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의 시간은 끝났다: 잉글랜드가 유로 2020 결승에서 전술을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 [디 애슬레틱-마이클 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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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의 시간은 끝났다: 잉글랜드가 유로 2020 결승에서 전술을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 [디 애슬레틱-마이클 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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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ustin Tallis/Getty Images

 

개러스 사우스게이트는 현재까지 잉글랜드가 유로 2020을 치르는 동안 각 선수에게 들어맞는 역할을 쥐어주는 접근법을 사용했다. 그는 승리를 거둔 날의 선발 명단은 바꾸지 않는다는 오랜 격언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선수들을 기용해왔다. 사우스게이트는 대회 개막 이후 두 경기 연속으로 같은 스타팅 라인업을 꺼내든 적도 없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상대하는 잉글랜드의 결승전은 가장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는 견고한 수비와 기술적인 미드필드 트리오, 파괴력 있는 공격을 자랑한다. 사우스게이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대를 막아낼 수 있는 팀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잉글랜드는 선발 명단을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이탈리아의 시스템은 아주 익숙해졌다. 그들의 포메이션은 시트 상으로는 4-3-3이지만, 공격 시에는 3-2-5로 변모한다. 라이트백 지오반니 디 로렌초는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3백을 구성하고,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가 빠지고 그 대체자로 들어온 에메르송 팔미에리가 반대쪽에서 왼쪽 윙어처럼 빠르게 전진한다.

그가 올라오면 로렌조 인시녜는 왼쪽 하프스페이스 공간으로 이동하는 반면, 우측의 페데리코 키에사는 터치라인 근처에 머문다. 그와 임모빌레의 사이 공간으로 니콜로 바렐라가 침투를 가져간다.

 

 

잠시 사우스게이트가 덴마크 전에 들고 나왔던 시스템과 선발 명단은 잊어라. 그리고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각 상대를 잘 막을 수 있는 선수들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다시 이탈리아의 선발 명단을 되짚어 보자.

 

일단 좌측에서 중앙으로 컷인하는 인시녜를 따라다니면서 거의 3백의 오른쪽 센터백처럼 적극적으로 수비해줄 라이트백이 필요하다. 이는 카일 워커가 지난 독일 전과 2018 월드컵에서 맡았던 역할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 앞에는 바렐라의 침투를 막을 피지컬과 안정성을 보유한 홀딩 미드필더를 배치해야 한다. 가끔은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상대를 막아내는 그런 선수 말이다. 그 자리에 알맞은 선수는 데클란 라이스일 것이다.

 

우측에는 높은 전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필요시 에메르송의 오버래핑을 따라가주면서도 공격 트랜지션에서도 화력을 더해주고 에메르송이 비워둔 채널(역주-윙백 혹은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는 주로 좌측에서 윙백으로 뛴 경험을 갖고 있는 부카요 사카와 딱 맞는다 그러나 그가 왼쪽 윙백으로 많이 뛰었다고 해서 오른쪽에서 비슷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상 선발 확정인 조던 픽포드와 함께 상술한 세 명을 집어넣어 보자.

 

 

그 다음에는 누굴 넣을까? 조르지뉴는 낮은 위치에서 경기를 조립해가는 데 능한 선수이지만, 지난 3시즌 간 잉글랜드에서 그의 퍼포먼스는 강한 압박을 받을 때에는 제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잉글랜드는 10번 자리에서 완벽한 압박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조르지뉴의 첼시 동료로서 그를 잘 아는 메이슨 마운트 말이다.

 

마르코 베라티 역시 비슷한 유형의 위협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갖고 있다. 잉글랜드에겐 그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패스 길을 차단하는 동시에 공간이 생기면 볼을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베라티는 성급한 태클을 남발하는 습관이 있으니, 스피드로 상대를 제쳐낼 수 있는 선수가 좋을 것이다. 조던 헨더슨도 옵션이 될 수 있지만, 크로아티아를 상대했던 개막전 칼빈 필립스의 퍼포먼스는 공격적인 넘버 8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 외에는 물론 언제나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을 배치해야 한다. 해리 매과이어와 존 스톤스의 센터백 조합을 바꿀 이유는 전혀 없으며, 특히 스톤스의 주력은 치로 임모빌레를 상대하는 데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루크 쇼는 부동의 레프트백 주전으로 올라섰고 키에사를 막는 롤을 받을 것이다.

 

그 앞에는 덴마크 전 서로 좋은 팀워크를 선보인 라힘 스털링과 해리 케인이 계속해서 뛸 것이다.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쇄도하는 스털링의 2차 침투는 이번 대회에서 아주 효과적이었다. 최전방의 케인은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조르지오 키엘리니를 상대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공격수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나온다고 해서 잉글랜드가 무조건 경기를 이기거나 전술적으로 압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건 경기장 위의 11명의 선수들에게 달린 것이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덴마크 전 수비 대형과 시스템은 이탈리아를 멈춰세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라고 생각된다.

 

위의 시스템에서 선택받은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도 마땅치 않다. 필 포덴과 제이든 산초는 사카의 포지션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지만, 둘 모두 사카만큼의 수비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는 이번 유로에서 두 선수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헨더슨은 분명 유용한 옵션이지만, 그가 다른 미드필더들보다 이 팀에 더 잘 맞을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보다 극적인 대안은 3-4-3으로 돌아가 이탈리아의 공격진 5명을 5백으로 방어하는 것일 테다. 잉글랜드는 이 전술을 통해 수비 진영의 중앙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겠지만, 케인이 조르지뉴의 위치까지 내려와 압박하는 장면이 수없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이는 그리 매력적인 옵션이 아니다 또한 조르지뉴처럼 위협적인 대각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보누치를 잉글랜드가 견제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잉글랜드는 근래의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한 공격 옵션들을 보유 중이고, 사우스게이트의 선수 선발은 지난 몇 달 간 지속적으로 논쟁 거리가 되고 있다. 그건 단순히 감독의 선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잉글랜드의 경기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자신들의 게임을 하느냐, 아니면 상대의 강점을 막기 위해 선수 구성을 바꾸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둘 중 어느 쪽을 택하든, 덴마크 전과 동일한 선발 명단을 내는 것이 솔루션이 될 것이다. 이제는 잉글랜드가 하나로 뭉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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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Michael Cox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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