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2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브라이튼의 왓포드 전 1-1 무승부는 경기 이후 일어난 두 가지 일들로 요약된다.
명확한 전술과 좋은 기술적 능력을 가진 훌륭한 팀들
첫째, 경기가 끝난 직후, 양 팀의 서포터들에게서 큰 한숨이 들려왔다. 이는 이 무승부가 양팀 모두 원하지 않았다는 결과였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가을과 비슷한 부진한 결과가 나오자 선수들을 향한 환영하는 박수는 없었다. 양 팀의 대결은 강등권 근처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대결이다. 말 그대로 ‘승점 6점짜리 경기’인 것이다. 두 팀의 팬들 모두 승리를 원했을 것이다.
둘째, 경기가 마무리되고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양 팀의 감독들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고 거의 같은 말을 했다. 그들은 이러한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 브라이튼의 감독이자 낙관주의자인 그레이엄 포터는 그의 팀이 보여준 경기력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왓포드의 감독 나이젤 피어슨은 그의 특유의 느리고 신중한 말투로 그가 부임한 12월 이후 선수들이 보여준 헌신과 경기 내용에 매우 기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들은 정반대의 두 상황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그들은 가능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엄청나게 필사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혼란스럽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그저 그런 팀이 아니다. 그들은 명확한 전술과 좋은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팀이다.
최근 들어 오로지 리버풀이 리그에서 독보적인 1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리그의 질이 떨어졌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EPL의 클럽들은 지난 시즌 유럽을 완전히 지배했고, 이번 시즌에는 무려 7팀이 유럽 대항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아무 팀도 아직 탈락하지 않았다. 리버풀이 리그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리그의 수준을 논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이 팀들이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서로 많은 양의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강등권의 팀들은 굉장히 잘 짜여져 있다. 전술적으로도 수준 높은 경기를 하고, 뛰어난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도 한다. 지난 시즌의 허더스필드나 풀럼처럼 4경기에서 승점 12점을 온전히 따내지 못하는 것이 매우 당혹스러운 실패로 여겨지는 팀들은 없다. 그만큼 하위권 팀들의 수준도 올라온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는 항상 “어느 팀이든 상대를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리그의 최상위권 팀이 강등권을 탈출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팀에게 패배하는 것은 리그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도 말이다. 노리치 시티와 왓포드가 맨체스터 시티에게 승리하고, 번리가 레스터 시티를 이겼고, 브라이튼이 토트넘에게 승리했으며, 본머스와 웨스트햄은 첼시를 상대로 이겼다. “이 정도 수준의 리그에서는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경기가 없다”라는 생각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시즌보다는 경기 초반에 맥이 빠지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기가 적다.
압둘라예 두쿠레의 단독 선제골(중앙선에서 볼을 빼앗은 뒤 단독 드리블을 치고 올라가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을 때려 득점했습니다)로 시작되어 아드리안 마리아파의 우스꽝스러운 자책골로 끝난 아멕스 스타디움(브라이튼의 홈 구장)에서의 경기는 전형적인 강등권 팀들의 경기였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은 없었고,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전무했으며, 어느 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해 벌어진 치열한 기술적, 전술적 싸움은 특히 중원에서 상당히 인상 깊었다.
홈팀 브라이튼에서는 데이비 프로퍼를 원 볼란테로 기용해 압박과 태클을 밸런스를 유지하며 견뎌내 볼을 지켜낸 후 전방으로 배급하는 역할을 맡겼다. 그의 지능적인 위치 선정은 포터가 애런 무이와 파스칼 그로스라는 두 명의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미드필더들을 8번 롤을 부여하며 기용할 수 있게 했다. 무이는 좀 더 후방에 배치되어 선수들이 전진하기 전에 빌드업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그로스는 케빈 데 브라이너와 비슷하게 측면에서 활동하며 크로스를 올리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왓포드의 미드필더진도 비슷했다. 두쿠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써 전진하는 역할을 맡았고, 그의 엄청난 선제골은 나이젤 피어슨 감독이 그를 기용한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에티엔 카푸에는 후방에 머물며 측면 지역으로 볼을 뿌려줬다. 그리고 왓포드의 미드필더 조합은 측면에서 드리블을 치고 들어오는 데에 재능이 있지만 이번 경기에는 중원에 창의성을 더하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윌 휴즈로 마무리되었다.
아마도, 두 팀 중 적어도 한 팀은 시즌이 끝나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각각 다른 시즌의 팀들을 비교하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당신은 이 팀들이 최근 강등된 다른 팀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팀 셰어우드에 의해 구조된 엉망진창의 아스톤 빌라, 딕 아드보카트가 간신히 살려낸 파올로 디 카니오의 선덜랜드, 압도적으로 강등된 데이비드 와그너의 허더스필드 같은 팀들보다는 확실히 낫다는 것이다.
치열한 강등권 경쟁은 꽤 괜찮은 팀들이기 때문
이번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팀들이 올라간 수준을 선보였다. 아스톤 빌라는 잭 그릴리쉬의 왼쪽 측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움직임과 뛰어난 재능을 통해 조명받았고, 크리스탈 팰리스는 전방의 윌프레드 자하, 조르당 아예우를 뒷받침해줄 수비를 구성해 이번 시즌 최소 실점 공동 6위에 위치하고 있다.
본머스는 지난 시즌에 비해 낮은 순위에 위치해 있지만 여전히 전술적인 유연함과 공격진에서의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웨스트햄은 점유율-과 경기장 밖- 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마누엘 라치니와 펠리페 안데르손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미하일 안토니오의 주력과 합쳐져 위력적인 공격진을 갖췄다. 심지어 가장 낮은 순위에 위치한 노리치도 토드 캔트웰과 에밀리아노 부엔디아의 플레이메이킹과 테무 푸키의 득점력을 통해 주목받은 바 있다.
물론 왓포드의 이번 경기에서의 수준이 시즌 내내 이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비 그라시아 감독 하에서 맞이한 개막전에서도, 좋은 찬스들을 만들 수 있었지만 그저 결정력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이는 그들이 이번 시즌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올 시즌에는, 좋은 팀들도 강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치적인 근거도 있다. 최근 리그에 잔류하기 위해서 필요한 승점 -즉 18위의 팀보다 승점이 1점 많은 수치-는 각각 34, 36, 38, 35, 34, 35점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38경기를 다 치렀다고 가정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추론한 결과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잔류하기 위해 필요한 승점이 38점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수치가 38점보다 좀 더 증가한다면 놀라운 일은 아닐 텐데, 강등 위협에 시달리는 팀들이 강등권에서 벗어나 긴장감이 완화된 중위권 팀들보다 더 큰 동기를 부여받으며 순위 경쟁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이 잔류를 위한 목표인 ‘마법의 40점’에 대해 언급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여기엔 좋은 이유가 있다. 지난 15년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상위권과 하위권 팀들 간의 수준 차이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는 과거에 비해 리그 우승을 따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승점이 필요하고,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적은 승점만이 필요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 시즌 이러한 트렌드가 무너질 수도 있다. 잔류하는 데 40점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올해는 최근 몇 년간 봐왔던 프리미어리그 시즌들 중 가장 치열한 강등권 순위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단지 필요한 승점이 늘어나고, 많은 팀들이 이 경쟁에 끼어 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은, 이 팀들이 꽤 괜찮은 팀들이기 때문이다.
by Michael Cox 20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