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치니, 극찬 받을 자격 있어... 거의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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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니, 극찬 받을 자격 있어... 거의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디 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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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MICHAEL REGAN/POOL/AFP via Getty Images

 

국가대항전 토너먼트를 우승하는 대표팀들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특정 세대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황금 세대로 구성된 팀과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스페인, 2014년의 독일, 2018년의 프랑스 매 경기마다 모든 걸 쥐어 짜내면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객관적인 전력이 약한 팀 2004년의 그리스, 2016년의 포르투갈 으로 말이다.

 

로베르토 만치니의 이탈리아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팀이 아닐까 싶다. 현재의 이탈리아는 기술적인 선수들이 많은 훌륭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윙어와 플레이메이킹 미드필더들은 10년 전 이탈리아가 배출했던 선수들과는 유형이 많이 다르다. 다른 한 편으로, 이 팀엔 월드클래스의 공격수가 없다. 만치니는 4강과 결승에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서 겨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만치니는 극찬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지금 사람들이 그를 칭찬하는 이유들 중에는 그리 타당하지 못한 것도 있다. 만치니가 혼자서 이탈리아의 수비에만 집중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했다는 생각은 대표팀을 유로 2012 결승으로 이끌었던 체사레 프란델리가 스킬풀한 4명의 미드필더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전술을 사용했다는 걸 생각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만치니의 이탈리아는 전술적인 관점에서 안토니오 콘테의 이탈리아와 다르고, 성공의 측면에서 지안 피에로 벤투라의 이탈리아와도 다르다. 그러나 벤투라 시절 2018 월드컵 진출 실패는 어떤 의미에서는 과대 평가된 부분이 있다. 물론 그 사건은 이탈리아라는 축구 강국의 대참사였지만, 당시 그들은 완벽했던 스페인과 같은 조에 묶여 2위로 예선을 마무리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잘 짜여진 스웨덴을 상대해 아쉽게 패배했다. 이탈리아 축구는 밖에서 보여지는 정도로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한 감독이 국가대표팀의 플레이스타일을 완전히 갈아엎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가끔씩 그런 케이스가 나오기도 하지만 - 일례로 마르셀로 비엘사의 칠레가 있다 일반적으로 급진적인 전술 변화는 기술적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배출될 때 그 흐름에 따라 이뤄진다. 만치니는 비엘사보다는 보수적으로, 언제나 수비적인 전술가라는 평을 받아왔지만 수많은 미드필드 플레이메이커들이 배출되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루이스 아라고네스보다는 자의적으로 팀을 바꾸어 놓았다.

 

언제나 변함없는 수비 축구만을 고집하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감독들은 대체로 그냥 쫄보나 실용주의를 좇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아라고네스가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는 결단을 내렸던 것처럼, 만치니 역시 조르지뉴, 마르코 베라티, 니콜로 베라티로 똑같은 결정을 했다.

 

만치니가 대단한 진짜 이유는 이탈리아의 조직력에 있다. 그를 관찰해온 여러 사람들은 만치니가 이탈리아를 클럽팀처럼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경기장 밖에서의 응집력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경기장 내에서 대형을 갖추고 조직력을 유지하는 그의 전술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회 초반부터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조직력을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다른 팀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유로 2020에 참가한 감독들 중 만치니와 루이스 엔리케만이 진짜 엘리트 클럽 감독 물망에 올랐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례로 두 감독 모두 10년 내로 빅리그에서 타이틀을 따낸 경험이 있다. 어쩌면 그들은 향후에 탑 클럽의 지휘봉을 잡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볼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에 5명의 공격진을 배치하여 공격의 폭을 넓히고 선수들이 채널에서 움직이도록 했다. 두 국가는 가장 역압박을 강하게 들어가 빠르게 볼을 탈취해내는 팀들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기술과 전술 양면에서 토너먼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만치니의 이탈리아는 볼을 점유할 때에는 3-2-5 대형으로 움직였지만 원래 자신의 포지션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좋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의 좌측면 전후방을 오가는 플레이는 그의 안타까운 부상 전까지 이탈리아의 핵심적인 공격 루트 중 하나였다. 페데리코 키에사는 우측면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오스트리아 전에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벨기에 전 승리에서는 로렌조 인시녜가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좌측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감아 차는 골을 만들어냈고, 바렐라는 우측 메짤라 포지션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득점했다.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선 실망스러웠지만 조별 경기에서는 그의 홈구장인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득점을 올렸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베라티와 조르지뉴는 결승에서 경기를 완전히 컨트롤했다. 부드러운 패스를 주고받으며 라인 사이에서 그들의 경기를 했다.

 

수비에서는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결승전에 동점골을 득점했고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트로피를 들었다. 골키퍼 지안루이지 돈나룸마는 4강 승부차기에서 한 골, 결승 승부차기에서 두 골을 막아내면서 유로 2020 MVP로 선정됐다. 수비적으로 내려오는 플레이를 한 라이트백 지오반니 디 로렌초는 팀에서 ‘가장 영향력이 없는, 조안 카프데빌라의 이탈리아 버전을 맡았을지도 모르나, 그는 묵묵히 그의 역할을 해냈고 견고한 수비를 보여줬다.

 

만치니는 스페인을 상대로 너무 일찍 수비적인 스탠스로 잠그려 하는 실책을 범했지만, 결승에서의 용병술은 특히 임모빌레를 빼고 인시녜를 중앙 공격수로 기용한다는 결정은 이탈리아의 반격을 만들어냈다. 그는 대회 초반 몇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던 마누엘 로카텔리를 벤치로 내리고 베라티를 복귀시키는 결정도 옳았음을 증명했다.

 

어떤 대회에서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데, 이탈리아는 로마에서 터키를 때려 눕히면서 개막전 포문을 열었고, 곧바로 승리할 수 있는 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120분 동안 스페인과 잉글랜드를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그 좋았던 첫인상 때문에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메이저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는 이탈리아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그들은 1990, 1994, 1998, 2008, 2016년에 승부차기에서 패해 탈락했다. 그러나 그들은 2000, 2006, 2012년에는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따냈고 2021년에는 두 번이나 승리했다. 승부차기의 성패 여부는 경기 결과를 결정짓고, 때로는 트로피의 향방까지 가르지만, 이후의 분석을 완전히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팀들이 페널티를 좀만 더 잘 찼다면, 이탈리아는 좌절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10번의 페널티킥에서 7골 밖에 넣지 못했는데, 이는 평균 페널티 득점률보다 떨어지는 수치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훌륭한 팀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들은 진짜 위대한 팀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선수단을 가지지 못하고서도 위대한 토너먼트의 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트로피를 강탈당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불운 때문에 그들에게 패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이탈리아의 위업을 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 자체가, 만치니의 이탈리아를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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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Michael Cox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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