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브스 레스터 전 리뷰: 이길 수 없다면, 지지 않는 팀이 되자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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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브스 레스터 전 리뷰: 이길 수 없다면, 지지 않는 팀이 되자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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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상대보다 한 골이라도 더 넣으면 이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1000골을 먹혀도 1001골을 넣으면 이기고, 1골밖에 못 넣어도 한 골을 안 내주면 이길 수 있습니다.

 

울브스는 지금 1골을 넣지 못하는 팀입니다. 그렇기에, 최소한 승점 1점은 따낼 수 있는 수비가 필요했습니다.

 

반가운 얼굴이 돌아온 경기. 레스터에게 완전히 압도당했던 1차전에 비해 비등비등한 플레이를 보여준 경기. 그리고 볼리가 없음에도 오랜만에 좋은 짠물수비를 보여준 경기.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울브스와 레스터의 경기가 어땠는지 함께 알아봅시다.

 

라인업

 

울브스는 몇 가지 짚어볼 부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스날 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물론 전 절대 이길 만한 경기라고 생각 안 합니다. 애초에 리뷰 제목이 울브스 아스날전 리뷰: 승리는 칭찬하지만, 칭찬할 만한 승리는 아니다 [FASTory]이고요) 4백 대신 3백을 다시 들었다는 게 눈에 띄네요. 윌리 볼리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자리를 로망 사이스가 아닌 레안데르 덴동커로 메꾼 것도 보이죠. 그리고 정말 오랫동안 부상자 명단에 머물러 있던 조니 카스트로 오토가 선발로 복귀했습니다. 마르살과 누리가 부상당한 지금 조니의 복귀는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네요. 포덴세는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명단 제외됐습니다. 다시 5-6 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네요. 피지컬이 약한 게 너무나도 아쉬운 선수입니다.

 

레스터는 바디가 선발로 나오지 못해 이헤아나초가 최전방에 배치됐습니다. 물론 바디는 교체로 나왔죠. 제가 봤던 리즈 레스터 경기에서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최악의 활약을 보여줬던 아요세 페레즈는 윙으로 나왔네요.

 

전술과 선수들 이야기

그래도 수비는 3

울브스가 승격 후 두 시즌 동안 센세이션한 팀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은 바로 날카로운 역습과 단단한 수비였습니다. 하지만 라울이 장기 부상으로 뛸 수 없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한 공격 전술 따위는 없는 지금, 울브스가 잡을 수 있는 건 그나마 수비뿐입니다.

 

울브스의 3백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내려앉으면서 수비 숫자를 늘려 놓는 식입니다. 공격 시에도 스토퍼의 전진은 거의 없는 편이고, 라인을 낮게 가져가면서 상대의 뒷공간 침투를 예방하는 동시에 중거리를 때려도 물량으로 막아버리는 팀이 바로 3백을 쓰는 울브스죠.

 

일단 3백의 가장 분명한 장점은 바로 수비수 개개인이 할 일이 적어진다는 겁니다. 대체로 내려앉는 3백을 구성하면 정말 엄청나게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모가 난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습니다(물론 그 어려운 걸 해내던 게 바로 코디와 센터백의 덴동커입니다). 튀어나가거나 제쳐져도 뒷공간을 커버해줄 추가적인 두 명의 센터백이 더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울브스는 수비 시 거의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해주기 때문에 자신들의 진영으로 상대가 확실히 들어오면 압박을 꽤 세게 걸어줄 수 있고, 중거리를 때려도 한 두 명은 붙어주죠. 다만 전 울브스의 취약점인 상대의 빠른 전환 패스가 들어갈 때에도 압박을 좀 해주면 좋겠는데 애초에 좁은 간격 유지로 수비하는 팀한테 그거까지 바라는 건 좀 무리인가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저 최소한 수비 진영에서는 강하게 압박하는 울브스의 수비 방식 때문에 미들 써드와 울브스의 디펜시브 써드 중간쯤에서 볼 소유권이 자주 바뀌었고, 그 때문에 자연스레 레스터의 파울 수가 늘어났습니다. 이 두 개가 무슨 연관이 있냐고요? 일단 그 부근에서 소유권이 레스터한테 넘어가면 울브스는 별로 걱정할 게 없습니다. 그 위치까지 센터백이 올라가는 팀도 아니니 미드필더나 공격수가 뺏겼을 것이고, 라인도 낮게 유지되고 있으니 평소처럼 수비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레스터는 라인도 훨씬 높았고 울브스에 네투, 아다마, 세메두처럼 혼자 능력으로 빠르게 역습을 진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존재하니 끊어낼 필요가 있었죠.

 

그리고 무티뉴와 네베스의 동선이 4백에서보다 제한되면서 두 선수가 적어도 평타는 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낮은 위치에서 압박하면서 볼 탈취하고 기본적인 빌드업 도와주고 (중앙 미드필더가 왜 기본적인 빌드업만 할까요? 그건 조금 이따가). 네베스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볼을 편하게 받을 수는 없는 구조였기에 롱볼이나 전환패스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둘은 괜찮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근데 기록 확인해보니까 네베스 무티뉴 합쳐서 롱패스 30개 시도에 22개를 성공했네요. 완전 전방으로 향하거나 중앙선 부근에서 반대 측면 전방까지 전해주는 패스가 많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아니면 기록 확인한 풋볼 레퍼런스가 롱패스 기준을 너무 후하게 잡은 걸 수도 있고요.

 

원래는 3백 장점에 코디가 좋은 패스 포지션을 잡고 롱볼을 보내줄 수 있다도 포함돼야 합니다. 근데 요즘 코디는 체감상 전방으로 보내는 롱패스는 거의 다 실패해버려서 이걸 장점이라고 할 수가 없네요. 3백 스위퍼라 수비 실력 부족이 거의 티나지 않는다곤 해도 슈팅 블록이나 크로스 클리어는 꽤 괜찮게 하기는 했지만, 코디를 중요한 빌드업 옵션으로 쓰던 지난 시즌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측면을 팔 거면 제대로 파자

앞서 나왔던 네베스와 무티뉴가 기본적인 빌드업 방향만 설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울브스는 측면에 공격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팀이에요. 박스--박스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덴동커가 빌드업 시 좀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게 아니라 그냥 올라가서 공격 가담하는 것만 봐도 누누는 중앙을 이용할 생각이 딱히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선수 구성만 봐도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네베스와 무티뉴는 충분히 공격을 만들어갈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네베스는 거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만 나오고 있고 무티뉴는 에이징 커브가 세게 왔어요. 반면 측면을 보면 아다마, 네투, 세메두, 누리(현재 부상이긴 합니다)가 모두 20대에 공격을 혼자 만들어갈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에요. 이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후버 역시 발이 빠른 자원이고요.

 

하지만 지난 맨유 전의 장지현 해설, 이번 레스터 전의 송영주 해설이 울브스의 공격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울브스의 공격은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좀만 뜯어보면 실속이 없다, 좋은 측면 자원들의 시너지가 나는 게 아니라 그냥 개인 능력 보여주고 끝이다 이런 평가가 꾸준히 나오는 데엔 다 근거가 있다는 거죠.

 

일단 선수들이 거의 주변 동료 이용을 하지 않습니다. 아스날 전에서도 네투와 포덴세가 한쪽 측면에 있음에도 수비가 몰렸을 때 패스로 열어주지 못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죠. 네투가 볼을 쥐고 있을 때엔 동료 윙백에게 패스가 거의 안 나가고, 아다마가 볼을 쥐면 그냥 패스가 거의 안 나옵니다. 네투는 보면 연계를 할 수 있지만 드리블로 이어가는 게 더 이득이니 안 하는 거 같은데, 아다마는 이 선수 자체가 시야나 패스 주는 센스가 너무 없어요. 그러니 세메두도 꽤 괜찮은 위치에서 볼을 못 받는 경우가 많죠.

 

여기는 네투지만 이런 건 아다마가 훨씬 많긴 합니다. 어쨌든 저런 걸 봐주는 게 필요해요.

 

특히 아다마는 좀 더 효율적인 선수가 되려면 동료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겁니다. 지난 시즌엔 그럴 필요가 없었죠. 다들 얜 대체 뭐냐하면서 못 막았으니. 하지만 이젠 19개 팀이 모두 아다마의 드리블 패턴을 알고 있고, 벤 데이비스도 아다마를 막는 때가 왔습니다. 상대가 두 명이 있어도 무리하게 드리블을 쳐보는 스타일 자체가 효율을 떨어트리는데 바로 근방에 있는 동료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울브스도 아다마한테 볼을 많이 쥐어줄 수는 없을 거예요.

 

이 정도로 넓은 공간이 없으면 사용하기 힘든 선수가 돼가고 있어요.

아다마와 네투를 구분하는 이유는 두 선수의 드리블 스타일 차이에 있습니다. 아다마는 기본적으로 볼을 끌면서 상대를 멈춰두고 그 후에 감, 가속을 통해 제쳐 놓기에 위 장면처럼 넓은 공간이 있어야 완전히 속도로 이길 수 있는 반면, 네투는 좁은 공간에서 상대 사이를 공략하는 드리블과 그냥 속도로 이겨버리는 드리블이 모두 가능합니다. 네투는 아다마처럼 시간을 끌지 않아요.

 

그리고 네투는 왼발이 확실한 주발이지만 오른발도 쓸 줄 아는 반면 아다마는 팰리스 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를 넣긴 했어도 거의 오른발만 쓰는 선수죠. 패스도 네투가 더 잘하고요. 아다마가 할 수 있는 건 네투가 대부분 비슷하게, 혹은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반면 아다마는 네투가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게 많아요. 그래서 전 네투가 훨씬 더 한계치가 높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제 본 맨시티 리버풀 경기에서 시티는 스털링이나 포덴 같은 선수들이 솔로 플레이를 시도해도 다 움직여주면서 옵션을 제공하는 반면 울브스는 동료가 드리블 치려고 하면 멈춰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적인 문제도 꽤 커요.

 

그렇다고 중앙을 거쳐가는 건 또 아니에요. 중앙에서 볼을 전진시키는 루트는 없는데 라울이 빠진 상황에서 중앙을 활용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선발로 나온 주제는 너무 별로였어요. 가끔 볼 잡으면 전환패스를 해주긴 하는데 그게 끝입니다. 공격 시 영향력은 제로에 가까웠고 주력도 너무 느립니다. 역습 시에도 볼이 먼저 향하는 쪽은 네투나 아다마였지 주제가 아니었어요. 그럼 지공 상황에서 잘 버텨주면 조금 나을 텐데 그거도 딱히. 차라리 교체 출전한 실바가 나았습니다. 실바는 주제만큼 버텨주지 못하는 대신 그 외 대부분의 툴에서 더 좋은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전환 패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 빅찬스미스는 좀 심했네요. 실바도 슬슬 골로 증명해야 합니다. 여간 비싼 선수가 아니에요.

놀랍게도 온사이드인데, 더욱 놀랍게도 놓쳤다.

 

그래서 조니가 반갑다

조니는 공수 양면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일단 수비에서는 마르살과 비슷한 정도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이 날 아요세 페레즈를 거의 묶었습니다. 4백의 풀백이 원래 이 선수의 주 포지션이었다보니 수비도 좋고, 나중에 4백을 쓸 때도 꽤나 도움이 될 거예요. 누리, 비나그리 이런 선수들 보다가 보면 말디니가 따로 없습니다.

 

이런 2대1 패스도 쉽게 쉽게 됩니다.

그리고 공격에서 가장 큰 건 이 선수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쉽게 볼을 잡고 빠르게 내줄 수 있다는 거죠. 원래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왼발도 그에 못지않게 잘 쓸 수 있습니다. 위 장면 같이 좌측에서 네투에게 간결하게 내주는 장면이 많이 나왔으면 해요. 두 선수의 장점이 잘 살아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이런 경기, 다른 팀 팬들이 보면 뭐 이렇게 지루하냐고 할 겁니다. 솔직히 경기 내용은 지루합니다. 근데 전 꽤나 만족했습니다. 공격 수비 둘 다 만신창이가 된 팀이었는데, 수비라도 제자리 찾아가야죠.

 

여전히 숙제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처럼 하나하나 줄여가는 운영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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