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두 감독,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이 주기적으로 경기를 치르는 걸 아주 당연시한다.
그러나 30년만 전으로 돌아가 보면, 이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한 감독들은 서로를 상대하면서 지략 대결을 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었다. 루이 반 할과 요한 크루이프는 친선경기에서만 만났고, 크루이프와 아리고 사키의 유일한 맞대결은 1989년 UEFA 슈퍼컵에서만 나왔으며, 사키는 특별할 것 없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나 반 할을 상대했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는 과르디올라와 클롭 간의 21번째 맞대결이 될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이제 볼프스부르크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감독을 역임했던 디터 헤킹과 함께 클롭을 가장 많이 상대한 감독이 된다. 클롭보다 과르디올라를 더 많이 만난 감독은 조세 무리뉴 밖에 없다.
과르디올라가 점유율 축구로 바르셀로나를 유럽 최고의 팀으로 올려놓는 사이 클롭이 게겐프레싱으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던 10년 전, 우리는 이 두 상반되는 전술의 만남을 꿈 꿨다. 이제, 매년 최소한 두번씩은 양극을 대표하는 이데올로기 간의 대결이 이뤄진다.
과연 그럴까?
지난 20번의 경기를 거치면서 – 현재까진 클롭이 9-8로 전적에서 앞서고 있다 – 두 거장의 전술 싸움의 성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분데스리가와 초기 프리미어리그 경기들에서 과르디올라와 클롭의 전술은 철저하게 달랐다. 오늘날 그들의 전술은 궤를 같이 하면서 버전만 다른 느낌이다.
과르디올라와 클롭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존재한다. 그리고 둘은 각자의 콘셉트를 차용해가면서 상대에게 대응하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을 바꿔갔다. 두 감독의 첫 리그 맞대결이었던 2013년 11월 과르디올라의 3-0 승리로 끝났던 데어 클라시커에서, 펩은 클롭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중원을 거쳐가는 플레이보단 타깃맨을 둘 세워 롱볼을 전개하길 바랐기에 미드필더 겸 수비수 하비 마르티네스를 마리오 만주키치 바로 밑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역주-이 때문에 콕스가 혹시 로드리를 공미로 쓰지 않을까?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하비의 전진 배치는 우리가 과르디올라에게서 봐왔던 것들 중 가장 파격적인 전략이었고, 도르트문트의 강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펩은 그의 팀을 좀 더 피지컬적이고, 직선적이며, 또한 보다 ‘클롭’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아래로 내려와 골키퍼의 롱볼을 받으면서 동료들에게 효과적으로 볼을 전달해주는 도르트문트의 전술 역시 꽤나 직선적이었다. 물론 레반도프스키는 이 시즌 과르디올라의 바이언으로 떠나기 전 도르트문트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뮌헨은 결국 그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 경기에선 두 감독의 경쟁과 매우 큰 연관성을 갖는 두 명의 교체 선수가 투입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는 도르트문트에서 방금 영입된 마리오 괴체와 지난 여름 클롭의 리버풀에 합류한 티아고 알칸타라를 출전시켰다. 10년 전만 해도 많은 선수들이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클롭의 도르트문트를 오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그들은 극단적으로 다른 전술을 지향했고 때문에 편이하게 다른 장점을 지닌 선수들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클롭의 시스템에서 좋은 선수는 과르디올라의 시스템에서도 좋은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선 슈퍼컵에서 2패를 기록하긴 했어도, 과르디올라가 클롭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 물론, 부분적으로 그의 클럽이 도르트문트 최고의 선수들을 채갈 수 있었던 것 때문이기도 하다. 과르디올라의 바이언은 분데스리가 데어 클라시커에서 3승 1패를 거뒀고 – 그 1패는 바이언이 리그 우승을 이미 확정한 시즌 막바지에 나왔다 – 2014년 DFB 포칼 결승에서도 도르트문트를 누르고 트로피를 들었다.
잉글랜드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 대체로 클롭의 리버풀이 과르디올라의 시티를 압도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시티가 리버풀을 5-0, 4-0으로 이기긴 했으나, 전자는 사디오 마네의 이른 퇴장이 경기를 극적으로 바꿔 놓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였고, 후자는 지난 시즌 리버풀이 진작에 리그 우승을 확정해서 딱히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경기의 기록이었다.
커뮤니티 실드 경기, 타이틀의 운명이 이미 결정된 경기, 경기 결과를 보지 않아도 될 만한 2차전, 단순히 경기력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경기 등을 제외하면 잉글랜드에서의 과르디올라 vs 클롭의 라이벌은 크게 4경기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경기는 2018년 초 안필드에서 리버풀의 승리로 끝났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빠른 템포의 4-3 경기이다.
이 경기의 전술적 흥미점은 골이 어떻게 들어갔느냐가 아닌 언제 들어갔느냐였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 강한 압박과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의 멋진 중거리를 통해 시티를 압도했지만, 그 이후에는 조금 사그라들며 하프타임 5분 전 르로이 사네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후반전은 보다 익스트림한 경기가 연출됐다. 후반 중반을 지나기 전 리버풀이 세 골을 넣으며 시티를 몰아붙였고, 이후 베르나르두 실바와 일카이 귄도안의 만회골이 터지면서 클롭의 팀이 막판에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양상이 그려졌다.
이 패턴은 우연의 일치로 나온 게 아니었다. 클롭이 원했던 강렬한 레벨의 축구가 초반 시티를 겁먹게 했지만, 그 강력함은 90분, 아니 45분도 지속되지 못했다. 시티는 그들의 방식대로 경기를 진행해갔고, 높은 점유율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시티는 폭풍을 헤쳐 나가야 했다 – 안타깝게도 이 경기에선 그러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 중요했던 경기는 몇 달 뒤 다시 안필드에서 치러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었다. 리버풀은 홈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는 과르디올라가 리버풀의 집요함에 두려움을 가져 중앙을 지배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중원을 구성하고 우측면을 포기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먹혀들지 않았다. 클롭은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를 평소보다 좁은 위치에 서게 하면서 맞대응했고, 시티의 홀딩 미드필더들은 거의 항상 마킹을 당했다. 리버풀은 2차전이 시작도 하기 전에 4강 진출권을 사실상 따냈을 뿐만 아니라, 패스 플레이를 통한 만들어지는 게 아닌 간결한 태클과 마무리를 통해 두 골을 득점했다. 클래식한 클롭의 모습이었다.
아마 가장 중요했던 경기는 2019년 1월 에티하드에서 시티가 2-1 승리를 거둔 경기였을 것이다. 시티가 4개월 뒤 리버풀에게 승점 1점을 앞서면서 간신히 리그 타이틀을 들어올린 걸 생각하면, 이 경기는 거의 결승전의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경기에서도 과르디올라는 그의 접근법을 바꿨다. 리버풀의 중원 장악력을 경계하기 보다는, 측면을 통한 공격을 막는 데에 집중했다. 아이메릭 라포르테는 살라를 막기 위해 레프트백을 맡았고, 라이트백 다닐루는 절대로 오버래핑 하지 않으면서 마네만 막았다. 그러나 리버풀은 라인 사이 포켓에서 공간을 찾아냈고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마네가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나오면서 마네가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역주-이 슛은 들어가지 않았고 그 유명한 VAR no goal이 나옵니다…).
이 경기는 리버풀의 풀백들이 완전히 갖춰진 후 처음 치른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기도 했다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은 지속적으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동점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티의 두번째 골은 윙어들의 합작에서 나왔다. 라힘 스털링이 안쪽으로 잘라들어오면서 사네에게 볼을 넘겨줬고, 사네는 먼 쪽 낮은 구석에 슛을 꽂아 넣었다. 이 둘은 당시 계속해서 연계 플레이를 만들었지만, 대체로 측면에서 이뤄졌었다. 여기서 그들은 중앙으로 들어와 서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마치 리버풀의 공격수들처럼 골을 득점했다.
4번째로 살펴볼 중요했던 경기는 2019년 11월 리버풀의 홈 3-1 승리다. 리버풀의 풀백들과 파비뉴가 케빈 데 브라이너의 사이 공간 침투를 완벽하게 막아냈던 경기이다. 이 경기는 지난 두 팀들의 경기와는 달리 그리 타이트하거나 큰 의미를 갖는 경기는 아니었다 – 그냥 단순히 리버풀이 시티보다 더 좋은 팀이었고 여유롭게 리그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 클롭의 리버풀이 과르디올라의 시티를 이긴 방식은 여느 때와 달랐다.
만약 여러분이 게겐프레싱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온 클롭의 역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당신들은 리버풀을 압박이 주가 되는 팀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랄프 하센휘틀의 사우스햄튼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은 좀 더 완벽한 팀으로 거듭났고, 집요한 압박은 좀 놓아 두는 대신 더 좋은 빌드업을 선보였다.
클롭의 리버풀에는 과르디올라식 전술의 흔적이 남아 있다. 리버풀은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를 펄스 나인으로 기용한 이후 가장 명백하게 가짜 9번을 활용하는 팀이다(역주-지금은 그냥 가짜가 됐지만). 리버풀은 티아고를 영입하기도 했고 – 과르디올라의 바이언 첫 이적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영입생이 바로 티아고다 – 이는 그들이 중원에서 더 많은 창의성을 갖길 바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과거 리버풀의 중원엔 에너지 넘치는 허슬러들이 엄청난 활동량을 기반으로 뛰어다녔었다.
한편 과르디올라의 시티는 요즘 들어 볼 점유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다소 줄였고 결과적으로 점유율 수치는 눈에 띄는 패턴을 보이면서 낮아졌다. 물론, 전체적인 점유율은 그 경기의 상황을 잘 살펴보면서 확인해야 한다 – 양상에 따라 각각 다른 의미를 보유하는 게 점유율이다. 그러나, 이 흐름은 분명히 보인다. 한때는 시티가 볼을 잡고 리버풀은 그에 대응하는 경기가 펼쳐졌지만, 최근에는 보다 균등한 점유율의 경기들이 나오고 있다.
아마 이번 주말 경기는 그 변화를 훨씬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클롭의 어쩔 수 없는 조던 헨더슨과 파비뉴의 센터백 기용은 과르디올라가 로드리와 페르난지뉴로 보여줬던 기용이다.
한편, 수비의 사령관 후벵 디아스는 비록 볼을 소유할 때도 굉장히 능력 있는 선수긴 하지만, 전형적인 수비 잘하는 선수로 더욱 유명하다. 시티도 이제 점점 더 피지컬적으로 강한 팀이 됐다. 데 브라이너가 부상으로 낙마한 지금, 과르디올라의 핵심 미드필더는 귄도안이다. 8번으로 뛰고 있는 그는 클롭의 도르트문트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했다.
중원 싸움이 이를 잘 보여준다.
티아고 vs 귄도안은 한때 전형적인 과르디올라와 클롭의 선수상을 나타냈었다 – 이제 그 둘은 서로 다른 감독의 휘하에서 뛰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두 팀의 정체성이 한데 어우러져 그 어느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술 싸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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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Michael Cox 202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