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티냐, 왜 이런 선수를 이제야 기용했는가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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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냐, 왜 이런 선수를 이제야 기용했는가 [F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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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냐 이야기

비티냐는 2000년생의 미드필더입니다. 2020년 겨울 이적시장에 포르투에서 합류했죠. 1년 임대에 2000만 파운드짜리 완전 이적 조항이 있습니다. 여태 리그에서 34라운드까지 소화한 울브스에서 16경기를 출전한 아주 좋은 유망주죠.

 

그러나, 여기서 설명이 끝난다면 그건 누누의 팀이 아닙니다. 16경기를 뛰었음에도 소화 시간은 371분 밖에 되지 않고, 90분으로 환산하면 4번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피치 위에서 풀타임을 온전히 보낸 적은 없습니다.

 

게다가 비티냐는 아직까지 울브스 성인팀에서 제 포지션에 배치된 적이 없습니다. 본디 이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8번 정도의 롤을 받을 때 좋은 활약을 펼치고, 포르투갈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잉글랜드 U-21팀을 짓눌렀던 경기에서도 그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비티냐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선 적이 없네요. 항상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어로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이 FA 컵 사우스햄튼 전인데, 양 윙어로 모두 본 포지션이 아닌 비티냐와 깁스-를 배치해 울브스 팬들의 억장을 무너트렸던 게 인상 깊었네요.

 

그나마 출전 시간을 좀 가졌다고 할 수 있는 경기도 비티냐가 뭔가를 할 수 있는 판이 깔리질 않았습니다. 블랙 컨트리 더비 이전 선발로 출장했던 경기는 맨유 전, 브라이튼 전이었는데, 은 파비우 실바도 없이 완전히 내려앉아서 가드만 주야장천 올리고 있었던 경기였고 브라이튼 전은 33으로 가는 난장판에 공격 시에도 아다마 트라오레에게 볼만 주면 뭔가 나오던 때여서 비티냐가 전혀 활약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기회가 왔습니다. 4231에서 3의 가운데, 그러니까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긴 했습니다만, 빌드업을 돕기 위해 알아서 아래쪽으로 내려와 주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경기 장면 분석

-모든 움짤은 1.2배속입니다.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비티냐. 사실 이게 엄청나게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장면은 아닙니다만, 원래 울브스라면 저 공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중원 삭제 축구를 하기에 중요한 겁니다. 만약 그랬다면 덴동커는 또 누리한테 횡패스나 내주고 갑갑하게 흘러갔겠죠.

 

수비에 성공하는 비티냐. 이건 진짜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계속 이 경기처럼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는 미드필더로 기용되면 수비에서 책임이 크진 않을 겁니다. 이 경기도 그렇고 네베스가 수비를 잘해요.

 

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경기를 조율하는 비티냐. 이것도 특별한 플레이는 아니지만 원래 덴동커 같은 선수가 저걸 하다 보면 미스가 십중팔구 나오니까 아주 감사할 따름입니다.

 

세트피스 오른발키커 무티뉴(4월 초 당했던 사타구니 부상에서 복귀해 셰필드 전에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그 후 다시 두 경기를 내리 빠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와 왼발키커 네투(지난 풀럼 전 슬개골 골절 부상을 당해 6개월 부상을 끊었습니다. 다음 시즌 개막 이후에도 몇 경기를 결장할 예정이라네요...)가 모두 빠져 비티냐가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했습니다. 첫 코너킥은 골대 뒤로 날렸으나 이후에는 사이스 머리에 곧잘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네요.

 

볼을 몰고 올라가다가 WBA의 수비(코너 갤러거)가 자신에게 완전히 붙자 동료에게 내주는 모습입니다. 이런 플레이가 중요한 이유는, 울브스의 중원에 볼을 몰고 전진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투, 포덴세, 아다마는 모두 볼캐리에 능하지만 모두 전방이나 측면에서 뛰는 선수들이기에 한계가 있었고 누누의 그 중원을 없애고 측면에서 크로스나 개인 역량에만 의존하던 축구에 도움을 줬었죠. 이런 볼을 몰고 전진이 되면서 전환이나 조율도 잘하는 모습을 보고 제 2의 코바치치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적절히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약간 벌려서 있는 네베스에게 정확한 패스를 건네줍니다. 울브스는 어쨌든 주로 측면을 활용하기 때문에 빠른 전환이 필요한데, 네베스는 지난 글에서 다뤘던 것처럼 올 시즌 들어 전진이나 전환 패스를 날리는 성향이 너무 소극적으로 변한 면이 있어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이런 역할을 비티냐가 수행해주고, 네베스는 좀 더 측면에 치우쳐 있다가 큰 전환패스를 날려주는 롤을 맡으면 좋을 거라고 봐요.

 

정말 영리하게 움직여서 측면에 갇힐 뻔했던 오타소위의 볼을 잘 받아주는 장면입니다. 작년에 번역했던 프레드 분석글에 동료가 압박을 받거나 힘든 상황에서 패스를 잘 받아주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비티냐는 좀만 더 성장하면 그런 지표가 정말 잘 찍힐 겁니다. 주변 상황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한눈에 봐도 높아 보여요.

 

누리와 비티냐의 호흡이 좋았네요. 전 장기적으로 누리와 비티냐가 시너지를 내는 장면이 더욱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다마가 이상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비티냐에게 볼을 넘겨주죠. 그리고 비티냐는 스루 패스를 시도합니다. 이 장면만 봐도 두 선수가 온 더 볼에서 어떤 성향을 지니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어요. 처음 부분에 누리가 박스 안 하프스페이스 지역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아다마는 그걸 못 봐주고 드리블 시도하다가 뚫지도 못합니다. 물론 이것만 보면 아다마가 그리 잘못한 건 아니나, 아다마는 이 경기 내내 저렇게 동료 못 보고 드리블만 쳤어요. 그런데 생산성이 그리 높지도 않았죠. 아다마의 딜레마나 드리블 문제는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반면 비티냐는 적극적으로 스루 패스를 시도하는데, 막혔지만 이 플레이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패스를 넣으려고 시도하는 선수 자체가 그동안 울브스에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 그림에서 박스 안으로 움직이는 선수가 파비우 실바인데, 실바가 또 최전방에서 오프 더 볼이 좋으니 합 좀 맞춰가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 장면에서도 전진 스루 패스 시도. 또 실바를 봤죠. 그리고 뛰어 들어간 세메두가 볼을 탈취해 슈팅까지 가져갔고요. 중앙에서 뭔가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는 언제나 좋죠. 세메두도 점차 활약이 좋아지는 것 같네요.

 

압박이 덜하니 과감하게 중거리를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FA 컵 촐리 전에서 장거리포를 때려 원더골을 득점한 적이 있는데 슈팅도 참 좋은 선수예요.

 

반칙을 당하자 빠른 타이밍에 프리킥을 처리하면서 역습을 개시합니다. 그러나 이후에 아주 엄격하신 폴 티어니 주심의 제지로 잘렸죠. 여담으로 이 경기에서 폴 티어니는 종아리 부상을 당해 하프타임에 마이크 딘과 교체됐습니다. 둘 다 판정 못하는 건 비슷하더라고요. 이런 장면에서도 실바와의 호흡이 기대되네요.

 

또다시 영리하게 움직여 볼을 받아주는 장면. 전환까지 깔끔하네요.

 

울브스의 선제골 장면입니다. 오타소위가 좋은 전진 드리블 이후 패스로 비티냐에게 볼을 건네줬고, 비티냐는 센스 있게 백힐로 세메두에게 돌려줍니다. 박스 안에서 세메두가 실바에게 패스를 내주고 실바가 약간 행운이 가미된 득점을 올렸네요. 네 선수가 모두 정말 잘했습니다. 오타소위는 경기 내내 저런 피지컬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드리블을 보여줬고, 비티냐의 센스는 굉장히 놀라웠어요. 세메두는 저런 박스 안까지 올라가는 오버래핑이 아다마와 다른쪽 측면에 있을 때 보다 효과를 발휘합니다. 실바는 운이 좋기도 했지만 골을 기록한 것 자체가 고무적이네요. 시즌 끝나면 주제는 빨리 소시에다드로 돌려보내고 실바에게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줬으면 합니다.

 

볼을 받아 바로 측면의 아다마에게 내주는 비티냐. 앞쪽으로 볼을 내줄 때도 판단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리와 볼을 주고 받다가 한 바퀴 돌면서 수비를 떨쳐내고 누리가 오버래핑을 가져가자 스루패스를 찔러줍니다. 볼 소유와 전진패스를 모두 보여준 아주 좋은 장면이었네요.

 

중원에서 좋은 포지셔닝으로 사이스에게 패스를 받아 아다마에게 내줍니다. 사이스가 왼발 센터백에 전진성도 좀 있어서 이런 패스를 많이 하는 편인데 중원에서 잘 받아주는 비티냐와 궁합이 맞을 수 있다고 봐요.

 

볼을 끌고 가 수비 두 명을 벗겨내고 반대쪽 전환까지. 진짜 축구 잘합니다.

 

이건 뭐 좋은 볼 소유.

 

이것도 상대를 잘 제낀 뒤에 반대 누리에게 깔끔한 전환패스를 주는 장면입니다. 이제 칭찬을 하려고 해도 앞에서 다 한 말이라 딱히 할 말이 없네요.

 

좋은 움직임으로 포덴세의 스루 패스를 받아 컷백까지 시도합니다. 패스를 주고 받는 걸 다 잘해요.

 

전체적인 이야기와 다른 선수들

이후 80분 비티냐는 모건 깁스-화이트와 교체 아웃됐습니다. 경기 내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고 팀 최대 라이벌과 비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해는 안됐지만, 핏 등 다른 요인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 이걸 가지고 누누를 까기는 조금 그렇네요.

 

하지만 이제부터 누누를 까겠습니다. 시즌 개막부터 비티냐라는 패를 쥐고 있었음에도, 대체로 항상 못하는 덴동커와 에이징 커브를 세게 맞은 무티뉴의 폼이 안 좋았을 때에도, 중원에 언제나 창의성이 필요했음에도 비티냐를 기용하지 않은 건 바로 누누입니다. 이 경기에서 여느때처럼 부족한 공격 전술과 전무한 빌드업 루트를 보여준 것도 누누고, 지속적으로 지적받던 수비 문제를 지닌 코디와 사이스를 기용해 결국 실점을 허용하게 한 것도 누누입니다.

 

상대가 크로스를 올릴 때 세메두나 덴동커가 측면으로 붙는 것도 늦었고, 사이스는 완전히 디아뉴를 놓쳤습니다. 이 외에 코디와 사이스의 느린 발에서 기인하는 위기도 있었고, 이 둘은 언제나 불안합니다. 그나마 압박과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WBA를 상대했으니 이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죠.

 

이 장면에서 WBA의 압박이 약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코디가 디펜시브 써드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볼을 거의 15초 정도 소유합니다. 코디가 이 날 우측을 향해서 괜찮은 롱볼을 여러 번 날리긴 했는데 압박이 심하게 약했다는 걸 고려해야 해요. 압박이 좀만 있으면 코디는 바로 버로우 타니까.

 

누리도 정말 잘해줬습니다. 특히 공격에서 그랬는데, 이런 전진 드리블은 누리가 굉장히 잘하죠. 요즘 들어 경기마다 한 두 번은 누리가 볼을 몰고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는 장면이 나오는 듯 합니다. 누리와 비티냐는 무조건 영입해야 해요.

 

다만 이 경기만 보고 누리, 비티냐의 활약을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는 앞서도 말했듯이 상대의 압박이 너무 약했다는 겁니다. 두 선수 다 볼을 소유하고 올라가는 플레이에서 두각을 보였는데, 좀 더 압박이 센 팀을 상대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좀 지켜봐야 할 겁니다. 물론 누리는 상대적으로 이런 얘기에서 좀 자유롭겠죠. 그 전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니까요. 방금 내용은 비티냐를 주로 말한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누리가 중요한 이유는 패스와 드리블이 모두 된다는 겁니다. 이거 때문에 울브스가 공격을 나아가는 장면을 보면 왼쪽부터 시작하는 때가 많아요. 미드필더와 연계도 되고 혼자 볼 몰고 전진도 되니 참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없죠. 위 장면은 그걸 모두 보여줍니다. 드리블로 몰고 올라가다가 아다마에게 절묘한 스루패스까지 내주죠. 근데 다음 장면에서 아다마는 볼을 끌다가 속공 기회를 놓치고 그냥 중앙으로 내줍니다.

 

전 이런 것들 때문에 아다마를 우측에 기용하는 게 낫다고 봐요. 누리가 있는 좌측을 빌드업의 중심으로 쓸 때 아다마가 함께 있으면 전진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 버리고 시작해야 합니다. 아다마가 볼을 잡는 순간 빌드업이 아니라 볼이 멈춰서게 되니까요. 물론 혼자서 말도 안되는 드리블을 뚫어내면서 크랙 같은 활약을 펼치기도 하지만, 빌드업 시에는 이런 단점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좌측에서는 치고 달리고 바로 크로스를 올릴 수도 없으니 솔로플레이 시에도 아쉬운 점이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치는 이렇습니다. 네베스는 약간 왼쪽에 치우쳐서 누리와 빌드업을 하다가 반대로 나가는 큰 전환패스를 책임지고, 비티냐가 중앙에서 빠르게 좌우 전환을 돌려주고, 왼쪽 윙에는 포덴세나 오타소위 같이 패스가 좀 되는 선수를 배치해 도와줄 수 있도록 합니다. 반대에선 아다마가 볼을 받아주면 되고요.

 

이렇게 네베스가 좋은 전환을 내줄 수 있거든요. 오타소위도 이날 경기 꽤 잘해줬습니다. 원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쯤 되는데, 스트라이커나 윙어로 나오는 아주 기이한 선수죠. 유스 레벨은 진작 뛰어넘은 피지컬과 좋은 전진성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도 그렇고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미드필더 출신 치고 안일하게 나가는 패스가 너무 많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반에 미스도 꽤 많았죠. 조금씩 나오다 보면 좋아질 거라고 봅니다.


아마 무티뉴가 이번 여름 울브스를 떠날 것 같습니다. 비티냐는 최고의 대체자가 될 겁니다. 제발 남은 세 경기, 그리고 다음 시즌까지 비티냐가 가능한 한 많이 기용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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