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포드 전 울브스+황희찬에 관한 간단한 정리와 울브스 이야기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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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포드 전 울브스+황희찬에 관한 간단한 정리와 울브스 이야기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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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브스는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왓포드 원정을 떠난다. 황희찬 역시 동참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왓포드 전을 앞두고 황희찬과 울브스에 관해서 가볍게 짚고 넘어가보고자 한다.

 

1. 황희찬 출전 가능한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발은 어려워도 출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황희찬은 울브스에 합류한 이후 한 두 번의 훈련 밖에 거치지 않았다. 게다가 국가대표에 소집되어 두 경기나 뛰고 왔다. 팀에 적응되지도 않은 선수를 초장부터 기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브루노 라즈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을 가지고 있지만 선수 기용은 그리 공격적이지 못하다. 앞선 리그 3경기 동안 지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파비우 실바가 단 12분 밖에 뛰지 못하고, 팀이 볼을 잡고 있는 상황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해를 끼치는 마르살이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면서 라얀 아이트-누리는 10분도 뛰지 못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를 오랜 기간 지켜본 한 팬은 라즈가 부임 직후 곧바로 기용했던 뉴페이스는 엄청난 포텐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던 벤피카 시절의 주앙 펠릭스 뿐이었다고 하기도 했다. 물론 황희찬은 울브스 구단이 2년 간 원했던 자원이고 라즈가 궁극적으로 가동할 4-4-2 포메이션의 핵이 될 만한 선수지만, 아직 컨디션도 완벽하지 않은 선수를 곧장 선발로 기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 황희찬이 나온다면 어떻게 뛸까요?

축구 커뮤니티 등을 보면 왼쪽 황희찬에 오른쪽 아다마가 뛰면서 양측면에 황소가 달리는 듯한 축구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먼저, 황희찬은 윙어보다는 투톱에 어울리는 자원이다. 황희찬은 피지컬과 오프더볼이 장점이지만 볼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드리블을 하는 능력은 평균적인 윙어들보다 떨어진다. 반면 울브스에 있는 측면 자원들 (프란시스코 트린캉, 다니엘 포덴세, 아다마 트라오레, 그리고 현재 부상인 페드로 네투)는 이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여태까지의 트린캉의 활약은 좀 아쉬웠고 온더볼에서 수비수를 제치는 등의 특출난 모습을 많이 보여주진 못했다고 해도, 2.분데스리가에서 윙어로 실패한 황희찬을 윙에 배치하는 것은 인력 낭비이다. 라즈가 원하는 모습 역시 라울 히메네스와 함께 최전방 투톱을 구성하고, 황희찬이 좋은 움직임을 통해 기회를 잡아 득점하는 것일 터이다.

 

그리고 저들이 바라는 '오른쪽 아다마'는 이제 끝난지 오래다. 아다마의 우측 기용은 2019-20 시즌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전 울브스 감독이 아다마를 살릴 때 했던 것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조로운 패턴으로 인해 상대팀들에게 간파당했다. 아다마가 드리블을 치는 곳이 오른쪽으로 한정되면 안 되는 이유는 아래 두 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아다마는 좌측 윙, 황희찬은 투톱에 배치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물론 황희찬이 윙으로 가고 아다마가 우측으로 가는 그림이 한번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진 않겠다. 아다마, 포덴세, 네투는 모두 윙에 섰을 때 좌우측을 크게 가리지 않는 선수들이다. 지금의 기용은 트린캉이 좌측에 서면 제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측에 잘 맞는 선수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황희찬 역시 톱과 윙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는 멀티성은 그의 장점 중 하나이다. 다만 모든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황희찬과 아다마가 양 윙을 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3. 라울 뛰나요?

*여기서부터는 황희찬 선수와 별 관련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라울은 멕시코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으나 울브스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피파의 징계 이슈가 겹치면서 한때 라울의 왓포드 전 출전은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어제 기자회견에서 라즈가 공식적으로 라울은 선발 출전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라울의 출장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포메이션은 어떻게?

지난 세 경기에서 라즈의 울브스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수비와 공격에서 전반적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적시장에서 센터백을 데려오진 못했으나, 볼리와 모스케라가 복귀하기 때문에 라즈가 이번 경기부터 442 시스템으로 돌릴 수도 있다.

 

황희찬을 데려온 이상 투톱 형태를 지향한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3백을 유지하고 352를 쓰기엔 포덴세, 네투, 트린캉, 아다마라는 좋은 윙 자원들을 버릴 수 없다. 따라서 라즈의 목표는 442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빈공 문제에 시달렸던 울브스가 공격 자원의 숫자를 하나 늘리면서 반전을 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5. 부진을 극복하라

울브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득점이 필요하다. 지난 세 경기의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지만, 득점이라는 마지막 방점 하나를 찍지 못했기에 승점 0점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전에 <라즈볼에 관한 단상>에서 썼던 것처럼, 울브스의 공격력이 그렇게 나빴던 것도 아니다. 운이 따라주면, 포문은 열릴 것이다. 포문이 열리면, 늑대 군단은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주포 라울이 살아나줘야 한다. 부상 복귀 이후 라울은 좀처럼 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연계 플레이를 할 때 가끔씩 나오는 센스는 역시 라울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슈팅이나 패스가 전만 못하다. 물론 전에 썼던 글에서 442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라울이 내려와주면서 대신 박스 안에 들어가는 선수가 추가적으로 생긴다면 해결될 만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라울 개인의 폼도 좀 올라와줘야 울브스의 전체적인 공격이 더 잘 풀릴 수 있다. 오늘 경기까지 활약이 별로라면, 라즈는 파비우 실바의 빠른 기용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풀백진의 부진. 라즈는 측면에서 전진할 수 있는 공격 루트를 잘 마련해뒀다. 측면을 공략한다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누누 역시 측면을 주요 공격 루트로 삼았지만, 그의 공격 전술은 아다마 네투에게 볼을 주고 드리블 치기, 라울한테 볼 던져주고 연계시켜서 앞으로 가기였다. 라즈는 다르다. 라즈는 측면에서 빠르게 연계를 이어가면서 속도감 있게 전진하고 확실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중앙까지 공격을 들어간다. 아무 의미 없는 크로스를 날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과정에서, 상대 수비들은 아다마와 트린캉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그보다 살짝 낮은 위치에 공간이 비게 되고, 마르살과 세메두는 편하게 볼을 소유하면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세 경기에서 이 두 선수가 보여준 것이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전술적으로 계속해서 이들이 편하게 볼을 컨트롤하고 크로스를 올리거나 공격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이상한 크로스나 날리면서 공격 기회를 허비하고 말았다.

 

이들의 문제는 라울보다 훨씬 심각하다. 라즈는 곧장 레프트백에 누리를 세우고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세메두를 키야나 후버와 교체해줘야 한다.

 

6. 가장 화가 나는 것

블로그에 올리진 못했지만, 제프 쉬 회장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를 해서 짤막하게 번역을 했다. 이 사람 인터뷰가 가관이다.

예산 문제가 다는 아니었어요. 울브스에 올 탑급 선수를 찾는 게 문제죠.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탑급 퀄리티를 지녔으며 이적을 원하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이적료에 맞춰줄 원소속팀까지,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해요.
이번 이적시장 동안 우리는 매일마다 브루노와 함께 일을 진행했어요. 전체적으로 20, 30명의 선수들을 검토했지만 감독은 그중 2/3에 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죠. 브루노는 그 선수들이 현재 우리 스쿼드의 선수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은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탑 센터백을 원했어요 그러나 만약 우리가 윌리 볼리, 예르손 모스케라, 코너 코디, 맥스 킬먼, 로망 사이스보다 나은 자원을 영입할 수 없었다면 우리가 새 선수를 데려올 필요가 있었을까요? 팩트는 '탑' 선수를 하나 데려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겁니다. 그 선수가 울브스에 오도록 설득하고, 원소속팀이 선수를 보내주도록 설득해야 하죠.

디 애슬레틱의 이적시장 결산 기사를 보면, 스벤 보트만은 울브스와 개인 합의를 완료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울브스는 초기 이적료 2500만 파운드에서 1000만 파운드를 더 요구받자 발을 뺐다. 보트만이 코디, 사이스보다 더 나은지 확신을 못한다? 축구를 어떻게 보는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하니 더욱 열이 뻗칠 뿐이다.

 

처음 부임한 라즈에게 이 정도로 지원을 안 해주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그저 라즈가 승리를 챙기면서 그의 재미있는 축구를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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