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 누누? [FASTory]
Wolves

공격하는 누누?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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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무엇인가. 너무 많아서 답을 못하지 않을까? 아니 다 감독 잘못은 아니지 않나? 센터백은? 근데 이 구성이라도 어찌 잘 돌려보면 4백이 나오지 않을까? 제프 쉬가 잘못한 건가? 걔가 잘못한 건 맞긴 하지. 근데 이게 최선이라고 볼 수 있나? 아니 악에 가깝지는 않다고 할 수 있나? 잘 모르겠다.

그냥 문제점들부터.

1. 마르살

아마 뒤에서 계속 할 얘기와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그러나 마르살은 따로 빼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현재 울브스 소속이라고 할 수 있는 레프트백은 4명이 있다. 스포르팅에 1000만 파운드 정도의 완전 이적 옵션과 함께 임대를 가 있는 후벵 비나그리를 제하고, 빨라봤자 11월에 복귀할 전방십자인대를 2연타로 맞은 조니 카스트로-오토도 빼고 생각하면 남는 건 라얀 아이트-누리와 마르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리그에서 마르살은 5경기 450분을 뛰었고, 누리는 1경기 7분을 뛰었다. 마르살은 라울 히메네스, 후벵 네베스, 주제 사와 함께 리그 전경기 풀타임을 뛴 네 선수에 속해 있고, 누리는 셰필드 유나이티드로 임대를 간 모건 깁스-화이트보다 2분 적은 출전 시간을 부여 받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완벽한 주전과 완벽한 벤치 자원의 차이인 것이다.

무엇이 이들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내 대답은 '모르겠다'이다.

정말 모르겠다. 대체 왜 마르살이 이 정도로 우선 기용되는지.

일단 지난 시즌 누누가 마르살을 기용하는 데에는 그나마 어느 정도 이유를 찾을 수가 있었다. 시즌 중에 시작한 4231은 불안했고, 따라서 어느 정도 수비력을 가진 마르살이 누리보다 먼저 선택을 받는 경우가 꽤 있었다. 물론 마르살은 너무나도 유리여서 누누가 쓰려고 하면 어느샌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올 시즌엔 이런 얘기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수비? 과연 지금의 마르살이 지난 시즌의 누리보다 수비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누리가 공격적이지만 수비에는 허점이 있는, 비나그리와 비슷한 유형의 풀백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마르살이 수비력 면에서 지난 시즌의 누리보다 우위를 점하고 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올 시즌의 누리와 올 시즌의 마르살을 비교하고 싶지만, 누리는 나오질 않아서 안타깝게도 지난 시즌의 누리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마르살이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경기가 올 시즌에 있었나? 그나마 토트넘 전에 태클 몇 개 성공한 정도? 나머지는 뭐 딱히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특히 이스마일라 사르에게 완전히 길을 열어줬던 왓포드 전이 그 백미였다.

기본적으로 측면에 서기에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고 수비도 거칠게 들어가는 편인 마르살은 올 시즌 들어 그런 단점을 많이 노출하고 있다. 브렌트포드 전 코너킥 상황에서 내준 페널티킥이 대표적이고, 레스터 전에도 드리블을 치는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완전히 타이밍을 열어줬다 카드를 수집했다.

공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2019-20 시즌 마르살은 리옹에서 윙백이 아닌 왼쪽 스토퍼로 기용됐다. 공격적인 능력을 많이 기대하기는 힘든 선수다.

크로스 정확도는 이미 개나 줘버린지 오래고, 볼을 전진시키는 능력 또한 상당히 떨어진다. 주변의 동료들과 볼을 주고받을 때에도 편하게 넘어갈 상황에 이상한 패스를 내주면서 불안하게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다마가 좌측에 서든 우측에 서든, 상대 선수들은 아다마를 계속해서 주시하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주변의 마르살 같은 선수들에게 공간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르살은 1헥타르짜리 공간을 받아도 어이없이 걸리는 크로스나 저 멀리 날아가는 슈팅을 날릴 것이다. 

반면 누리는 패스와 드리블이 모두 되는 선수다. 지난 시즌의 누누도 세메두의 우측이 아닌 누리의 좌측을 빌드업의 시작점으로 활용했다. 누리는 속도도 빠르고 드리블 스킬도 있기 때문에 앞에 공간이 좀만 나 있으면 쉽게 파이널 써드까지 볼을 운반할 수 있으며, 전방의 동료에게 어느 정도 패스는 전달이 가능하다. 물론 풀백, 윙백에게 네베스나 라울 같은 패스를 바라는 건 아니다. 마르살보다는 훨씬 나은 패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볼 소유권을 내준 수치만 봐도, 마르살은 팀에서 2위에 올라 있다. 아다마는 경기 내내 드리블 후 크로스만 시키니 저 수치가 높게 찍힐 수밖에 없고, 최전방에서 압박을 많이 받는 라울 역시 마찬가지다. 네베스는 볼 터치 횟수와 롱패스 비율 자체가 높은 선수이다. 마르살은 선수의 기량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축구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누리는 2001년생 20살이고, 마르살은 1989년생 32살이다. 그렇다면 재정적인 이유는? 마르살은 200만 파운드 남짓의 이적료로 영입됐고, 누리는 지난 시즌에 임대 후 완전이적 조항이 발동되어 올 여름에 1000만 파운드를 주고 데려왔다.

마르살은 울브스의 공격과 수비, 현재와 미래를 모두 놓치는 선택이다.

2. 아집의 선수 기용과 교체

1번의 마르살도 이 파트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마르살은 팀에 너무나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따로 빼서 말했을 뿐.

현재 주전으로 쓰는 게 이해되지 않는 선수들은 대충 생각해봐도 3, 4명 정도가 있다. 물론 마르살을 제외하고. 기본적인 선수 설명은 간단하게 넘어가고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해보겠다. 

첫째는 로망 사이스다. 왜 사이스를 쓰는지 의문을 가질 부분이 많다. 먼저 사이스는 수비를 잘 못한다. 누누히 얘기해왔지만, 이 선수는 절대 주전으로 쓰일 수 없다. 드리블도, 공중볼 수비도 정말 수비수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시즌 내내 말했던 박스 내의 위치 선정 문제는 이번 브렌트포드 전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선수 자체에 하자가 있다는 부분은 이미 많이 말했으니 건너뛰고, 센터백 구성을 보자. 첫 3라운드까지는 사이스를 쓸 만했다. 오히려 쓸 수밖에 없었다. 윌리 볼리, 예르손 모스케라가 모두 부상을 당했고 성인 센터백이 코너 코디, 맥스 킬먼, 그리고 사이스 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도 계속 쓰는 걸까? 볼리와 모스케라는 모두 부상에서 복귀했고, 특히 볼리는 4라운드 왓포드 전에 교체 투입을 준비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몸상태는 올라올 만큼 올라왔다는 뜻이다. 또한 사이스는 왼발 센터백이라 왼쪽에 기용되는데, 역시 왼발 센터백인 킬먼이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킬먼은 자신의 주발에 잘 맞지 않는 플레이가 강제되기도 했다. 오른발로 이상한 롱볼을 차야 한다거나, 왼발로 가져가다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 여태까지 킬먼과 사이스의 퍼포먼스 차이를 보면 누가 빠져야 할지는 자명하다. 현재의 3백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울브스는 왼쪽에 킬먼과 오른쪽에 볼리를 둬야 한다.

 

둘째는 넬송 세메두다. 세메두는 속도도 빠르고 어느 정도 슈팅도 때릴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수비에서 많이 부족하고, 축구 지능이 떨어지는 플레이를 많이 한다. 그리고 세메두는 결정적인 1대1 기회를 벌써 두 번이나 놓치면서 울브스의 무득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세메두 대신 라이트백으로 나올 수 있는 선수는 키-야나 후버가 있다. 후버는 프리시즌 셀타 비고 전과 개막전 레스터 시티 경기에서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그 이후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프란시스코 트린캉이다. 트린캉은 간헐적으로 번뜩이는 패스나 드리블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애매한 툴을 지니고 있다. 반면 지난 시즌 중반에 중앙에 서도 제 밥값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트린캉이 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 더 높은 급으로 해낼 수 있는 다니엘 포덴세가 복귀했음에도 현재 선발은 여전히 트린캉이 가져가고 있다. 물론 포덴세는 골을 못 넣는다. 하지만 트린캉도 xG 1.2가 넘는데도 무득점인 건 마찬가지다. 포덴세는 트린캉과 비교했을 때 더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다.

 

이렇게 이해가 가지 않는 기용이 많으니 팀이 잘 나갔으면 별 생각이 안 들었을 자리들에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주앙 무티뉴나 코너 코디, 라울 히메네스 같은 선수들도 약간 로테이션을 해주거나 실험을 해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35살의 무티뉴를 굳이 풀로 돌렸어야 하나? 아무리 3백의 중앙에서 튀어나가지 않는 선수가 필요하다곤 하지만, 수비력이 없는 코디를 계속 써야 하나? 초반 부진한 라울 대신 파비우 실바를 써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들은 별 문제가 없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라즈는 지금 그냥 넘어가지 못할 문제를 만들고 있다.

 

교체에도 문제가 있다. 라즈가 여태 리그 5경기 동안 70분이 되기 전 꺼내든 교체 카드는 단 세 장 뿐이다. 레스터 전에는 1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각 87분과 91분에 모건 깁스-화이트, 실바를 교체로 투입했고 맨유 전에도 87분에 두 선수를 투입했다. 이렇게 느린 경기 중 대처로는 뒤처진 팀의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

 

3. 세부 전술 부족

극초반에는 측면에서 전진하는 방법론을 확실하게 제시했고, 아다마가 확실히 편한 상태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들이 나오면서 공격적인 세부 전술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지난 브렌트포드 전 10명의 선수들을 상대로 울브스가 보여준 공격은 가히 형편 없었다. 경기 막판에는 트린캉, 황희찬, 포덴세, 라울, 실바, 아다마까지 6명의 공격수가 들어갔음에도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전방에 머무르면서 볼을 받길 기다렸지만 브렌트포드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네베스의 중거리만이 골대에 가까이라도 간 슛이었다. 황희찬, 라울, 실바가 모두 박스 근처에 붙어 있어 볼을 받아줄 선수는 보이지 않고, 아다마한테 볼만 던져준 뒤 돌파해서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 시도는 최악에 가까웠다.

 

물론 브렌트포드의 수비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 것도 맞고, 그 전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맞다. 그러나 이런 내려앉은 팀을 상대로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경기를 넘겨주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4. 센터백과 포메이션

위 문제는 이번 논제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전까지 울브스의 공격 문제의 대부분은 라울이 전과 같은 활약을 해주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했다. 부상 당하기 전의 라울은 케인의 하위 호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육각형 스트라이커와도 같았다. 아다마, 페드로 네투, 디오고 조타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연계로서 도와주고 득점까지 리그에서만 17골씩 집어넣는,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의 라울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의 라울은 철저하게 보조자로 그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심지어 연계를 할 때의 플레이도 전처럼 유려하지는 못하다. 어쨌든 라울은 올 시즌 박스 밖에서 연계를 활발하게 해주지만, 박스 안에서는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의 라울의 역할은 두 선수가 나눠서 분담해야 한다. 그래서 442라는 투톱 전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투톱에 설 수 있는 선수가 라울, 실바, 황희찬으로 세 명인 지금, 이보다 선수 구성에 잘 맞는 포메이션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라울이나 실바가 박스 바깥에서 연계를 주로 해주고, 측면으로 볼을 뺐다가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오면 황희찬이나 실바가 들어와서 마무리를 짓는. 이론상 완벽하다. 게다가 라즈 감독은 벤피카 시절 무너졌던 팀에 곧바로 442를 도입하면서 역전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 442를 가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센터백이다. 현재의 센터백은 4백을 돌리기엔 수비력이 너무 떨어진다. 특히 사이스와 코디는 지난 시즌 수비를 못하는 센터백 둘로 4백을 돌리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렇다고 무작정 킬먼과 볼리를 쓰기도 힘들다. 두 선수 모두 달려들어서 수비를 하는 경향이 있고, 볼리는 4백에서 불안했던 시절이 있었다. 킬먼은 지난 시즌 누누가 4백에서는 일절 기용하지 않아 경험 자체가 거의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이번 여름에는 센터백을 영입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프 쉬는 '더 좋은 센터백이 없었다'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며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여건 자체가 4백으로 전환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킬먼을 한 축으로 박고서라도 4백 실험은 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침몰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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