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6일 기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본 글은 2020년 9월 6일 치러진 2020-21 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 A 1조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 리뷰글입니다.
오늘 경기는 포르투갈의 완벽한 4-1 대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포르투갈은 슈팅 27개, 유효슈팅 11개를 때리며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고, 그에 걸맞는 스코어를 만들며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네요.
사실 양팀 모두 풀전력을 가동하지는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주포이자 대표팀의 핵심 호날두가 벌에 쏘여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크로아티아는 라키티치, 모드리치, 브로조비치가 모두 선발로 나오지 못했습니다(브로조비치는 61분 경 파샬리치와 교체되어 들어가긴 했습니다).
상술한 바와 같이 호날두가 나오지 못하는 포르투갈의 화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의 공격진을 구성한 조타, 펠릭스, 베르나르두 실바 중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칭할 만한 이는 없었죠. 조타는 2018-19 시즌에 비해 지난 시즌에는 확실한 기회를 매우 많이 날려먹으며 골 결정력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고,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초대 네이션스리그에서 맹활약했던 때에 비하면 지난 시즌 폼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펠릭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간헐적으로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활기를 더해줬으나, 본인이 직접 다득점을 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죠.
그러나 경기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포르투갈은 이날 경기에서 57%의 점유율을 기록했기에 수치상으로는 약간 우위를 점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체감상으로는 거의 항상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조타와 펠릭스 역시 국가대표 데뷔골을 득점하며 활약했죠.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공격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을까요? 그들의 주 공격루트는 바로 측면이었습니다.
포르투갈은 좌-우측면을 활발히 활용하며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이들의 측면에서의 공격은 원활한 팀플레이를 위해 집중적인 훈련을 했다는 인상을 줄만큼 좋았습니다. 여러 패턴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측면에서 볼 캐리어가 볼을 키핑하며 수비수 하나를 잡고 있으면, 그 배후 공간으로 다른 선수가 뛰어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디오고 조타와 하파엘 게레이루가 위치한 좌측면에서 이런 움직임이 많이 나왔죠. 특히 조타는 폼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때에도 직선적인 침투는 꽤나 위협적인 선수였습니다. 마무리가 말도 안돼서 그렇지 브루노 페르난데스도 이러한 움직임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왔어요.
조타의 데뷔골도 이러한 연계에서 비롯됐습니다. 조타가 게레이루에게 패스해 크로아티아의 라이트백 예드바이가 게레이루를 수비하러 간 사이, 조타는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게레이루는 정확한 스루패스를 넣어줬죠. 이후 조타는 가슴 트래핑 이후 국가대표 첫 골을 기록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디아스는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또한 포르투갈의 왼쪽 센터백에 출전한 후벵 디아스 역시 공격 작업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디아스는 기본적으로 발밑이 되는 수비수로서, 적극적인 전진 드리블과 패스로 포르투갈의 빌드업을 풀어줬죠.
디아스가 왼쪽 측면에서 패스로 빌드업에 관여할 때에는 게레이루나 조타가 크로아티아 수비 하나를 끌고 후방까지 내려오면서 생긴 뒷공간으로 나머지 한 선수가 침투하고, 디아스가 스루패스를 찔러주는 형태의 공격이 많이 나왔습니다. 디아스는 오늘 제공권이나 대인 마크 등의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쳤는데, 공격적으로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중앙으로 볼을 연결한 뒤에 간결하게 측면에서 침투하는 선수쪽으로 주는 패스도 좋았습니다. 무티뉴나 펠릭스 같은 선수들이 가운데에서 원터치 패스를 정말 잘 내줬어요.
우측에서는 라이트백으로 나온 주앙 칸셀루가 돋보였습니다. 이 경기를 맡은 박찬하 해설도 많이 언급했듯이 경기 초반부터 칸셀루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아 보였어요. 바리시치를 솔로 플레이로 뚫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슈팅까지 만들어내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옹에게 패배해 탈락했던 챔피언스리그 8강 맨시티의 경기에서는 플레이메이커 롤을 맡았던 칸셀루인 만큼 패스 역시 괜찮은 모습이었죠.
결국 경기 첫 골도 칸셀루의 발 끝에서 터졌습니다. 우측면에서 높게 전진해 있던 칸셀루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골을 기록했죠. 사실 전반전만 슈팅을 15개 정도 때렸던 포르투갈인데, 하프타임 전에 득점하지 못하면 분위기가 조금 쳐졌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칸셀루가 해결사 역할을 해주면서 포르투갈은 기분 좋게 전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크로아티아는 측면으로 볼이 갔을 때 집중도를 높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은 이를 역이용해 다시 중앙으로 볼을 내주면서 중거리를 때리는 식의 공격도 진행했죠. 주앙 펠릭스의 골이 이를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B.실바가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순간적으로 크로아티아 수비 앞에 공간이 나자 바로 펠릭스에게 볼을 내줬고, 펠릭스는 한 번 잡아놓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때려 데뷔골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제목은 경기 리뷰인데 포르투갈 시점 리뷰가 돼버린 이유는 크로아티아에서 특이할 점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심 미드필더 3명이 빠진 크로아티아는 볼을 소유하지도,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주지도 못했어요. 특히 수비가 문제였는데, 크로아티아는 전반 내내 전방압박을 거의 시도하지 않으며 디아스와 페페, 다닐루 페레이라가 편하게 볼을 전개할 수 있도록 놔뒀습니다. 이게 체감상 포르투갈이 항상 볼을 점유했던 것처럼 보였던 이유인 것 같네요.
전방압박 안하고 내려앉아 있었으면 위험지역 부근 수비라도 잘했어야 했는데… 그런 모습은 추호도 없었죠. 특히 후반. 제 생각에 포르투갈은 전반이랑 후반에 비슷한 공격력을 보여줬거나 오히려 전반에 더 부드러운 공격 작업을 했어요. 근데 후반전에는 크로아티아가 거의 자동문처럼 뚫려버렸죠. 맹활약한 크로아티아 키퍼 리바코비치가 불쌍했을 정도였어요.
크로아티아는 공격도 제대로 하질 못했습니다. 계속 말하지만 말 그대로 창조적인 플레이를 해주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빠졌고, 공격진의 활약도 좀 아쉬웠어요. 그나마 73분 들어온 페리시치가 좌측에서 좁혀 들어오는 좋은 드리블로 기회 만들고 레비치-페트코비치로 연결돼서 무득점 패배는 피할 수 있었죠.
아. 그리고 트린캉 얘기 좀 하고 싶네요. 최근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죠? 처음 보는 거라 좀 눈 여겨보려고 했습니다. 교체로 투입돼 짧은 시간만 뛰었음에도 주력이 좋다는 건 좀 보였어요. 근데 아직 어리고, 또 포르투갈 대표팀도 이번에 처음 소집된 거라서 동료들과의 호흡은 잘 맞지 않았습니다. 패스와 침투 타이밍 같은 것들. 이 경기만 보고 평가하긴 좀 그래요.
칸셀루는 오늘 한 골을 득점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경기 MOM은 바로 주앙 칸셀루입니다. 물론 조타나 디아스, 펠릭스,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다닐루 페레이라 같은 선수들도 잘했지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는 칸셀루라고 봅니다. 선제골을 득점하며 기세를 완전히 끌어왔고, 그 외에도 탄력적인 솔로 플레이를 보여주며 팀 공격의 활기를 더해줬죠. 최고 평점 받아도 별 이견 없을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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