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난 몇 년 간 친한 친구들한테 <더 믹서> (역주-콕스가 쓴 프리미어리그의 역사와 전술을 다루는 책입니다) 를 선물로 사줬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로 축구 전술의 패러다임을 가장 크게 바꾼 한 선수를 꼽자면 누가 있을까?
그 책에서도 말했듯이, 잉글랜드 축구의 흐름을 바꾼 선수는 칸토나라고 생각해. 그는 하룻밤 사이에 맨유를 바꿔놓았고 모든 탑 클럽들의 영입 정책에 영향력을 끼쳤어. 아마 칸토나는 잉글랜드에서 처음으로 탑 클래스까지 성공한 외국인 공격수일 거야. 나는 그가 퍼거슨의 생각을 바꾸고 기술적인 패스 축구가 유명해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자세하게 조사를 해보기 전에는 나도 칸토나가 그렇게 대단한가 라고 생각하는 회의론자에 가까웠지만, 그의 플레이와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볼수록 그가 잉글랜드 축구의 모든 걸 바꿔놨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
Q. 네 예전 기사 중에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에 뛰었던 잉글랜드 선수들이 현대 축구에 전술적으로 어떻게 부합할지를 다뤘던 글이 되게 기억에 남는데, 다른 나라의 선수들도 나오는 기사도 보고 싶어! 네 생각에 현대 축구에 가장 잘 맞을 선수는 누구야? 펄스 나인으로 뛰는 바지오?
고마워. 편집장이 그 기사 좀 쓰라고 한참을 졸랐으니까 여기서 자세히 말하진 않을게... 바지오의 이름을 말하는 선택은 되게 좋았어. 바지오는 언제나 그가 세컨드 스트라이커였는지, 아니면 두 명의 스트라이커 뒤에서 뛰는 넘버 텐이었는지를 갖고 논쟁의 중심이 되는 선수지. 바지오는 후자를 선호했지만 당시의 이탈리아 축구는 442 혹은 4411이 대세였기 때문에 그는 세컨드 스트라이커로도 많이 뛰었어. 하지만 그가 두 명의 선수를 앞에 두고 뛰는 걸 좋아했다면, 피르미누 롤 역시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동료들이 좀 더 바깥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올 뿐, 전방에 스코어러 둘이 있는 건 똑같잖아. 정말 흥미롭네. 질문 고맙고, 기사는 먼 훗날 언젠가 나올지도...
Q. 맨시티에는 스트라이커가 없고, 첼시는 루카쿠가 안 나오면 전방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만들고, 리버풀은 확실한 넘버 나인 없이 경기를 하고, 맨유는 호날두를 팀의 전술에 녹아들게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게 우연인 걸까? 아니면 탑 클럽들은 하나의 골잡이가 아닌 여러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만들어가는 걸 선호하기에 과거에 비해 좋은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이 작아진 걸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관련된 칼럼을 쓸 생각이야. 이 이야기는 지난 몇 년 간 '과연 클래식 넘버 나인은 사장된 것인가' 하는 논박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만, 난 네 말이 맞다고 생각해. 최근으로 올 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봐. 내가 보기에 축구의 태동 이래로 꾸준히 나타난 전술적 진화의 가장 핵심 컨셉 중 하나는 '보편화'라고 생각해. 공격수들은 더 이상 공격만 하지 않아. 수비수들도 더 이상 수비만 하지 않지. 올 시즌의 득점 순위는 이런 패턴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생각해.
역주: 콕스는 이 보편화라는 말을 꽤나 좋아합니다. 실제로 콕스의 EPL의 전술 역사를 다룬 서적 '더 믹서'를 보면 PART 4의 제목이 보편화일 정도. 그 파트에는 앙리와 반 니스텔루이를 필두로 원톱 스트라이커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프리미어리그, '벵거팀' 아스날의 무패우승, 효율성을 추구한 미드필더 마케렐레 롤의 탄생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은 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Q. 난 네가 타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 건너오는 선수가 얼마나 잘할지 어떻게 예상하는지 궁금해.
좋은 질문이야.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야. 이적이나 그런 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아서. 내가 아는 건 영입 전략을 잡아주고 리그들의 랭킹을 매겨서 에레디비시에서 몇 골을 넣은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몇 골을 넣을지 등을 조언해주는 21st club 같은 업체들도 있다는 거야. 근데 확실한 건 이적한 선수는 그 선수의 스타일과 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거야. 구단의 이적 관련 팀에서는 비디오를 보고 선수가 아주 유별난 퀄리티를 가지지 않았다면 영입 타깃을 골라내기가 힘들어.
Q. 왜 아직도 상대팀들은 투헬 첼시의 3백에 대한 파훼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거야? 콘테의 첼시 때는 2018년 스탬포드 브릿지 본머스 전 (역주-본머스는 칼럼 윌슨의 선제골을 필두로 첼시를 공략하는 데 성공해 3대0 대승을 거뒀습니다) 같은 경기들이 있었는데.
좋은 질문이야! 나도 이게 궁금해서 첼시의 경기들을 되게 유심히 지켜봤는데, 내 머리로는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명쾌한 해답을 생각해내긴 힘들더라고. 하지만 한 가지 이유를 말하자면 첼시는 중원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데 아주 뛰어난 팀이야. 레스터 전을 보면 이게 잘 드러나지. 레스터는 3미들을 가동하면서 중원을 장악하려 했지만, 첼시는 필요 시 윙어와 윙백이 모두 중앙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면서 오버로드를 걸었지. 조르지뉴의 장점도 정말 잘 활용했고. 근데 좀 더 확실한 답변을 주려면 경기를 더 면밀히 분석해봐야겠어.
Q. 안녕! 미드필더에서 세분화된 롤들을 잘 모르는데, 어떤 것인지 또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설명해줘. 메짤라나 카릴레로 같은 것들.
내가 생각하기엔 전술의 다양성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롤이 훨씬 더 다양해졌을지도 모르겠어. 카릴레로는 다이아몬드 442의 중원에서 양 끝에 서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야. 요즘엔 다이아몬드 442를 잘 안 쓰긴 하지만. 근데 이 카릴레로라는 롤은 8번의 수비적인 부담감을 덜어주는 전략과 유사성이 있어. 메짤라 역시 넓게 보면 비슷하지. 이런 용어들은 우리가 선 굵은 잉글랜드의 442 축구만 봤을 때에는 되게 잘 쓰여졌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은 피르미누나 데 브라이너, 귄도안, 칸셀루 같이 특이한 포지션을 개척해가는 선수들이 많아서, 전술적인 롤을 지칭하는 용어들을 추가해야 한다고 봐.
Q. 네가 생각하는 다음 축구계의 트렌드를 선도할 만한 전술이 있다면 뭐야? 우리는 인버티드 윙어, 게겐프레싱, 그리고 대표적인 전술가 감독들의 전략이 모든 팀으로 번지는 걸 봤잖아. 여태까지의 흐름을 보면 이 다음에 올 전술은 무엇이 될까?
음, 향후의 전술적 트렌드라... 나도 모르지! 거시적으로 보면 축구의 전술적 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 테마가 있어. 선수들의 포지션이 지속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과 경기의 스피드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는 거야(역주-포지션의 보편화는 상술했던 '공격수가 공격만 하지 않고, 수비수가 수비만 하지 않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미래의 팀들은 볼을 소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조직적으로 바뀌겠지.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뭐라고 딱 말하기가 어렵네. 난 항상 윙백, 풀백들이 중앙에서도 볼을 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최근 실제 경기에서도 이런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어. 그래서 확신은 안 들지만... 하나만 꼽자면 아마도 볼을 끌고 올라올 수 있는 센터백 아닐까? 요즘 축구에서 볼을 여유롭게 소유하고 공간이 나오는 때는 센터백이 공을 갖고 있을 때 뿐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수비수들이 볼을 몰고 전진하는 걸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을지도 몰라.
Q. 예전 70년대의 축구를 보면, 모두가 442만 쓰면서 특별한 전술이랄 게 없었잖아. 넌 현대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그때와는 다른 레벨로 올라와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서, 클러프(역주-브라이언 클러프. 1970년대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리그 1회, 유로피안 컵 2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인 감독입니다)나 레비(역주-돈 레비. 1960년대부터 약 13년 간 리즈 유나이티드를 이끌면서 수차례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같은 감독들이 현대 축구에서도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난 워낙 많은 것들이 크게 바뀌었고, 당시 감독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전술적 철학도 굉장히 진화했다고 생각해. 현대 축구에서는 빌드업, 체계적인 패스 플레이, 압박 등의 상황에 따라 특정한 포지셔닝이 요구되지. 모든 게 훨씬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었어. 그리고 그 감독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그 정도의 성공을 영위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일부 감독들은 자신이 뛰어난 재능을 발굴했고 이적시장에서의 성과를 통해 시즌을 보냈다고 말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럴까? 나는 그때의 감독들의 성공 요인에는 전술이 세간의 평가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고 봐. 하지만 2000년대에는 천재 그 자체였던 아르센 벵거가 2010년대에는 전술적으로 한참 뒤쳐졌던 것처럼, 1970년대의 지니어스들도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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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Michael Cox 202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