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완전 영입에 관한 생각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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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완전 영입에 관한 생각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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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베이직하게 깔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재 황희찬의 폼이 유지된다면 완전 영입에 반대할 울브스 팬은 없을 겁니다. 10골 정도 득점해서 시즌을 마친다? 무조건 완전 영입해야 합니다. 현재 폼의 80% 정도만이라도 유지해서 쭉 간다면 영입하지 않는 게 미친 거죠.

 

그런데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울브스가 '겨울에' 황희찬을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텔레그래프나 리암 킨이 있는 익스프레스&스타(여러분이 찌라시로 많이 알고 계시는 익스프레스가 아닙니다. 웨스트 미들랜즈 지역지로 울브스, 아스톤 빌라, WBA, 월설만 다루는 공신력이 꽤 높은 언론입니다) 같은 매체에서 울브스는 겨울에 황희찬을 완전 영입하려 한다는 기사를 냈어요. 공식 석상에서도 라즈가 1월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무조건 완전 영입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여기에는 찬성입니다.

 

다만 황희찬을 1월에 완전 영입한다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좀 많이 반대하는 편입니다. '아니 황희찬 합류 이후로 계속 골도 넣고 팀도 상승세인데 이걸 반대한다고?'라고 따지는 건 잠깐만 참아주세요.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필요한 영입은 따로 있다

먼저 황희찬의 이적 형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황희찬은 2021-22 시즌에 1년 임대와 약 1400만 파운드의 완전 이적 옵션을 달고 RB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로 이적했습니다.

 

이 딜의 형태가 뜻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라이프치히가 황희찬을 임대에서 복귀시키지 않는 이상 울브스는 최소 한 시즌은 황희찬을 임대생 신분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완전 영입을 겨울에 하든, 여름에 하든, 혹은 영입을 하지 않든 올 시즌 종료까지는 울브스의 선수로 뛴다는 거죠.

 

만약 울브스의 스쿼드가 굉장히 탄탄해서 시즌 중, 그러니까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떤 보강이 별로 필요치 않다면 황희찬 영입을 확정지음으로서 선수에게 자신감도 심어주고 다음 여름에 피곤할 일도 미리 없애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울브스의 스쿼드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습니다.

 

센터백

센터백은 현재까지는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예년에 보여줬던 퍼포먼스들을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울브스가 4백을 못 쓰는 이유 [FASTory] 이 글을 보시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의외로 코디의 실수가 적어지고 압박이 강하지 않은 팀 상대로는 원래 보여주던 롱패스 어느 정도 날려주는 게 괜찮긴 한데, 에버튼 전에 사이스가 1대1 찬스를 내주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하나 하면서 '역시 나는 믿으면 안 되는 수비수다'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킬먼 말고는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수비수가 없는 게 현실이죠.

 

게다가 겨울이 되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리면서 모로코의 사이스와 프랑스에서 코트디부아르로 국적을 변경한 볼리는 차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1군에서 센터백은 코디, 킬먼, 모스케라 밖에 남지 않아요 (덴동커와 마르살은 제외했습니다. 덴동커는 2년 전에 센터백 자리에서 아주 호러쇼를 펼쳤고 이후 비상 상황 외에는 수비수로 기용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고, 마르살은 리옹에서 3백의 측면 센터백을 맡긴 했는데 울브스 이적 이후로는 누누나 라즈나 센터백으로 쓴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3백을 쓰는 팀이 센터백 3명이라니 아주 볼 만하죠? 심지어 모스케라는 전부터 강조했지만 올 시즌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럽 무대를 밟아보는 선수입니다.

 

그러면 '4백으로 전환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실 수도 있어서 말하는 건데 코디는 공중볼과 대인 수비에서의 약점 때문에 4백에서 기용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3백 중앙 자리에 서야 롱패스라는 이 선수 최고의 장점이 잘 나오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킬먼이나 모스케라도 달려드는 성향이 있어서 코디처럼 라인 컨트롤하고 잡아주는 선수가 옆에 없으면 라인 무너질 가능성이 꽤 큽니다.

 

미드필더

뎁스만 따지면 여기가 더 심각합니다. 현재 쓸 수 있는 선수가 네베스, 무티뉴, 덴동커 뿐입니다. 브루노 조르당은 울브스 팬들도 잘 모를 정도로 부상 기간이 길었고, 그 이전에도 울브스에서 거의 뛰질 못했습니다. 최근 벤치에 앉는 루크 컨들은 분명 잠재력이 있는 선수입니다만 2002년생에 아직 리그 데뷔전도 치른 적이 없죠.

 

네베스는 브렌트포드 전 후반이나 리그컵 토트넘 전 등 아쉬웠던 경기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거의 매 경기마다 1인분 이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인터셉트부터 빌드업, 전진패스까지 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죠. 문제는 무티뉴와 덴동커입니다. 무티뉴는 최근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곤 있다고 해도 언제 다시 폼이 떨어질지 모르는 노장이고, 덴동커는 나오면 우측 공격을 말살시키는 패스 연결이 매우 힘든 미드필더입니다. 결과로 보여주는 황희찬과 라울, 보여주지 못한 라즈 [FASTory] 라는 리즈 전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뎁스도 너무 얇고 네베스와 함께 서줄 확실한 옵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얇은 뎁스는 팀의 운영에도 어느 정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최근 울브스의 경기들을 보면 전반에 득점을 하면서 리드를 잡았음에도 그 이후 바로 내려앉으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에게 얻어맞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숫자 자체가 너무 적다 보니 라즈가 이런 접근법을 들고 나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적료

이렇게 울브스는 겨울에도 보강할 포지션이 둘이나 있는데, 어차피 올 시즌 끝까지는 잘 쓸 수 있는 황희찬을 완전 영입하는 데에 미리 1400만 파운드를 쓸 필요가 없지 않나 라는 겁니다. 물론 센터백과 미드필더를 모두 사고 황희찬까지 영입할 수 있다면 그건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겁니다. 여름 이적시장 때 스벤 보트만 영입을 위해 릴에 2500만 파운드를 비드한 것만 봐도 돈이 아예 없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울브스의 회장 제프 쉬가 울브스의 자생 경영을 추구하는 만큼, 큰 지원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때문에 시즌이 진행 중인 겨울에는 새로운 보강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름까지 기다려도 변하는 건 없다

앞서 말했듯이 황희찬은 한 시즌 동안 울브스 소속으로 뛰게 될 겁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완전 이적 시의 이적료입니다.

 

울브스와 라이프치히는 이미 이적 여부는 울브스가 선택하고, 그때의 이적료는 1400만 파운드로 고정되는 딜을 했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 오개념을 가진 채로 '황희찬이 계속 잘하면 가치가 오를 텐데 겨울에 사는 게 가장 싸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울브스는 (사실 '울브스만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내년 여름까지 기다리더라도 황희찬을 1400만 파운드에 영입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울브스는 당연히 한 시즌을 풀로 지켜보고 황희찬이 지속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평가하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현재까지 4골로 매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그 중 왓포드와 리즈를 상대로 나온 두 골은 주워먹기에 가까웠고, 뉴캐슬과 리즈는 흐름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것 때문에 황희찬의 득점이 폄하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문전에 떨어진 볼을 득점하는 것도 엄청나게 큰 능력이고, 특히 황희찬은 경기력은 괜찮았지만 득점이 없었던 팀에 골을 더해주면서 살아나는 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뉴캐슬은 흐름이 안 좋은 팀이었지만, 그 경기에서 나온 2득점은 엄청난 오프더볼과 완벽한 골 결정력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다만 울브스 입장에서는 한 시즌 동안 이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의 득점 페이스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울브스 역시 섣불리 계약 기간을 늘렸다가 누누, 울브스와 새로운 장기 계약 체결할 것 [디 애슬레틱] 라는 케이스에서 화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다릴 수 있을 때에는 기다렸다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황희찬은 저때 누누의 경기력과는 달리 잘하고 있지만요.

 

그리고 보통 임대 후 완전 이적 딜의 경우 일정 기간까지는 해당 팀에 우선 영입권이 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짜까지 영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대 복귀를 하고 다른 클럽이 영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선택 이적 옵션이 걸려 있는데 빅클럽이 하이재킹할 것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풋볼 매니저 같은 게임에서도 선택 이적 옵션으로 임대 가 있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현재 임대 중인 팀과도 협상을 해야 한다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겠죠?

 

겨울 타 포지션 보강이 오히려 도움 된다

현재 울브스는 센터백과 미드필더의 한계로 인해 계속해서 3백, 343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4백에서도 잘할 수 있는 수비가 좋은 센터백이 영입되고 미드필더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면, 울브스는 원래 라즈 감독이 선호하는 442 포메이션을 확실하게 가동할 수 있습니다.

 

442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선수는 다름 아닌 황희찬입니다. 황희찬이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투톱이고, 라울과 함께 442의 최전방에 서면서 최고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343의 윙어 대신 442의 세컨 스트라이커로 서면 자신의 장점인 오프더볼과 전방압박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으며, 지원해주는 윙어가 하나 늘기 때문에 더 많은 찬스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역 수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포메이션 중 하나가 442이기 때문에, 황희찬의 동선이 너무 길어지는 것 역시 방지할 수 있겠죠.

 

라울과 황희찬이 투톱으로 고정된다면 아다마, 포덴세, 트린캉 중 두 명이 양쪽 윙에 서면서 더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져갈 수 있고, 거기에 1월 중순에 네투가 복귀하면서 울브스의 공격은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결론

1. 황희찬 완전 영입은 무조건 찬성이다.

2. 그러나 겨울 영입은 반대이다.

3. 겨울에는 센터백과 미드필더 영입이 우선이다.

4. 황희찬은 일단 올 시즌은 끝까지 기용 가능하며, 여름까지 기다려도 이적료가 변하지 않는다.

5. 게다가 겨울에는 센터백과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것이 황희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겨울에는 타 포지션을 보강하고, 황희찬은 여름까지 잘하는 걸 지켜본 뒤에 영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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