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이 없는데 원정 다득점을 따져? 말도 안되는 소리.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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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이 없는데 원정 다득점을 따져? 말도 안되는 소리.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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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마찬가지다. 대다수에게 불신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에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받아들이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그래서 아스날의 유로파리그 32강 벤피카 전 홈 경기가 런던이 아닌 아테네에서 치러지고 벤피카의 홈 경기는 리스본인 아닌 로마에서 치러진다는 게 확정되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은 여전히 적용될 것이다. 물론 당신이 이건 말도 안돼!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 말도 안된다. ..히 말도 안되는 헛소리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탑레벨 축구를 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특히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부조리 안에 또 부조리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냥 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UEFA는 어깨를 으쓱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수칙에 의해 여러 국가를 오가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선택권이 없어졌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아주 당연하게도 다른 선택은 분명 존재했다.

 

여러 의미로, 이번 일은 UEFA가 스포츠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택하는 전형적인 해결 방식이다. 물론 그들의 해결책은 가능한 선택지들 중 가장 덜 공정하다고 느껴질 만하다. 또한 사람들의 여행 때문에 창궐한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이동을 감행하는 것 역시 UEFA 다운 결정이었다. 두 나라만을 오가는 게 아니다. 이젠 네 개의 나라를 오간다.

 

아스날과 벤피카는 그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독일의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기 위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가야 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vs 첼시의 1라운드는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치러진다. 몰데와 호펜하임의 경기는 스페인의 비야레알에서 펼쳐지고, 레알 소시에다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토리노에 있는 유벤투스의 경기장으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EFA는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때에도 여전히 여름 국가대항전(유로 2020)이 대륙 전역의 12개 도시에서 열리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아마 그들은 챔피언스리그를 테스트 삼아 지켜보는 것 같다. 이 대회를 보고 예시로 들며 ! 내가 된다고 했잖아! 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이 범유럽적인 국제 대회에 관해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 효과적인 반박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UEFA가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선택지를 피해가면서 일처리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하다 보니, 그들은 날이 갈수록 우스꽝스러워지고 있다.

 

일단, 2차전 제도는 그렇게까지 필수적인 게 아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에서 8강 이상은 모두 독일과 포르투갈의 중립 지역에서 단판제로 진행됐고, 그 역시 괜찮았다. 물론 이상적인 건 아니지만, 지금은 이상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계획된대로 모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고, 공정성을 위해서 한 경기가 단판제로 치러지면 다른 모든 경기들도 단판으로 가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16강의 두 경기 인터 밀란 vs 헤타페와 세비야 vs 로마 는 다른 여섯 경기가 2라운드제로 열렸음에도 단판을 통해 승자를 결정했다. 이 세계는 계속해서 바뀌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2차전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원정 다득점 규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경쟁을 우습게 보는 것과도 같다.

 

가장 분명한 사실부터 말해보자. 어떻게 홈 팀이 없는데 원정 골을 득점할 수 있는가?

 

대개 양 팀이 중립 구장에서 맞붙게 되면, 팀은 동전 던지기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그건 단지 누가 더 나은 드레싱룸을 차지하고 퍼스트킷을 입느냐 따위를 결정할 뿐이다. 경기에는 물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그러나 원정 다득점 원칙은 확실히 줄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실질적인 어드밴티지가 UEFA 임의로 주어졌다.

 

당신은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어도 일반적인 상황에선 본질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쉽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축구가 상향 평준화되었고 교통의 편리성도 커졌기에 진짜 홈팀이 갖는 이점은 관중들과 어떤 샤워기가 좀 덜 흔들리는지 아는 것 따위의 아주 작고 친숙한 편안함 뿐이라는 것이다.

 

모우라의 이 골은 원정 다득점의 묘미를 잘 보여줬다.

 

그러나 원정팀이 갖는 불이익이 여전하기에 원정 다득점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었다. 또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터지는 원정골이 꽤나 큰 재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토트넘이 2019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아약스를 상대로 보여줬듯이, 다가오는 원정골의 위협은 다 죽은 경기도 터질 가능성이 있는 흥미로운 경기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 역시 연출될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가 후자를 덮을 만큼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제는 홈팀에게 유리할 게 없다. 홈팀이 없으니 이점도 없다. 양 팀은 두 경기를 모두 같은 조건에서 치르지만 두 경기 중 한 경기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한 골마다 더 값진 가치를 부여받을 것이다. 만약 두 경기가 모두 지나고 점수가 동점이 됐다면, 차라리 미켈 아르테타와 조르제 제주스에게 가위바위보를 하게 하거나 TV Taskmaster를 급하게 편성해 진행자 그레그 데이비스에게 결정권을 주는 게 나을 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얼마 전에 해결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이 완전 처음 보는 딜레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UEFA는 오래 전부터 올 시즌의 모든 토너먼트 경기들은 연장전과 필요하다면 승부차기를 통해 단판 경기에서 승패를 결정한다고 발표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어이없는 원정 다득점 시나리오는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쓸 데 없는 이동 역시 피할 수 있었으며, 추가적으로 유로 대회가 열리기 전 클럽 대항전을 빠르게 끝맺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대책은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경기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실행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상황이라면 모든 해결책은 문제를 수반한다. 단지 UEFA가 가장 문제가 많은 솔루션을 택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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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Nick Miller 20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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