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브스의 브루노 라즈: 원더러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전술 분석 [T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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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브스의 브루노 라즈: 원더러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전술 분석 [T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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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arlos Rodrigues/Getty Images

 

시즌 막바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가 울브스의 감독직을 내려놓는다는 소식은 프리미어리그 전체에게 충격을 주었다. 다니엘 레비와 토트넘 핫스퍼의 보드진 역시 뉴스를 들었지만 그가 클럽의 새 감독으로 선임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역주-6월 초 기사이다보니 원문에는 그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나옵니다. 안타까운 토트넘). 누누가 울브스를 떠난다는 소식 자체는 그렇게까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그 타이밍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시점이었다. 그는 사임 발표 한 시간 전쯤 시즌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팀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울브스는 퇴임 성명 직후에 전 벤피카 감독 브루노 라즈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라즈는 포르투갈 국적에 (아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45세인 감독으로 프리메이라리가의 맹주 중 하나인 벤피카를 다년간 지휘했고, 이제는 울브스의 감독으로 선임되었다(역주-이 사항 역시 당시에는 확정되지 않았기에 원문 표현은 세부 사항 조율만을 남겨두고 있다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철학과 과연 그가 울브스에 맞을지, 라즈가 벤피카에서 잘한 것과 못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기용할 핵심 선수는 누가 될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시스템과 수비 대형 

브루노 라즈는 벤피카의 B팀에서 승격해 곧바로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의 전임 감독 후이 비토리아 역시 4-4-2를 쓰긴 했지만, 그는 4-3-3을 메인 시스템으로 박아 두었다. 라즈는 벤피카에 강력하고 아주 공격적인 전술을 주입했고, 그의 벤피카는 리그를 완벽히 지배하며 포르투를 가까스로 제치고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가 선임되던 20191월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으로 포르투를 꼽았었다.

 

그렇다고 해서 벤피카가 그 동안 수비적인 축구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라즈의 팀은 내려앉을 때면 플랫 4-4-2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 트랜지션 상황에 여러 옵션을 만들어 둘 수 있도록 꽤나 넓은 간격의 수비 대형을 가져갔다. 상대의 1차 빌드업 시에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가 전진해 센터백이 중원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나 전방에서 아주 적극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두 스트라이커는 상대 센터백 둘을 지켜보고 있으며 세페로비치는 패스 길목을 막아서려 하고 있다.

 

2018-19 시즌에는 1차 수비 라인이 털리면 가브리엘 피레스와 안드레아스 사마리스의 미드필더 듀오가 제 위치를 벗어나 빠르게 볼을 소유한 상대 선수를 압박했다. 한 시즌 뒤에는 QPR에서 개인기 마스터 (그리고 탐욕왕)의 면모를 보여준 아델 타랍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서 사마리스는 그리 많이 기용되지 않았고, 나오더라도 본래보다 낮은 위치에 배치됐다.

 

위 장면에서 벤피카의 4-4-2 압박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가브리엘은 볼을 소유한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이런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은 2019-20 시즌의 타랍이 잘 보여줬다.

 

울브스 또한 파이널 써드에서 거의 압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2020-21 시즌 파이널 써드에서의 압박 903회로 이 부문 최하위 웨스트햄에 이은 19위에 올랐다. 반면 디펜시브 써드에서의 압박 시도는 2108회로 리그 7위를 찍었다. 그들은 라즈의 벤피카와 유사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누 에스피리투 휘하의 울브스는 미드필드에도 라인을 구축해 상대가 측면으로 볼을 굴리도록 했다. 후벵 네베스와 함께 출전한 레안데르 덴동커 혹은 주앙 무티뉴는 상대가 올라와도 중원에 좁은 간격을 유지했다. 울브스의 미드필더 듀오는 좌우 전환을 막으며 볼의 움직임을 쫓고 중앙을 통한 볼 전진을 억제했다.

 

4-2-3-1 시스템에서도 울브스는 수비 시에 아주 좁은 간격을 유지했다. 위의 예시에서는 도미닉 칼버트-르윈을 몰아내 측면으로 볼을 보내고 있다.

 

두 팀 모두 볼을 전방으로 보내는 데 수비수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센터백에서부터 시작해 윙백이나 풀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누누는 울브스의 빌드업 플레이에서 정확한 롱볼을 뿌려주는 코디의 중요성에 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는 3백의 스위퍼 포지션에서 경기당 6.7개의 롱패스를 성공시켰다. 코디는 주로 하프라인을 넘어서 전진해 있는 윙백을 향해 패스를 보내줬다.

 

위 사진에서 코디가 하프라인 살짝 위쪽에 위치한 세메두를 향해 패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8-19 시즌, 페후는 그와 비슷하게 경기당 6.3개의 롱볼을 기록했다. 이는 라즈의 벤피카가 후방에서 볼을 앞으로 보내는 데 그의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페후의 롱패스를 받아주는 역할은 해당 시즌 끊임없이 터치라인 근처에서 공간을 찾아내고 좌측면을 완전히 털어버렸던 알렉스 그리말도가 주로 수행했다.

 

위 장면에서 페후는 그리말도에게 롱패스를 보내준다.

 

상술했듯이, 울브스의 수비수들은 다년간 뛰었던 3백 시스템에서 4백으로의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말하기는 쉬우나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과제이다. 이제는 모든 수비수들이 양 센터백 사이에 코디가 있거나 윙백이 커버하러 내려와주는 상황에 익숙해진 채로 수비를 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울브스가 가장 많이 가동한 포메이션이 4-2-3-1이니, 누누가 시도하던 것과도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풀백과 미드필드의 연계

그리말도와 안드레 알메이다는 2018-19 시즌 양측면의 지배자로 군림했고 한 차원 높은 공격형 풀백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들은 프리메이라리가에서만 29골에 관여했고, 어시스트 개수에서는 각각 3, 4위에 올랐다. 그리말도와 알메이다는 크로스 능력도 뛰어났기에 항상 상대 진영 깊은 곳까지 들어가 기회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아도 됐다.

 

빌드업 과정에서 양 풀백은 아주 넓게 벌려서 팀의 볼 전진을 도왔다. 파이널 써드에서 상대의 압박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공격 시 그리말도는 알메이다보다 클래식 풀백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오른발잡이 인사이드 포워드로서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가는 하파를 앞에 둔 그리말도는 그를 지나쳐 오버래핑을 가져갔다.

 

하파는 중원 근처에서 볼을 받고, 그리말도는 오버래핑을 시작한다.

 

그리말도는 브라가의 수비수를 지나쳤고, 하파는 그에게 손쉽게 스루패스를 전달할 수 있었다.

 

아래 장면에서는 그가 하파 뿐만 아니라 가까운 쪽의 중앙 미드필더와도 연계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잘 나타난다. 당시 왼쪽 중앙에는 대체로 가브리엘이 많이 섰는데, 그는 그리말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정확한 스루패스를 보내줬다. 라즈 휘하의 벤피카는 속도감 있는 공격을 선호했고, 정교한 롱패스를 날릴 수 있는 가브리엘은 공격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측면에 있는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롱볼을 보내줄 수 있었다.

 

위 장면은 가브리엘이 페널티 박스 바로 옆쪽에 위치한 그리말도에게 패스를 보내주는 예시이다. 이 패스 이후 그리말도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박스 안의 수많은 동료들을 바라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파이널 써드까지 볼을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드리블러들(페드로 네투, 아다마 트라오레, 다니엘 포덴세 등)을 여럿 보유한 울브스에서는 이런 전술이 자주 나오진 않았지만, 후벵 네베스나 주앙 무티뉴 같은 선수들은 측면 공간에 수비를 빗겨 가는 스루패스를 잘 넣어줄 수 있다.

 

그리말도는 파이널 써드에 들어가면 골라인 근처까지 쇄도해 위협적인 컷백을 내주거나, 두 풀백의 볼을 받아내는 데 최적화돼 있었던 188cm의 장신 스트라이커 해리스 세페로비치의 머리를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는 플레이를 모두 잘해냈다. 세페로비치의 23골 중 10골이 그리말도 혹은 알메이다의 발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다음 시즌 울브스에서 이 전술의 주요 수혜자 중 하나는 라얀 아이트-누리가 될 수 있다. 넬송 세메두는 자신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하는 수비수이자 볼 캐리어임을 증명했지만, 파이널 써드에서의 공격력은 벤피카 시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울브스 이적 후에는 그리 훌륭하진 못했다. 누리는 스피드와 기동력이 매우 좋은 재능 있는 레프트백이다. 만약 그가 파이널 써드에서 딜리버리를 좀만 개선해 다양성을 높인다면, 누리는 아주 유용한 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위 장면에서 누리는 수비를 앞에 두고 크로스를 올리고 있지만, 그는 골라인까지 올라가 니어 포스트의 실바에게 컷백을 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투톱과 울브스에서의 방향성

주앙 펠릭스가 12600만 유로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전 2018-19 시즌 후반기에 퍼스트팀에 들면서 리그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올라선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펠릭스는 리그 득점왕 스트라이커 세페로비치와 합을 맞추는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벤피카의 37번째 프리메이라리가 우승의 중심에 서 있었다.

 

시즌이 시작할 때 펠릭스는 당시 코치였던 비토리아의 판단에 따라 우측 윙어 자리에서 로테이션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라즈는 그에게서 정통 스트라이커의 잠재력을 보았다. 그 결과 펠릭스는 리그에서 79분마다 한 골에 관여했고, 유럽 무대에서도 세 골을 득점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의 성공은 그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완벽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라즈의 선택에서 기인했다.

 

펠릭스는 박스 안쪽으로의 쇄도를 잠시 멈추고 볼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펠릭스는 오른쪽 낮은 코너에 슈팅을 차 넣으면서 해트트릭을 만들어냈다.

 

그는 기술적인 역량과 볼의 방향을 빠르게 바꾸고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을 통해 세페로비치의 완벽한 파트너가 되었다. 스위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세페로비치는 파이널 써드에서 그의 피지컬을 활용해 상대 수비들을 유인하고 펠릭스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영리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치명적인 골잡이로 활약했다.

 

세페로비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포르티모넨세 전 발리 득점은 그의 2018-19 시즌 최고의 골 중 하나였다.

 

그는 중원으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를 해주기도 했다.

 

울브스는 상술한 두 공격수와 비슷한 유형의 두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다. 파비우 실바는 괜찮은 테크닉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완벽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십대 스트라이커이고, 라울 히메네스는 결정력과 피지컬이 좋은 스트라이커이다. 실바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벤치로 물러나야 했지만, 그는 분명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냈고 2021-22 시즌으로 향하는 좋은 징조를 보였다.

 

그는 피지컬적으로 여전히 성장 중이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바는 날카로운 움직임과 주력을 활용해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가져갈 때 가장 위협적이었다. 그는 슈팅을 때릴 때 시간이 적을수록 더 좋은 킥을 해내는 타고난 피니셔이다. 이는 좁은 공간에서 슛을 만들어내는 그의 성향과도 맞물린다.

 

페드로 네투가 웨스트햄 수비의 등 뒤로 뛰어가는 실바의 뒷공간 침투를 보고 라인을 한 번에 넘어가는 패스를 날린다.

 

이 장면에서 그는 볼을 빠르게 잡지 못하고 너무 측면으로 빠져버렸다 그러나 실바는 훌륭한 골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먼 쪽 포스트 하단에 슈팅을 꽂으면서 골을 기록했다.

 

또한 라즈는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의 시스템에서 성공한,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스트라이커 라울을 보유하게 됐다. 라울은 리버풀의 호베르투 피르미누 같은 선수와 비슷한 테크닉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는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 미드필더와 연계하면서 상대를 끌어내고 오버래핑하는 풀백이나 윙어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디오고 조타가 울브스에 있던 시절, 그는 라울과 훌륭한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조타의 롤은 펠릭스가 벤피카에서 맡았던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격 전술은 다소 달랐지만, 어쨌든 라울은 다른 공격수와 페널티 박스를 함께 쓰는 데에도 익숙한 스트라이커이다. 그의 마무리 능력은 상대 수비를 끌어당김으로써 실바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즈는 그가 벤피카 시절 두번째 시즌에 했던 것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도 4-4-2를 쓰지 않고 한 명의 스트라이커만 선발로 나서는 4-2-3-1을 다듬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투톱 전술을 계속해서 쓴다면, 분명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울브스에는 라즈가 성공적으로 기용했던 듀오와 비슷한 유형의 공격수들이 있으니, 승산이 있는 것이다.

 

마무리

라즈는 울브스의 새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그러나 그가 울브스에서 선수단의 최고치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는 포르투갈의 재능 있는 선수들로 가득 찬 벤피카에서도 두번째 시즌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거액이 들어간 이적시장 이후 시작은 좋았지만 팀의 성적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울브스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전술적인 면만 보면, 울브스의 선수단은 라즈의 전술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볼 플레잉 센터백, 공격형 풀백, 전술적으로 영리한 박스--박스 플레이메이커에 기술적이고 피지컬이 좋은 스트라이커 듀오까지 있으니 라즈의 전술에 잘 녹아들 수 있을 테다. 곧바로 성공을 예견하는 것은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울브스가 2020-21 시즌 몰리뉴에서 보여줬던 축구와는 상반되는 즐거운 축구를 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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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Thomas Pearce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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