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브스 이적시장에 관한 생각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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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브스 이적시장에 관한 생각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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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울브스는 팬들이 예상했던 모습과는 어쩌면 꽤나 다른 축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망 사이스 (사진: 골닷컴)

여름부터, 아니 지지난 해 여름부터 많은 팬들이 보강을 외쳤던 센터백 자리는 생각보다 아주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킬먼이야 선발로만 나오면 잘할 것이라는 건 많이들 알고 있었지만, 코디와 사이스 역시 한 단계 스텝업하여 울브스의 짠물 수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킬먼은 침투하는 선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이스는 왼발 센터백으로서 좌측에 나와 깔아주는 전진패스의 성공률이 떨어지거나 헤더 클리어링이 부정확하고, 코디는 예전에 자주하던 실수들이 간간히 나오긴 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울브스는 현재 리그 최소실점 2위, 유럽 5대리그 최소실점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고 있고, 위 세 선수가 적어도 평균 이상은 해주면서 팀의 수비를 이끌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코디와 사이스를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신뢰하지 않았으나, 시즌의 1/2 이상이 진행되었는데 여태까지 괜찮은~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음에도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주전을 바로 갈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주전 센터백 영입'이라는 목표의 우선순위가 2021년과 2020년의 여름보다는 낮아졌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센터백도 마냥 손놓고 지켜봐서는 안 됩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리그에서 출전한 센터백들이 저 세 선수들 뿐이라는 겁니다. 윌리 볼리는 핏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리그컵 한 두 경기만 뛰고 벤치를 달구는 중입니다. 예르손 모스케라는 리그컵 토트넘 전에 데뷔했으나 5분만에 부상으로 교체됐습니다. 새해에 복귀한다 했으니 길어도 한 달 안에는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 폼 끌어올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더 오래 기다려야겠지요. 게다가 올 시즌에 유럽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선수이니 더더욱.

 

여기에 더해 모로코 국적의 사이스는 네이션스컵에 차출됐고, 앞으로 몇 경기는 결장할 겁니다. 사이스와 볼리는 이제 30줄에 접어들어 나이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고, 그래서 바디아쉴 같은 선수들과 짧은 링크라도 나는 거겠죠. 덴동커나 마르살 같은 선수들이 센백을 볼 수 있다곤 해도 이들이 퍼스트 픽이 되는 불상사는 일어나면 안 됩니다.

 

센터백 요약: 올 시즌 잘하고 있는 건 맞음. 근데 뎁스 채워줄 선수들의 부상+경험 부족/ 사이스의 네이션스컵 차출/ 사이스와 볼리의 나이대라는 문제 때문에 주전급을 영입할 필요는 있다.

 

후벵 네베스 (사진: 90min)

미드필더 역시 심각합니다. 현재 주전은 네베스와 무티뉴, 서브에는 덴동커, 조르당, 컨들이 있습니다. 의외로 뎁스가 괜찮아 보이지만, 조르당은 거의 1년 만에 복귀하여 컵대회 한 경기를 뛰었으며 대부분의 울브스 팬들은 이 선수가 경기를 뛰는 것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컨들은 그냥 데뷔전만 치러 본 유스입니다. 덴동커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팀을 상대할 때 꺼내긴 꽤나 곤란한 카드입니다. 그래도 덴동커는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앞의 둘보다는 낫긴 하죠. 그러면 사실상 성인팀에서 뛸 만한 미드는 네베스와 무티뉴, 덴동커 셋 뿐이라는 겁니다.

 

쟈폰의 하야오 카와베를 영입하긴 했으나 겨울 내에 재임대를 갈 예정이고, 그리 큰 기대를 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무티뉴는 이제 35살이 다 돼가는 선수입니다. 주전급을 영입해 선수 숫자 자체를 늘리면서 선발 명단의 퀄리티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네베스나 무티뉴가 부상이라도 당하는 순간 미드는 그냥 멸망이기에, 어쩌면 센터백보다 더 시급할지도 모릅니다.

 

미드 요약: 뎁스 심각함. 주전급 필요.

 

페드로 네투 (사진: The top flight)

시즌 시작 전에는 공격진이 가장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라울이 복귀했고, 미완의 대기 실바는 2년차를 맞으며, 윙 자리에는 아다마와 포덴세에 트린캉과 황희찬을 임대로 데려왔습니다.

 

까보니까 다 못합니다. 현재 퍼포먼스를 보면 공격이 가장 심각합니다.

 

라울은 부상 이전 그가 보여주던 날카로운 득점력과 매지션적인 연계 플레이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실바는 훈련 태도 문제와 라울 복귀 이후 교체 or 로테이션의 기회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파컵 셰필드 전에 가능성을 보여줬고, 못했던 지난 시즌에도 포텐은 있다는 걸 보여줬기에 기회를 받을 만한 자격은 있습니다. 그러나 맨유전 10분+하부리그 팀과 컵대회에서 잘한 걸 갖고 너무 밀어주는 건 시기상조겠죠).

 

아다마는 실드를 치던 울브스 팬들도 대부분 돌아서게 만드는 패스와 슈팅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포덴세는 컵대회에서 드리블, 메이킹, 골 결정력이 모두 좋았지만 리그에서는 아쉬웠고 출전 시간도 못 받고 있습니다. 트린캉은 팀 내 최악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황희찬은 뉴캐슬 전 두 골 이후 자신이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2월 내에 네투가 복귀한다는 것인데, 지난 4월 즈음에 이탈했었기에 라울과 비슷하게 복귀 직후의 폼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아다마는 겨울이든 다음 여름이든 제 가치보다 낮은 이적료를 남기고 떠날 것으로 보입니다. 챔피언십에서 도움 1위를 달리던 라이언 자일스를 카디프 시티에서 임대 복귀시켰길래 후반기에는 울브스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임대 보낸다네요. 어쩌면 포덴세, 트린캉, 황희찬, 1년치 부상에서 돌아온 네투로 2선을 구성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수를 급히 수혈해오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스트라이커든 윙어든 데려와볼 만하죠. 근데 제가 알기론 링크도 제대로 안 뜨는 것 같네요. 황희찬 조기 완전 영입이나 나오고.

 

공격 요약: 현 폼 가장 심각. 긍정적인 요소 매우 적음. 윙이든 톱이든 긴급 수혈 필요. 그러나 링크도 제대로 안 뜨고, 기존 자원들과 겹치지 않게 영입 잘 해야 함.

 

결론적으로 윙백과 키퍼를 빼면 전반적인 영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울브스 팬들은 겨울 이적시장에 주전급 하나만 데려와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그만큼 뎁스가 얇고, 그만큼 여름에 돈을 안 썼습니다. 구단은 신중하게 즉시전력이 될 수 있는 자원을 영입해야 합니다.

 

센터백이든, 미드필더든, 공격수든 누구라도 데려와야 합니다. 영입이 없으면 울브스는 이 순위를 유지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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