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보여주는 황희찬과 라울, 보여주지 못한 라즈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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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로 보여주는 황희찬과 라울, 보여주지 못한 라즈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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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에 이어서 경기력은 다시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황희찬이 득점을 하면서 어느 정도 살아났고, 라울은 지속적으로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데에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사 역시 계속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라울-황희찬, 이젠 확실히 자리 잡았다

황희찬은 빌라 전 부진했던 활약을 만회하는 선제골을 터트렸고, 라울 역시 경기 전날에야 훈련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 좀 걱정이 됐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폼을 계속해서 끌어올렸습니다.

 

오늘 골이나 왓포드 전 골은 엄청나게 능력을 발휘해서 넣은 골은 아니기 때문에 황희찬의 오프 더 볼이 좋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쟁도 조금 있는 거 같긴 한데, 어쨌든 울브스에게 부족했던 득점을 채워줬기 때문에 제 역할은 제대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에도 밸런스 유지하면서 버티거나 파울 얻어내는 플레이가 좋았습니다. 드리블 할 때에는 터치가 살짝 틀어지면서 볼을 뺏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온더볼 역시 괜찮았죠.

 

그리고 수비 가담과 압박이야 평소처럼 많이 뛰면서 열심히 해줬고요. 평소처럼 마르살이 나오는 게 아니라 라얀 아이트-누리가 나오면서 황희찬의 동선이 좀 아래로 내려간 감이 있습니다. 참고로 마르살은 허벅지 부상 감이 있어서 주중 훈련을 쉬고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해요. 아프진 말고 그냥 계속 누리가 쓰이길.

 

다만 좀 아쉬웠던 것은 선제골 득점 이후 울브스가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리고 황희찬도 아예 왼쪽 측면 중원이나 후방 근처로 움직이면서 공격적인 뭔가를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겁니다. 수비 가담 좋은 건 맞는데 1점차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너무 수비에 치중한 게 아닌가 싶어요. 누누식으로.

 

라울은 이젠 거의 돌아온 것 같습니다. 리즈의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서 계속해서 볼 받아주고 버틴 다음 전방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 내주는 플레이가 나왔어요. 시즌 초에는 패스 연결이나 포스트 플레이 둘 중 하나가 제대로 안 되면서 아쉽기도 했는데, 이젠 확실히 올라온 것 같네요.

 

득점 장면에서도 라울이 위치 잘 잡고 어려운 상황에서 볼 받은 다음 슈팅까지 연결하는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골 결정력까지 다시 끌어올린다면 2년 전의 그 좋았던 라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라즈, 축구를 이렇게 해야 돼?

요즘 승리를 꾸역꾸역 하고 있다지만 경기력은 계속 별로입니다. 지난 빌라 전에서 그 정점을 찍었고, 이번 리즈 전 역시 선제골 이후 계속해서 걸어잠그고 슈팅을 얻어맞다가 결국 동점까지 내주는 축구를 했습니다. 우려했던 누누볼스러운 결과가 나온 거죠.

 

후스코어드에 나와 있는 자료입니다. 위는 리즈와 울브스 선수들의 평균 포지션을, 아래는 볼이 위치했던 공간의 비율을 표시하는 그래픽입니다.

 

에버리지 포지션부터 보면 리즈는 세 명을 빼고 하프라인 밑에 있는 필드플레이어가 없습니다. 반면 울브스는 라울과 아다마를 제외하면 모두 하프라인 밑에 있네요. 이런 포지셔닝이 무조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잠그면서 역습을 나가는 접근법이 맞을 때도 있죠. 근데 울브스는 선제골 득점 이후 게속해서 내려앉아 있다가 중원에서 볼을 빼앗는다고 해도 볼을 걷어내기에 급급한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제대로 된 역습이 별로 없었죠.

 

그걸 잘 보여주는 스탯이, 울브스는 후반전에만 18개의 클리어링을 기록했습니다. 거의 5분 당 2번씩 클리어링을 했다는 거죠. 박스 안에 밀집해서 수비를 하고, 리즈의 공격 한 타이밍이 지나면 울브스가 볼을 걷어내고, 리즈는 다시 후방부터 공격을 들어가는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패스가 연결된다고 해도 황희찬은 아래쪽에 많이 머물러 있고, 아다마는 드리블 컨디션 자체가 너무 떨어져 있으니 공격이 연결되기 힘들었습니다. 중원에 있는 무티뉴와 덴동커는 중원 장악력, 패스 연결, 빌드업 이런 게 다 안 되니 뭘 만들어가기도 어려웠죠.

 

이러다 보니 리즈가 계속해서 볼을 점유하면서 공격을 주도하고, 울브스는 수비만 하는 양상이 지속됐습니다. 너무 내려앉아 있으니 리즈의 크로스가 울브스 수비수들 사이로 날아온 건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울브스 수비는 좀 뒤쪽에서 들어오는 선수가 크로스를 처리하는 건 잘 못 막는데 본인들에게 날아오는 크로스는 방어를 꽤 잘하니까요. 전자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연속으로 잉스에게 허용한 골이, 후자는 지난 시즌 리그 아스날 1차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볼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도 답답한 공격을 보여줬습니다. 저렇게 선수들을 아래로 끌어내려놓고 역습할 때 공격 진영에 선수들이 많이 나가는 것도 힘들죠. 후반 중반 쯤에 포덴세가 좌측에서 혼자 올라가서 상대 둘 사이로 컷인 후 슈팅까지 기록하고 오는 장면에서 이게 잘 나옵니다. 앞으로 전진해 있는 선수들이 포덴세와 라울 뿐이었어요. 황희찬은 오히려 누리보다 낮은 위치에서 뛰고 있으니 못 올라갔죠.

 

양팀 키퍼의 포지셔닝 역시 두 팀의 스타일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리즈의 멜리에는 팀의 라인이 높아져 있으니 좀 올라와서 빌드업에도 관여하고 울브스가 공격할 때 몇 안 되는 공격 자원들을 바라보고 뒷공간에 스루 패스를 넣어주는 플레이만 늘어나니 스위핑을 하면서 포지션이 살짝 높아져 있습니다. 반면 울브스의 주제 사는 평소 스위핑이나 적극적인 빌드업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팀 자체의 라인이 낮아져 있다 보니 별 나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파트리시우와 스위핑 횟수를 갖고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도 하죠.

 

선수가 없다! 미드필더가!

결국 이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 여름 울브스가 보강해야 했던 포인트는 명확했습니다. 1) 4백도 볼 수 있는 수비 잘하는 센터백 2) 무티뉴의 대체자격 미드필더 3) 공격진에서 주전이나 서브 역할을 해줄 선수

 

여기서 울브스가 데려온 건 3)의 트린캉과 황희찬 뿐이었습니다. 설마 모스케라를 데려와놓고 1)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20살에 평생 콜롬비아 리그에서 뛰다가 처음 유럽 넘어온 선수를 영입해서 풀주전으로 쓰겠다는 각오를 하진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모스케라는 지금 4개월 부상을 끊었고요.

 

지금 문제가 드러나는 포지션은 센터백과 미드필더입니다. 센터백은 현재 울브스가 4백을 못 쓰는 이유 [FASTory] 글에서 할 만큼 했으니 오늘은 미드필더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금 팀에서 기용할 수 있는 성인 미드필더가 셋 뿐입니다. 무티뉴, 네베스, 덴동커. 조르당은 울브스에서 출전한지 1년도 더 지난 거 같고 장기 부상 중이니 제외할게요. 어쨌든 미드필더가 세 명이면 이들의 폼이 최절정이어도 불안할 텐데 울브스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네베스는 유일하게 잘해주고 있습니다. 라즈 부임 이후 전방으로 패스 보내주는 게 다시 늘어나는 추세. 브렌트포드 전이나 리그컵 토트넘 전에는 별로 안 좋긴 했지만 이후 다시 좋아지는 중입니다. 특히 빌라 전 역전의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역 중 하나였죠.

 

문제는 무티뉴와 덴동커입니다. 무티뉴는 물론 좋은 선수입니다만 지난 시즌 초에도 보여줬던 에이징 커브의 기미가 최근 들어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거야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패스까지 떨어지는 중이에요. 리즈 전 양팀에서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 중 무티뉴보다 패스 성공률이 낮은 건 라울, 사, 아다마 뿐입니다. 라울은 상대의 압박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에서 볼을 잡고 전방으로 볼을 보내는 유형입니다. 사는 패스의 70% 이상이 롱볼이었고, 아다마는 컨디션 자체가 안 좋았어서 함께 까일 만합니다. 빌드업에서 중심이 돼 줘야 하는 무티뉴가 이렇게 흔들리면 울브스의 공격 시작이 제대로 나갈 수 없죠. 수비 시에도 경기 시작 4분만에 옐로 카드를 받은 다음 꾸준히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면서 불안감을 자아냈습니다.

 

덴동커는 그냥 많이 뜁니다. 그리고 그게 끝입니다. 패스도 너무 애매하고, 헤더와 활동량을 제외하면 장점이 별로 없습니다. 상대의 볼을 끊어낸다 해도 다시 상대에게 내주는 플레이가 계속 나왔어요. 오른쪽에 배치되어서 공격이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나가야 하는 타이밍에 그걸 이어주지 못하면서 오른쪽 공격은 팍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울브스는 좌측에서 우측 공격의 약 두 배 정도를 수행해야 했어요. 장점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팀에 있으면 괜찮은 유형이긴 한데, 주전으로 쓰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어제 본인이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네베스가 나오고 덴동커, 무티뉴 중 하나를 그 옆에 돌려쓰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문제는 어제 같은 상황입니다. 네베스가 부상 기운이 약간 있어서 리즈 전 선발로 투입되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계속 볼을 전방으로 걷어내기만 하고 플레이 메이킹이 거의 안 됐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꼭 무티뉴 대체할 수 있는 미드필더 (헤나투 산체스나 주앙 팔리냐) 를 데려오고 4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센터백 영입이 필수적입니다. 그때쯤 되면 네투까지 복귀할 텐데 주전으로 쓸 만한 공격진이 라울, 황희찬, 포덴세, 네투, 아다마로 5명이 되는데 그 중 3명만 쓰긴 너무 아깝잖아요.

 

여담으로 모건 깁스-화이트 이야기를 잠시만 해보자면 셰필드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전 모깁화는 놔두고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공미야 포덴세가 볼 수도 있고 모깁화는 선발 기회 많이 받으면서 스텝업 하고 돌아오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른 선수들

세메두는 페널티를 내주긴 했지만 오늘 활약 자체가 엄청나게 안 좋았던 건 아닙니다. 그냥 평타 정도.

 

누리는 초반에 뭔가 시야가 좁아진 느낌을 주면서 좌측에서 중앙으로 볼 연결이 안 되고 드리블 시도하면서도 좀 뺏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박스 안까지 침착하게 드리블을 치면서 슈팅이나 기회를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했고, 수비에서도 좀 제쳐지긴 했으나 발 집어넣어서 볼 빼내는 수비를 잘 했습니다. 이래 봐도 저래 봐도 마르살보다는 훨씬 좋은 선수.

 

아다마는 솔직히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리즈가 맨마킹을 하는 팀이니 드리블로 뚫고 나갈 기회가 많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런 상황은 많이 나왔어요. 근데 아다마 본인이 그걸 못 뚫고 답답하게 볼을 뺏겼습니다. 오늘 경기는 덴동커와 함께 워스트에 가까운 활약.

 

아다마와 함께 리즈 대인 수비에 수혜를 받은 선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코너 코디죠. 비엘사의 리즈가 올 시즌 리그에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할 이유 [디 애슬레틱] 이 태곳적 글에도 나오듯이 리즈는 압박할 때 상대 센터백을 하나 놔두고 최후방에 스페어 센터백을 둡니다.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 센터백 둘을 모두 압박해야 하는 롤을 맡는데, 뱀포드도 안 나왔으니 코디는 좀 더 편하게 볼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누리의 포지셔닝도 마르살보다 높게 올라가 있으니 선택지도 늘어났고, 덕분에 롱볼을 안정적으로 배급해줄 수 있었습니다. 수비에서도 엄청 눈에 띄는 실수를 막 하진 않았습니다.

 

사이스는 활약은 괜찮았는데 퇴장 당했어야 합니다. 예전부터 태클 들어가는 게 너무 불안한 선수.

 

킬먼이야 뭐 리즈가 크로스 많이 올릴 때 헤더로 클리어링 엄청 잘하죠. 셋 중에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니까요.

 

그리고 사는 경기를 구했습니다. 만약 사가 없었고 하피냐가 부상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울브스는 승점 1점도 없이 경기를 끝냈을 거예요.

 

이렇게 내려앉을 거면 442 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다음 경기에는 좀 더 희망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길.

 

사진: 울브스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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