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과 아다마, 오해는 그만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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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과 아다마, 오해는 그만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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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브스에 관한 재밌는 영상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황희찬이 울브스로 이적하면서 국내에도 황희찬 관련 영상이 많아졌고, 제 알고리즘에는 별로 걸리지 않지만 기존에 손흥민이나 이강인을 주로 다루던 유튜브들도 황희찬과 울브스에 관한 영상을 올리는 모양입니다.

가장 재미있던 채널은 울버햄튼 출신 여자분과 한국인 남자분이 울브스 경기를 보고 리액션을 하는 영상을 올리는 채널이었습니다. 보면서 공감 가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리그컵 토트넘 전에는 '맨날 우리만 져' 라든지 '이젠 팬하기도 지쳐' 같은 말은 참 승리에 고픈 울브스 팬으로서 웃기면서도 슬펐네요.

저 분도 역시 현지 팬이시다 보니 누누를 좋아하시는 것 같았는데 한국에 사는 울브스 팬들이 대부분 누누를 싫어한다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ㅎ (얘기가 나와서 잠깐 말해보자면 현지 팬들이 누누를 좋아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아마 대다수가 평생 동안 울브스를 응원했을 텐데 누누는 그 전 시즌까지만 해도 2부 17위였던 팀을 압도적으로 우승시키고 1부리그 7위에 유로파리그 8강까지 보내줬으니까요. 주위 상황 같은 것들을 막론하고 이렇게 팀을 끌어올려줬으면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것도 존중하고 이해가 갑니다. 한국팬들이 싫어하는 이유야 제가 여태까지 계속해서 말해왔으니 블로그를 보셨으면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황희찬을 과도하게 응원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까내리거나 근거 없이 비판이 아닌 비난을 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영상이나 글은 황희찬 영입 전부터 팀을 사랑하고 응원했던 팬이 보기엔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희찬을 기용해야 한다, 어떤 점에서 이점이 생기고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면 더 잘 될 것이다~ 하는 식의 주장을 하는 건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도 반길 겁니다. 그런 컨텐츠가 만들어지면 울브스 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토론이 오가고 좀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저도 황희찬을 기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442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면 황희찬은 무조건 선발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의 343 시스템에서 황희찬이 설 자리가 애매하다는 점, 그리고 4백으로 무작정 돌리기엔 센터백들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 등 때문에 현재로서는 트린캉을 빼고 포덴세가 뛰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비난 없이 깨끗하게 황희찬을 기용하자고 하는 주장은 얼마든지 환영하고 좋다는 겁니다.

서론은 이쯤하고, 오늘 저는 이런 영상을 봤습니다.

https://youtu.be/8ywwFtkKU9M

유로 2012의 스페인 vs 이탈리아 경기에서 나왔던 가짜 공격수와 가짜 수비수 전술을 짚는 영상으로 저 또한 구독하고 있던 유튜버 라이크풋볼님의 영상이었습니다.

다만 제 기대와는 달리 그 내용은 좀 아쉬웠습니다.

먼저 영상 초반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지난 시즌 팀 에이스였던 페드로 네투가 부상을 당했고 황희찬이 네투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11월 즈음 전까지는 주전을 차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네요.

다만 이 부분, 나아가 영상 전체에서 아쉬웠던 점은 다니엘 포덴세에 관한 언급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리그컵 토트넘 경기 이전에 만들어진 영상인 것 같아서 엄청 강하게 말하진 못하겠으나, 포덴세의 지난 시즌 활약과 올 시즌 적은 출전 시간만을 부여받으면서도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생각한다면 무조건 들어갔어야 합니다. 만약 리그컵을 보셨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득점을 했고 많은 플레이를 만들어냈으니까. 사실 왓포드 전 황희찬의 데뷔골이 터질 때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칩샷 성의 크로스를 올리면서 기회를 만들어낸 게 누구였는지를 떠올려보면, 포덴세의 언급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지금 343에서는 오히려 황희찬보다 포덴세가 더 어울릴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질지 모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브렌트포드 전 이후로 울브스에 관한 이야기들 [FASTory] 이 글에 많이 나와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영상의 서론이 끝나면 다음 내용은 울브스의 현재 주전 3톱인 라울 히메네스, 프란시스코 트린캉, 아다마 트라오레에 관해 설명하고 이 선수들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자 먼저, 아다마의 드리블 중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 맞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아다마 트라오레에 관해서 [FASTory]울브스 2020-21 시즌 결산 - #4. 공격진 [FASTory] 같은 글에서 고쳤으면 하는 부분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죠? 드리블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는 말도 일부 공감이 가긴 합니다. 특히 이번 리그컵 토트넘 전을 보면 아다마의 드리블 성공률이 그리 높지 못했는데 이 경기에서는 아다마가 드리블을 계속 시도하면서도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는 빈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저 두 멘트는 이 영상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템포를 늦추고 공을 질질 끌면서 더 많은 수비수를 유인시킨다? 글쎄요. 왜 공을 질질 끄는 것처럼 보일까요? 아다마는 상대가 자신에게 붙고 앞에 공간이 생길 때 드리블을 하는 걸 선호합니다. 속도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어깨싸움을 할 때에도 밀려나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죠. 아다마는 처음 유명해졌던 2019-20 시즌부터 이런 플레이를 했고, 수비수가 본인에게 다가오려 하면 그 뒤에 있는 공간으로 볼을 쳐놓고 전진하게 됩니다.

'수비수가 많은 상황에서 돌파를 하는 것이 더 멋져 보이니까요' 이 부분은 어떤 기사나 인터뷰를 근거로 하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상식적으로 멋있다고 자신을 드리블하기 더 힘든 상황에 몰아넣는 선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인터뷰나 관련 자료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이런 내용을 담은 자료가 있음에도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앞 부분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멘트는 오히려 아다마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수비수들이 모여도 이에 개의치 않고 볼을 전진시킬 수 있는 옵션이 바로 아다마라는 이야기 아닌가요?

라이크풋볼님이 말씀하시는 아다마의 두번째 문제점은 드리블은 좋아도 크로스는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합니다. 저 역시도 아다마가 돌파를 다 해놓고 저 멀리 크로스를 날려버리는 것은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라이크풋볼님은 경기 당 4.8개의 크로스를 시도함에도 동료에게 전달되는 크로스는 1.4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다마의 크로스 중에는 수비수를 맞고 코너킥으로 연결되는 볼도 꽤나 많습니다. 물론 이것이 크로스를 올리는 원래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다마가 상대 라인을 흔들어놓고, 혼선을 주는 과정에서 코너킥이 나오는 것은 아다마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내용에서는 트린캉과 라울에 관한 코멘트가 나옵니다. 트린캉은 기대 되는 유망주이나 욕심을 부리다 볼을 뺏기는 경우가 많은 선수, 라울은 장기 부상 이후 폼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라는 언급이 있네요. 이 부분도 동의는 합니다만, 트린캉은 특히 시즌 초 폼이 좋지 않았고 맥을 끊는 장면이 많았다는 점에서 포덴세의 언급이 꼭 있었으면 했습니다.

글쎄요. 이 멘트도 아쉽습니다. 물론 측면 중심으로 움직이는 선수는 맞습니다. 다만 좌측에서는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드리블도 많이 보여줬고, 특히 3라운드 맨유 전에는 좌측에 나와서 중앙으로 드리블만 여러번 시도했습니다.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을 받아 올라가는 움직임도 많이 보여줬고요.

오프 더 볼이라면 토트넘 전, 레스터 전에 놓쳤던 결정적인 1대1 찬스들. 그것들이 다 아다마가 중앙으로 침투해서 받아낸 기회입니다. 골 결정력을 비판하는 데에는 1대1 찬스를 넣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오프 더 볼을 비판할 때는 1대1 찬스의 과정이 전혀 생략되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물론 아다마가 오프 더 볼이 좋은 선수는 아닙니다. 다만 '그냥 안 움직여요' 같은 너무나도 완고하고 강경한 워딩으로 비판하시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일단 아다마가 수비 가담을 안 한 것처럼 보이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아다마는 역습을 나갈 때 공간이 있으면 치고 나가면서 굉장히 빠르게 볼을 전진시킬 수 있고, 골문 앞까지 가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라즈 역시 전임 감독 누누와 비슷하게 내려 앉을 때에는 아다마를 최전방에 세워두곤 했습니다. 오늘 사우스햄튼 전을 보면 황희찬은 전방에 머물러 있는데 아다마는 좌측 울브스의 골라인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다마는 드리블을 할 때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약간의 안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다마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감독이 부여한 롤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울브스가 왼쪽에서 실점을 하는 이유가 있다는 멘트는 아다마가 수비수를 모으는 이유와 더불어 가장 아쉬웠습니다. 일단 울브스가 내줬던 실점들을 살펴봅시다.

1라운드 레스터 전: 아다마가 서 있던 좌측에서 레스터 히카르두 페레이라가 울브스의 두 수비 무티뉴와 마르살을 뚫고 드리블을 쳐 컷백을 올렸고, 제이미 바디가 코너 코디의 앞으로 쇄도해 득점했습니다. 아다마의 부족한 수비 가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2라운드 토트넘 전: 아다마가 있던 좌측이 아닌 그 반대의 우측에서 스루패스가 들어와 알리가 박스 안에서 페널티를 얻어냈습니다. 고로 해당 없음.
3라운드 맨유 전: 아다마가 있던 좌측, 아다마는 조깅을 하다가 박스 안까지 들어왔지만 타이밍이 늦었고 그린우드는 마르살을 가볍게 제치면서 득점에 성공합니다. 아다마의 부족한 수비 가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5라운드 브렌트포드 전: 마르살이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를 내줬고, 우측에서 돌파를 통해 기회가 나고 또 한 골을 내줬으므로 해당 없음.

아다마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울브스가 좌측에서 실점을 많이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수비수들 때문입니다. 올 시즌 울브스는 (여러 번 말했지만) 왼발잡이인 맥스 킬먼을 우측 스토퍼로 돌리고 좌측에 로망 사이스와 마르살을 두고 있습니다. 약간 다른 관점에서 실점들을 짚어봅시다.

1라운드 레스터 전: 마르살이 드리블을 뚫리고 사이스는 컷백 차단 실패, 코디는 바디가 들어오는 움직임 전혀 견제하지 못함
2라운드 토트넘 전: 수비수 사이로 들어오는 패스에 코디는 반응이 느렸고 사이스는 발이 느려 따라가지 못함. 결국 알리가 침투 성공하고 주제 사가 나와서 방어하다 페널티킥 허용
3라운드 맨유 전: 마르살은 그린우드의 드리블을 앞에서 보다가 슈팅을 전혀 방해하지 못하고 그린우드는 편하게 슈팅. 사이스는 뒤쪽에서 슈팅 차단 못함
5라운드 브렌트포드 전: 마르살이 전혀 안 그래도 되는 코너킥 상황에서 굳이 상대를 안아 끌면서 페널티킥 허용. 두번째 실점에서는 킬먼의 태클이 들어갔으나 공이 이상하게 흐르면서 돌파, 올라오는 크로스 궤적에 코디와 사이스가 있었으나 코디는 이반 토니의 앞에서 크로스를 전혀 방해하지 못했고 사이스는 음베우모의 움직임을 캐치하지도 못함.

현재까지 울브스가 한 5실점 중 사이스가 4번, 마르살이 3번, 코디가 3번 관여한 셈입니다. 전방에서 공격을 해야 하는 아다마와 다르게 이 선수들은 수비를 해야 합니다. 아다마보다는 이 선수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입니다.

이후에는 황희찬의 좋은 압박에 대해 조명합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황희찬은 기용됐을 때 많이 뛰어주면서 압박할 때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공격 시에도 아다마는 측면에만 머물고 라울은 많이 내려와 공격을 풀어주지만 박스 안 숫자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도 아쉬운 부분이, 아까도 말했지만 아다마의 맨유 전을 보면 지속적으로 왼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볼을 받고 올라가면서 공격 전개를 돕습니다. 또한 박스 안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현재 울브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트린캉을 빼고 황희찬을 집어넣음으로써 이 문제를 타계하려 하는 방법론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라이크풋볼님은 계속해서 아다마 대신 황희찬을 넣어야 한다는 쪽으로 영상의 분위기를 가져가시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만약 푸싱이 센터백을 영입해줬다면 442로 돌리고 아다마와 포덴세를 양 측면에, 황희찬과 라울을 최전방에 기용하면서 공격 시 나타나는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고, 최소한 수비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까지는 442의 가동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황희찬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황희찬이 성공하면 울브스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커질 것이고, 함께 재미있게 축구를 볼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투톱 가동이 가능하다면 황희찬은 박스 안으로 침투해 다수의 골 기회를 만들어내고 많은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유력한 자원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황희찬의 유입으로 인해 기존 울브스의 선수들이 타당하지 못한 이유로 격하되고 비난받는 현상은 최대한 피하고 싶습니다.

다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울브스 응원을 바라면서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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