠.) 10살의 나는 텔레비전에서 유럽 축구를 잠깐씩 보면서 축구에 대한 시야를 조금씩 넓혀갔는데, 그것보다 더 재밌는 게 별로 없었지요.
내가 정말로 궁금한 건 이겁니다. 당신은 지금 9살짜리의 시선을 회상하며 세계 축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 마치 제과점에 있는 아이처럼 – 그 비전을 실제로 실현해보려 하는 건가요? 아니면 반대로, 그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에 이런 플랜을 제안하는 건가요. 아탈란타가 챔피언스리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요. 그냥 뭐든지 큰 게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시선일 수도 있죠. 아니면 세계적인 팬층을 보유한 팀이 아니라면 깔보는 냉혈한 관리자인 거고.
안드레아,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걱정됩니다. 나는 축구가 경기 전에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할 사람들에 의해 점령될까 봐 너무 두려워요.
당신은 ECA에서 일하면서 그들을 많이 봐야 할 거예요 (그리고 맞아요 – 그들 중 대다수가 잉글랜드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이미 혼잡해져 버린 시장에 편승하기 위해 수많은 세력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판티노, 체페린 혹은 당신이든 누구든 이 사태를 멈출 수 있는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 플라티니처럼 말이죠. 아, 그 충동적인 행정가 플라티니 말고, 축구선수 플라티니 말하는 겁니다. 헷갈리지 마세요. 내가 이 스포츠를 영원히 바꿔 버릴 혁명의 목소리를 부르짖는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참 마음에 안 듭니다.
지난해 10월,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축구는 가파른 성장 스토리를 썼습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이 종목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지난주 런던에서 당신의 말을 들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당신이 그리 무심하게 일축해버린 국내리그는 여전히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축구에서 필수적인 축구의 심장이자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축구라는 스포츠가 세계적인 매력을 쌓아온 근본적인 측면은 a) 공동체, b) 수십년 동안 쌓아온 라이벌 관계, c)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유럽 축구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서있는 사람들 중 하나가 여전히 그걸 믿고 이해하고 있다면, 그는 그 생각을 이상한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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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Oliver Kay 2020.03.10
(사진: 디 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