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마치, 그는 누구인가? [Tifo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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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마치, 그는 누구인가? [Tifo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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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마치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는 훌륭한 감독들을 길러내기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RB 잘츠부르크에서 배출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내정자 마르코 로제와 프랑크푸르트의 아디 휘터 뿐만 아니라, 현재 볼프스부르크를 지휘하고 있는 LASK 출신 올리버 글라스너와 볼프스베르거 AC에 있다가 반슬리의 감독으로 선임돼 인상을 남긴 후 뉴욕 레드불스에 합류한 게르하르트 스트루버 역시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를 거쳐갔다.

 

현재 RB 잘츠부르크의 감독을 맡고 있는 제시 마치는 배턴을 이어받아 더 좋은 리그의 빅클럽으로 둥지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누구고, 어떻게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첫 미국인 감독이 되었을까?

 

마치는 MLSDC 유나이티드, 시카고 파이어, 치바스에서 미드필더로 뛰었고, 수많은 트로피를 들었다. 그는 은퇴와 동시에 시카고 시절 그를 지도했고 당시 미국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던 은사 밥 브래들리를 찾아갔다. 그때부터 마치의 감독 커리어가 시작됐고, 2011년 브래들리가 경질되자 마치는 빠르게 몬트리얼 임팩트의 감독직을 수락했다. 임팩트의 창단 첫 시즌 마치는 클럽을 이스턴 컨퍼런스 7위로 이끈 후 팀을 떠났다.

 

마치가 그의 가족과 함께 세계 여행을 다니기도 했던 3년 간의 휴식 이후, 그는 뉴욕 레드불스의 지휘봉을 잡았고 첫 시즌에 MLS 서포터즈 실드 (역주-MLS 양대 컨퍼런스 최다 승점팀에게 주는 트로피의 이름이다) MLS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결정적으로 마치는 이때부터 레드불 네트워크에 첫 발을 들였고 여전히 레드불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뉴욕, 잘츠부르크, 라이프치히는 최소한 라이프치히와 잘츠부르크가 모두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기 전까지는 훈련 캠프를 함께 하고 코칭 방식과 전술적 콘셉트를 공유한다. 당시 레드불 체계의 핵심 인물들이었던 라이프치히의 감독 랄프 랑닉과 헬무트 그로스도 그와 대화를 나눴고 20187월 마치는 랑닉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수석코치직을 맡기 위해 독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치는 라이프치히와 2년 계약을 맺었지만, 1년만 머무른 뒤 팀을 떠났다. 2019년 그는 당시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감독으로 선임된 마르코 로제를 대체하기 위해 잘츠부르크로 갔다.

 

마치의 전술과 철학은 레드불 네트워크의 접근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20198The Other Bundesliga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레드불의 축구에 대한 기본 골자는 속도라고 한 바 있다. 우리는 상대보다 빠르게 플레이하고 더 빠르게 생각하길 좋아합니다. 실제로 이걸 구현하기 위해선 여러 전술적 디테일들이 첨가돼야 하는 거죠. 압박과 게겐프레싱, 전진과 트랜지션 플레이 같은 것들요.

 

마치는 양측면 미드필더들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트랜지션 상황에서 상대 라인 사이에 좁은 고리를 형성하는 레드불 식 4-2-2-2를 선호한다. 그러나 마치는 포메이션보다 원칙들 속도, 압박, 전진성 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그는 주로 전체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뜯어고치기 보다는 선수들의 위치를 수정하곤 한다.

 

또한 마치는 다른 전형들도 활용하는 유연한 사고를 지닌 감독이다. 특히 4백 앞에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를 두는 팀을 상대할 땐 4-3-1-2 혹은 다이아몬드 4-4-2라고 불리우는 포메이션을 가동해 공격형 미드필더가 패스길을 막아설 수 있도록 한다.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것은 마치의 강력한 압박 전술의 핵심이다. 그는 선수들이 볼의 위치에 집중하면서 패스 길목을 틀어 막는 블록을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있는 상대 선수를 둘러 싸는 상황을 만든다. 또한 팀은 작은 함정을 두고 상대가 볼을 뒤로 돌리게 한 뒤 빠르게 달려들어 볼을 따내고 슈팅까지 가져가는 전략을 쓴다.

 

잘츠부르크는 센터백이나 대체로 넓게 벌려서 있다가 필요시 내려와 빌드업을 돕는 풀백이 곧바로 직선적인 패스를 때려주는 매우 종적인 빌드업 체계를 사용한다. 미드필더 역시 후방 빌드업을 도와주지만, 대체로 패스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상대 공격수들을 끌어당겨 중원을 관통하는 패스가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마치는 볼 소유 시 상대의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 사이에 최소한 4명의 선수들을 꽤나 좁게 배치해 중앙을 거쳐가는 연계 플레이를 통해 박스까지 들어가거나 오버래핑한 풀백 또는 넓게 벌려 선 미드필더의 크로스를 받도록 한다.

 

마치는 디테일에 집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고, 레드불 네트워크가 훈련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과 콘셉트를 공유하기 위해 축구에 특화된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에서나, 경기장에서나, 선수, 스태프들과 함께 분석 영상을 볼 때나 모든 의사소통을 독일어로 하려 노력하기로 유명하다. 마치는 The Other Bundesliga 팟캐스트에서 중요한 건 내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느냐 하는 거죠.라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장밋빛 미래를 가리키는 듯 하다. 하지만 마치는 결코 순탄한 길만 걸어온 사람이 아니다.

마치가 레드불 잘츠부르크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감독(역주-마르코 로제)의 후임으로 들어왔다. 팬들은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치의 잘츠부르크 감독 데뷔 경기에서 팬들은 Nein zu Marsch, [마치는 안된다] 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치가 랑닉과 너무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잘츠부르크가 라이프치히의 위성구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닌 클럽이 될 거라는 문제 의식이 있었고, 사실 현재까지 그런 과정이 이어져 오고 있다.

 

마치는 첫 시즌에 더블을 달성했고 다시 한번 더블을 따낼 수 있는 추세에 올라 있다. 이제 그는 훨씬 유명한 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잘츠부르크의 유럽 대항전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들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클린시트를 사수하지 못했다.

 

마치는 수많은 선수들 (홀란드, 미나미노, 황희찬, 소보슬라이) 의 이탈로 시험대에 올랐고 현재 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패트손 다카와 에녹 음웨푸 같은 선수들을 더 잃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레드불은 이 네트워크를 벗어나고도 계속해서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수많은 감독들을 배출했다. 로제, 휘터, 랄프 하센휘틀, 그리고 로저 슈미트가 그러하다. 그들은 모두 레드불 내에서 명성을 쌓았고 더 큰 클럽으로 떠났다.

 

물론 마치가 빅클럽까지 가려면 또 하나의 디딤돌을 밟거나 잘츠부르크에 더 오랫동안 남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태까지 나온 시그널들은 마치가 정상급 클럽의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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