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9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기록만 딱 떼놓고 보면, 그 때 그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귀환이었다.
경기 종료 9분을 남기고 교체됐지만, 부스케츠는 지난 토요일 클라시코에서 83개의 패스를 했다. 이는 그의 동료들보다 최소한 8개는 많은 기록이었고 레알 마드리드 선수에 비해서는 17개 이상이 많았다. 그 중 92%가 동료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볼을 소유하는 상황에서 우측의 리오넬 메시를 찾아 좋은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을 유지하며 상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는 영리하게 프리킥을 얻어낸 부스케츠는 여전히 축구 도사와도 같은 실력을 보여주는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오프 더 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프 더 볼에서, 이제 베테랑으로 여겨져야 할 이번 7월에 32살이 된 미드필더는 귀찮음을 느끼며 수동적이고 게으른 플레이를 한다.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은 바르셀로나의 골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끊임없이 그를 제치고 지나갔다. 바르사가 매주 마드리드의 선수들만큼 좋은 미드필더들을 상대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서로를 도우며 캄프 누 원정에서 3-1 원정 승리를 이끌어낸 토니 크로스와 페데리코 발베르데에겐 거의 축구 뷔페였다. 간단히 말해서 부스케츠는 그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가장 좋은 예시는 바로 이 경기의 첫 골이었다. 나초가 아래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를 하는 카림 벤제마에게 볼을 전달한다. 바르셀로나의 센터백들이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을 따라가면서, 발베르데가 말 그대로 어깨 너머로 부스케츠가 그의 질주를 쫓아오는 것을 확인한 후 이내 부스터를 키고 달려가는 걸 볼 수 있다.
부스케츠는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아… 근데 안 따라간다…
…그 후 그는 수비하러 달려가는 걸 사실상 멈춰버리고, 상대의 공격을 관망하며 체념한다.
발베르데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 때, 부스케츠는 그보다 20야드 뒤에 있었다. 벤제마를 쫓아가는 데 집중하던 헤라르드 피케는 뒤를 돌아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발베르데는 종종 이런 침투를 가져간다. 항상은 아니다 – 그가 델레 알리는 아니니까 –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그의 가방에 들어있다(역주-이것도 할 줄 안다는 얘기. 원문은 사물함인데 의역해봤습니다).
크로스는? 그렇지 않다. 그는 위치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차분한 움직임을 하며 속력을 내는 질주는 필요로 하지 않는 유형의 선수다. 그러나 마드리드의 두번째 찬스가 나왔을 때, 그는 같은 문제를 활용했다 – 부스케츠가 뛰어가는 선수를 쫓지 못한다는 점 말이다.
이 이슈가 순전히 부스케츠의 잘못인 건 아니다 – 당신은 미드필더들이 그들의 진영에서도 지속적으로 돌아다니는 것까지 예측할 수는 없으며, 조직적으로 잘 짜여진 팀은 그 후방에서 크로스에게 패스를 연결해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더욱 걱정스러웠던 점은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부스케츠가 크로스의 위치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부시가 오른쪽을 확인할 때, 크로스는 그의 왼쪽에 있었다. 왼쪽을 확인할 때에는, 크로스가 부스케츠의 오른쪽을 통해 뒷공간으로 달려나갔다.
다시 한 번, 부스케츠는 벤제마에게 좋은 찬스를 마련해준 크로스와 1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었다. 이는 다행히 네투의 선방에 저지됐다.
이는 경기의 핵심 패턴이 됐다 –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이 부스케츠의 뒤쪽으로 달려가는 것 말이다.
하프타임 직전, 오른쪽으로 많이 돌던 마르코 아센시오는 잠깐 동안 카세미루와 자리를 바꿨다. 하지만 이번에 레알은 아센시오가 오른쪽에서 뛰면서 40분 전 발베르데와 비슷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창출했다…
…그리고 아센시오는 그를 잘 막아줘야 했을 부스케츠를 지나쳐 간다…
…피케의 태클이 발베르데의 선취골이 재생되는 것을 막아줬다.
부스케츠의 게으른 활동량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 이게 이 서른 두 살의 선수가 거의 10년 간 축구를 해온 방식이다. 그는 신체적인 능력보다는 예측력과 위치 선정, 축구 지능으로 살아남았고 그래서 그가 이렇게 수비적으로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더욱 놀랍다. 그러나 ‘속도에 의존하지 않아 신체 능력이 떨어져도 기량을 유지하는’ 베테랑 공격수들의 이야기는 재빠른 러너들의 타겟이 될 수 있는 후방 지역의 선수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하프타임 직후 벌어진 이 상황이 그걸 잘 보여준다 – 볼이 부스케츠를 지나갔고, 그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보다 5야드 앞선 지점에 있었다.
물론 전성기의 부스케츠도 비니시우스를 멈춰세울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유리한 상태로 시작한 싸움에서도 경합을 가져오기 위해선 태클로 볼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침착하기로 유명한 선수가 절박한 수비를 한 것이다.
혹은 부스케츠가 현재 바르셀로나의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캄프 누에 부임한 로날드 쿠만은 프렝키 데 용이 더 이상 잘못된 위치에서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 데 용은 지난 시즌 왼쪽 미드필더 롤을 자주 소화했다.
데 용은 부스케츠와 함께 짝으로 기용되고 있지만, 그들 간의 이해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부스케츠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두 명의 다른 미드필더 뒤에서 그들이 상대를 압박하고 철저하게 수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롤을 소화하며 보냈다. 그 때는 그의 앞에 상대 미드필더들이 쇄도하는 일 자체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그는 상대를 과도하게 많이 쫓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부스케츠가 전방에서 크로스를 압박하던 후반전의 한 시점, 그는 자신이 위치하는 데 익숙한 라인과 라인 사이에 있던 두 선수를 무시했다.
부스케츠는 이보다 15야드는 낮은 위치에 서길 좋아한다.
아니나 다를까, 레알은 빠르게 그 두 선수들을 활용한 공격을 개시했고, 이는 벤제마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쿠만은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정말 긴 시간 동안 바르셀로나는 중원에서 압도당한 것처럼 보였다. 부스케츠와 데 용이 공간을 메꾸기에 충분한 속도를 보여주지 못했고, 바르셀로나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만 플레이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쿠만은 메시를 10번으로 쓰길 열망하는 것처럼 보이고 – 그리고 메시는 토요일에 올 시즌 중 가장 활기찬 경기를 펼쳤다 – 보다 정통적인 4-3-3은 메시가 우측과 펄스 나인으로 다시 한 번 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바르셀로나 시스템의 두 와이드 플레이어 – 4-4-2, 4-2-3-1, 4-2-4 사이의 그 어딘가에 있는 선수들 – 는 다음 경기에도 출전시킬 이유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17살의 페드리는 우측에서 공격에 관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필리페 쿠티뉴는 반대쪽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또한 쿠티뉴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약 3주 간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몇몇 실험적인 전술을 유도할 수도 있다.
올 여름 새로 영입된 미랼렘 피아니치는 앞으로 중원에서 보다 주전에 가까운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게 확실하다(역주-실제로 유벤투스 전 선발).
하지만 더 큰 의문은 바로 데 용에 대한 것이다. 그는 한 세대를 풍미할 만한 재능을 지녔지만 캄프 누에서는 아직 그걸 발현하지 못했고, 다시 좋지 못한 활약을 펼쳤다. 바르셀로나가 이런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 뒤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쿠만에게 데 용을 중원 후방 지역에 다시 기용하는 안은 점점 더 유혹적으로 느껴진다.
이것이 용감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클럽에서 아직 인상을 남기지 못한 선수를 훨씬 더 핵심적인 포지션으로 옮기는 것 말이다 – 그러나 데 용의 좋은 퍼포먼스는 부스케츠가 없을 때 많이 나왔다.
이런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선수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대 축구의 흐름이다. 바르셀로나에서 585경기, 스페인 국가대표에서 119경기를 뛰고 라리가 타이틀 8개를 획득한 부스케츠는 훨씬 더 큰 존중을 받을 만한 선수이고, 바르셀로나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분명 많이 올 것이다.
하지만 부스케츠는 결코 중심이 될 수 없다 – 그가 훌륭한 폼을 보여줄 때에도, 이기심의 절제가 다른 선수들을 빛나게 해주는 경기가 많다.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것이 부스케츠에서 시작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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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Michael Cox 2020.10.26
(사진: 디 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