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타 비고 전에 든 생각: 네베스와 아다마를 지켜라 [FASTory]
Wolves

셀타 비고 전에 든 생각: 네베스와 아다마를 지켜라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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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H


프리미어리그 개막도 어느덧 일주일이 덜 남았다. 울브스는 공개적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친선경기에서 셀타 비고를 상대했다(라즈가 알 샤밥 같은 팀과 비공식 경기를 한 적도 있어서 앞으로 친선 경기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진 못하겠다).

전반에는 경기력도 안 좋았고 사이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결국 실점했다. 후반에도 득점을 못한 건 매한가지였지만, 라즈의 공격적이고 압박이 강한 축구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희망을 남겼다.

어쨌든 이 경기를 보면서 든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이 경기는 정말 특이한 경기였다. 울브스 팬들은 라즈의 탈을 쓴 누누와 비엘사를 한 경기에서 모두 봤다. 하프타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되었다.

전반전의 퍼포먼스는 매우 좋지 못했다. 코벤트리 전, 스토크 전과 다를 게 별로 없었다. 라스 팔마스 경기 후반부터 3백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수비력은 전보다 좋아지긴 했어도 전체적인 경기력이 올라오진 않았다.

라즈는 울브스 부임 이후 프리시즌 경기들에서 누누가 주로 쓰던 343, 자신이 주로 쓰던 442, 두 감독 모두가 썼던 4231을 모두 가동했다. 초반 크루, 베티스, 라스 팔마스 경기에는 442와 4231을 주로 썼다면, 그 이후에는 343을 메인으로 삼는 추세이다.

내가 이런 라즈의 3백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수비 숫자 하나 늘리기에 불과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4백에서도 불안하던 숏패스 빌드업은 3백으로 바꾼 이후에도 그리 많이 개선되지 않았고 (물론 이는 서브 키퍼인 러디가 출전했을 때 더욱 심각해지긴 했다. 사가 나왔을 때에는 어느 정도 괜찮았다) 상대의 침투와 스루패스를 잡지 못한 채 박스 안까지 볼 투입을 허용하는 문제는 이 경기 전반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망 사이스가 있었다.

사이스는 일단 느리고 대인 수비 능력도 그리 좋지 못한 선수이다. 그런데 그는 마치 자신이 매우 빨라서 뒷공간이 모두 커버되고 드리블하는 상대를 맞닥뜨리면 무조건 볼을 빼낼 수 있는 센터백인 양 수비를 한다. 엄청나게 뛰쳐나가는 것이다.

최소한 뛰어나가려면 상대의 볼을 앞쪽에서 끊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볼리 역시 그런 수비를 한다. 그런데 사이스는 볼을 뺏지 못하는 상황에도 무작정 달려간다.

상대가 쉽게 볼을 내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도 달려나와선 뒷공간을 모두 노출한다. 다행히 상대의 패스미스로 큰 위기는 면했다.

앞쪽에서 얼척도 없는 슬라이딩 태클을 무리하게 시도했다가 뚫리고, 결국 무티뉴, 네베스까지 들어왔으나 중거리를 허용했다.

여기서도 상대에게 들어가는 스루패스를 미리 끊지 못하는 느린 발이 나왔지만, 그래도 좋은 태클로 상대를 저지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게 오히려 문제였다.

이런 식으로 PK를 내줬으니 말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수비인가? 저게 수비수가 할 수비인가? 또다시 뒤쳐진 채로 스타트를 끊은 건 그렇다 치자. 바로 옆에 코디도 있고 박스 안에는 4대2로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 있는데, 박스 가장 자리에서 위험하게 발을 들이밀어서 페널티를 내줘야 했을까? 지난 시즌 리그 맨시티 1차전에 내준 슬라이딩 태클로 인한 PK만큼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수비였다.

이건 진짜 뭐하는 짓인가? 프리시즌이라 위험한 태클을 하면 안 된다는 건 둘째 치자. 저건 퇴장감이다. 양발로 들어가 상대의 정강이를 정확히 분쇄했으니 옐로우 카드가 나온 건 프리시즌에 홈팬들 앞에서 분위기 망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까 PK는 박스 안이기라도 했는데, 위 장면은 상대 진영에서 나온 반칙이다. 물론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가 역습을 올라올 수도 있는 타이밍이긴 했으나, 이 정도로 과격하게 끊어야 했을까? 정말 의문이다.

심지어 이 장면 이후에는 거의 패싸움을 내기도 했다. 이것이 진정한 베테랑의 품격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울브스의 이적시장: 영입하려면 먼저 팔아야, 판매 대상은 네베스-아다마 아닌 미르, 쿠트로네, 사이스 [디 애슬레틱] 기사에서 팀 스피어스가 판매 가능 대상으로 지목했던데, 이런 식으로 뛸 거면 얼른 나가기 바란다.

킬먼 역시 두어 번 정도 스루패스에 뒷공간을 노출했다. 킬먼이 대인 수비는 좋아도 주력은 빠르지 않기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셀타의 전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코디쪽으로는 침투가 거의 들어오지 않아 스위퍼 역할을 잘 수행했다. 하지만 이쪽 역시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결론은 지난 몇 년 간 얘기했던 것처럼, 센터백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티스 전 볼리, 코벤트리 전 모스케라가 부상을 당하면서 이제 남아 있는 성인 팀 센터백은 코디, 사이스, 킬먼 셋 뿐이다. 물론 모스케라는 8월 중순, 볼리는 8월 말에서 9월 초 복귀가 예상되긴 하지만, 남은 선수들로는 퀄리티가 심하게 떨어진다. 코디와 사이스는 원래 수비를 못하는 선수들이고, 킬먼 역시 느린 발이라는 고질적인 약점을 갖고 있으며 수비도 완벽하진 않다. 모스케라는 올 시즌 처음으로 유럽 무대를 밟은 20살 유망주이다. 볼리는 유리몸이 되었다.

라파 미르를 비롯한 잉여 자원들을 최대한 빠르게 매각하고 모스케라와 볼리가 예정대로 복귀한다는 가정 하에 사이스까지 팔아치워야 한다. 그리고 기량이 되는 센터백을 영입해야 한다. 나이도 다 찼고 리더십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센터백을 들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다.

한편 전반과 후반 모두 아주 훌륭한 활약을 펼친 선수도 있었다.

바로 후벵 네베스였다.

수비수들 사이로 정확하게 패스를 깔아주면서 전진을 이끈다. 라즈가 온 이후, 이런 네베스의 전진성이 많이 살아났다. 이전 친선경기들에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아주 좋은 패스다. 완전히 반대로 열어주면서 후버가 부담 없이 볼을 몰고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네베스가 이번 프리시즌에는 이렇게 돌아서는 동작도 많이 좋아졌다. 패스 역시 정확했다.

좁은 지역에서 미리 넓은 시야로 빈 공간에 있는 동료를 보고 볼을 전달해준다. 무티뉴의 폼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까지 네베스가 수행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압박으로 볼을 탈취하고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 특히 3백으로 전환한 뒤로는 네베스가 공격에 전보다 많이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외로 중원에서 공중볼이나 경합 상황이 발생할 때 꽤 잘 싸워주기도 했다.

이런 미리 봐주는 시야+정확한 킥에 패스를 앞으로 내주기까지 하니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베스는 이번 여름 맨유, 아스날 등의 빅클럽들과 지속적으로 링크가 났지만, 결국은 팀을 떠나지 않는 모양새이다. 남아주면 무조건 감사한 선수이다. 프리시즌 초반 코디가 복귀하지 않아 부주장 네베스가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뛰기도 했는데, 향후 1-2 년 내로 한 시즌 내내 그가 주장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싶기도 하다.

네베스는 24살입니다.
더 이상 포르투에서 온 원더키드가 아닙니다.
그는 울브스의 부주장이요,
중원의 사령관입니다.
네베스는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미키 버로우스(울브스 캐스터),
셀타 전 롱패스를 보고
-


하지만 걱정되는 건 네베스의 옆자리이다. 343이든 442든 울브스는 이번 시즌 2미들을 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리고 네베스는 사실상 주전 확정이나 다름없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주앙 무티뉴와 레안데르 덴동커가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한 시즌을 믿고 가기엔 부족하다.

무티뉴는 프리시즌 내내 기동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2019-20 시즌 누누가 만나이 32살의 노장을 4000분 기용하는 정신 나간 운영을 선보인 이후, 지난 시즌의 무티뉴는 에이징 커브를 직격으로 맞아버렸다. 아스날 전이나 전반기 소튼 전 같은 클래스를 보여주는 경기들이 간헐적으로 나와주긴 했으나, 이제는 정말 힘들어 보인다. 활동량 자체가 크게 떨어지니 경기에 많이 관여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덴동커가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지난 시즌 평가에서 무려 F를 받아버린 덴동커였지만, 지금처럼 네베스가 조율 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서고 무티뉴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 무식하더라도 한발 더 뛰어주는 덴동커가 괜찮을지도 모른다. 물론 덴동커가 좋은 옵션이라는 건 아니다.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이제는 무티뉴를 보내줄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앙 미드필더는 센터백 다음으로 시급한 포지션이다. 만약 푸싱 그룹이 전처럼 지원을 해줬다면, 무조건 센터백과 미드필더부터 사야 했을 것이다. 비티냐를 왜 그냥 보냈는지 이해가 안 가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이다.

분위기를 바꿔보자. 후반에는 진정한 라즈볼이 진가를 드러냈다. 다음 장면들에서 누누와는 전혀 다른 라즈의 울브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측면에 몰리니 빠르게 달려들어 압박하고 볼을 빼낸 뒤, 전방에 라울에게 볼을 연결하고 라울은 빠른 측면 자원(이 장면에서는 아다마)에게 전달해 숏카운터를 친다. 올 시즌 라즈의 울브스가 정석으로 삼을 만한 역습 장면이다. 라울의 이런 연계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왼쪽의 아다마에 관해서는 후에 말할 내용이 좀 더 있다.

네베스가 중원에서 볼을 빼내고 빠르게 트린캉에게 볼을 전달, 트린캉은 공간이 나자 저돌적으로 치고 나가면서 위험 지역 프리킥을 얻어냈다. 좀처럼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던 트린캉은 셀타 전에 폼을 끌어올리면서 기술적으로 볼을 간수하고 드리블을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부정확한 퍼스트 터치가 나올 때도 있다는 점은 아직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네투와 포덴세가 완전한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괜찮은 옵션으로 뛸 수 있을 것이다.

아다마가 왼쪽으로 가면서 중앙으로 드리블을 치는 장면이 보다 많아졌다. 이후 움직임도 아주 좋았다. 네베스의 찔러주는 패스 역시 완벽했다. 마르살의 슈팅 2개와 라울의 마지막 슛이 모두 벗어났다는 점은 아쉽지만, 아주 훌륭한 공격 전개였다.

코너킥 시 센터백들이 모두 올라와 공격에 가담하면서 좋은 성과가 많이 나왔다. 킬먼, 사이스, 덴동커 모두 높이에서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고, 코디 역시 어느 정도 역할은 해줄 수 있다.

측면에 볼이 가자 순간적으로 압박을 들어가면서 후버가 컷백까지 만들어낸다. 누누 시절에는 언제 압박을 들어가야 하고 볼을 빼낼 수 있는지 하는 것들이 전혀 없었다.

코디가 이렇게 바이시클킥을 시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라울이 좋은 기회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시즌에 들어가면 두 경기에 한 골 정도는 득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위 장면들 대부분이 압박을 가해 볼을 빼내고 빠르게 올라가 슈팅으로 마무리를 짓는 공격이었다. 라즈는 이런 축구를 지향한다. 적어도 체계적인 압박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측면으로 볼을 보내면 343 포메이션에서 윙백과 윙어가 빠르게 붙어주면서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플레이가 존재한다. 포메이션은 같아도 그 속에 숨겨진 의미는 너무나도 달랐다.

이런 공격 속에서 중심이 된 선수들은 어찌 보면 뻔했다. 라울, 네베스, 아다마. 모두 핵심 중의 핵심인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뉴페이스가 있었다. 바로 키야나 후버였다.

사실 나는 후버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유스 시절에는 센터백을 봤지만 키가 작아 센터백을 서기에는 애매하고, 자신도 풀백을 원한다. 그렇다고 풀백으로 나오면 수비나 공격 모두에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셀타 전 후반 후버의 모습은 그의 공격적인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전반에 나온 패스였지만, 상당히 좋은 선택이었다. 아다마의 터치가 앞쪽으로 이어졌다면 거의 라울과 아다마의 2대2 공격 찬스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빠른 타이밍에 최전방의 라울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해준다. 저 위치에서 볼을 잡은 풀백이 이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마지막 슈팅을 가져간 선수가 홈런 전문가 덴동커라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스피드도 상당히 빠르다. 이렇게 아다마와 연계가 조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세메두와의 경쟁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세메두도 빠르긴 한데 연계는 전혀 안 되니까.

이 장면에서도 원터치에 라울에게 곧장 패스를 전달하면서 빠른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라울의 건네주는 터치 역시 예술적이다.

이 경기에서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방에 패스를 뿌려주는 후버의 킥은 가공할 만했다. 세메두가 이 경기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격리로 인해 명단에도 들지 못했는데, 후버가 이런 활약의 반 정도만 해줘도 최소한 준주전 정도로는 기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기 최고의 선수를 꼽자면 네베스가 되겠지만, 후버의 발견은 더 큰 가치를 남겼다.

그 외 말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아다마의 좌측 기용이 될 것이다. 후반기 사우스햄튼 전에 처음으로 가동됐던 좌측 아다마-우측 네투 포진은 초반에 새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어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역시 고착화되고 아다마는 오히려 제 속도도 잘 이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셀타 전 아다마는 좌측에서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오히려 직선적으로 치고 나가는 루트 외에도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까지 선보이며 우측에 있을 때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더했다. 포덴세와 네투가 차례로 복귀한다면 약간 달라지긴 하겠으나, 왼쪽의 아다마는 좀 더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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